우편배달부냐? 벨을 두 번 누르게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대리기사가 몰게 하고 뒷좌석에 모델 고대해와 나란히 앉아, 허벅지를 붙였다 뗐다 하며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쓰잘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고대해는 하품을 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굳이 남자가 1999년 12월 비오는 날 홀로 다리를 건넜다고 주장하며 그 사연을 밝히고 싶어 하기에 예의상 뭣 땜에 다리를 건너고 그러셨냐고 한 번 물어보았다. 평소의 대화법 같으면, 뭔 바람이 불어 다리를 오가고 지랄하셨냐고 했겠지만 초면에 겨우 술 한
뒷좌석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강 다리를 막 건넌 BMW, 뒷좌석엔 40대의 동영상 제작자와 사진 모델 고대해, 그리고 운전석엔 제작자의 차를 몰고 있는 먹물 냄새나는 대리기사. 이것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다. 1999년 12월에 한강 다리를 비에 젖어 건넜다는 남자의 고백 아닌 고백에 고대해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자, 아니 특별히 반응이랄 것도 없는 미미한 반응을 보이자 남자는 당황하며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러나 애써 표정을 감추며 에에 하고 무슨 말인가 꺼내려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대해는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자신의 차 BMW에 모델 고대해를 태우고 한강 다리를 건너가며 과거를 회상하는 유명한 장면을 지난주에 소개한 바 있다. 1999년 12월 어느 날 이 한강 다리를 비를 맞으며 홀로 걸었다는, 비에 젖은 추억의 목소리를 들려줄 때 고대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리를 건너가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소설 속에 나오고 영화 속에 나오고 두 시의 데이트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사연에도 나온다.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의 첫 장면은 워낙 유명하지 않은가. 세느 강 다리 위에 한 남자가 서 있
그날 저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가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의 차 BMW를 몰게 하고, 뒷자리엔 모델 고대해를 태워 자신은 그녀 옆에 앉은 채 은근슬쩍 허벅지를 떼었다 붙였다 하고 있는 와중에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남자가 여자를 집에 바라다 주는 시간이었다. 첫 만남을 가진 남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다 준다며 전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건 그다지 권장할 방법은 아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이 아닌 이상 첫 만남엔 승용차, 아니면 택시라도 이용해 여성을 안전하게 모셔야 함이 마땅하다 하겠다. 지금처럼 자
40대의 동영상 제작자는 모델 고대해를 자신의 애마 BMW에 태우고, 술을 한 잔 들이켠 자신은 그녀 옆에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는데, 운전대는 대리기사에게 맡겨 차가 운행되도록 하였다. 그 대리기사가 깨끗한 양복을 입고 먹물 냄새를 풍기며 운전을 하고 있음에 이 차내의 전체적인 풍경은 매우 하이클래스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남자는 상당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대해에게 어떠하냐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손을 스치듯 만진다거나 무릎에 손을 한 번 얹어 본다든가 하는, 여자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조잡한 행위
처음 만난 남녀가 저녁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함께 나누고 그리고 휘영청 달이 떠 있는 거리를 나란히 걸어 내려오고 있다. 이때 ‘집까지 바라다 드리겠다’고 남자가 말하는 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남자가 직접 차를 몰아 여자를 바라다 주지 대리를 불러 뒷좌석에 나란히 타고 가는 광경은 좀체 없다. 누군가 시민의식이 투철한 스텝이 ‘둘 다 술을 마셨는데 남자가 운전을 하고 가면 어떡합니까?’ 하고 물으면 감독은 ‘그럼 대리 부르랴?’ 하고 ‘남자가 와인을 쭉 들이켜는 장면, 그거 빼버려. 입만
참새 윤 한 로뭉게구름 미루나무 한 그루 없건만샛노란 호박꽃 똥투간 초가 지붕 한 채 없건만당구장 고시원 노래방 형제닥트공장 내다버린 일인용 가죽 소파 골목 아스팔트 바닥에 식전부터 웬, 잿빛 누더기 몇 마리 몰려와 쉴새없이 콕콕콕 콕콕콕콕콕 눈을 씻고 훑어봐도 버러지 한 마리 없건만좁쌀 한 톨 있을 리 없건만찍고 또 찍어댄다 석자 세치 박첨지 망을 쪼듯저러다가 짱구대가리 짧은 부리, 쫙 벌린 네 발가락 다 닳것다저러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싹 다택시기사님께 욕 한바탕 얻어먹겄다벌어먹기보다 주워먹기란 곱절도 더 힘든감맨 바닥에 흰 똥
막다른 길 윤 한 로길 한복판 벌거벗은이상의 아해들이 똥을 누네예닐곱 주른히 앉아 똥 누기 놀이를 하네 한 놈이 일어나네다음 놈이 일어나고또 다음 놈이 차례차례 일어나네웬일인지 한 놈이 일어나질 않네끝끝내 일어나질 못하네먹은 게 없어나올 게 없네낑낑 이마에 시퍼런 힘줄 돋우며한 아해가 가난을 누네햇빛을 누네쓰라린 시대를 누네굵은 콧물 빨아마시며째질 듯한 똥구멍으로불을 누네막다른 길 한복판이상의 한 아해가파아란 저녁 연기를 누네시작 메모‘날개’, ‘오감도’를 쓴 천재 시인 이상은 서울 종로에서 이발사 아들로 태어나 공고 건축과를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