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신사(147)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후원하기
당나귀 신사(147)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서석훈
    서석훈 webmaster@horsebiz.co.kr
  • 승인 2013.03.23 15: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영창(소설가, 시인)
40대의 동영상 제작자는 모델 고대해를 자신의 애마 BMW에 태우고, 술을 한 잔 들이켠 자신은 그녀 옆에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는데, 운전대는 대리기사에게 맡겨 차가 운행되도록 하였다. 그 대리기사가 깨끗한 양복을 입고 먹물 냄새를 풍기며 운전을 하고 있음에 이 차내의 전체적인 풍경은 매우 하이클래스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남자는 상당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대해에게 어떠하냐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손을 스치듯 만진다거나 무릎에 손을 한 번 얹어 본다든가 하는, 여자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조잡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차라리 여자들은 거칠게 폭풍처럼 한 번 밀어붙이며 입술을 뺏는 용감한 행위는 허락할지언정, 뱀처럼 능글능글 기어오르는 듯한 시치미 떼는 행위는 용서를 잘 안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순간 서로 불꽃이 일면서 자신도 몰래 상대에게 다가가게 되는 그러한 순간의 짜릿함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행위는 로망을 깨는 파렴치한 짓이 될 것이다. 특히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갑자기 만지는 행위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성들은 여기고 있다. 그런 건 애인끼리 장난치며 하는 행동이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고대해가 볼 때 남자의 어깨가 조금씩 닿는 느낌은 있지만 결코 선을 넘는 행위라곤 보기 힘들었다.
“여긴 신호가 항상 막히는 편입니다.” 교차로에서 차가 정체되자 남자는 이는 자신 탓이 아니고 이 지역의 오랜 현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아마도 무슨 말인가 해야겠기에 꺼낸 말인지도 몰랐다. “이 정도면 그리 심한 편은 아니네요.” 고대해도 맞받아 대꾸해 주었다. 이는 그녀가 상당한 인내력을 갖춘 여성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사실 조금만 정체되거나 앞줄이 줄어들지 않으면 발을 동동 구르고 얼굴에 짜증을 묻히고 다니는 여성이 혹은 남성이 적잖이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런 자들은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한가지 일에 초조해하고 조바심을 치는 것이다. 고대해는 타고 난 성격상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가는 타입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와 같은 경향이 다분하다 하겠다. 이방원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녀는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 있으랴’ 하는 답글을 보곤 어린 나이에도 짜증이 확 일어난 적 있는 여성이었다. 충신은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겐 일부종사하라는 충고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일부종사를 하든 열부횡사를 하든 내 맘이지’ 어릴 적부터 그러한 생각을 해온 고대해였다. 그녀는 남자가 허벅지를 약간 밀착해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모를 만큼 둔감한 그녀는 아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