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신호가 항상 막히는 편입니다.” 교차로에서 차가 정체되자 남자는 이는 자신 탓이 아니고 이 지역의 오랜 현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아마도 무슨 말인가 해야겠기에 꺼낸 말인지도 몰랐다. “이 정도면 그리 심한 편은 아니네요.” 고대해도 맞받아 대꾸해 주었다. 이는 그녀가 상당한 인내력을 갖춘 여성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사실 조금만 정체되거나 앞줄이 줄어들지 않으면 발을 동동 구르고 얼굴에 짜증을 묻히고 다니는 여성이 혹은 남성이 적잖이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런 자들은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한가지 일에 초조해하고 조바심을 치는 것이다. 고대해는 타고 난 성격상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가는 타입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와 같은 경향이 다분하다 하겠다. 이방원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녀는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 있으랴’ 하는 답글을 보곤 어린 나이에도 짜증이 확 일어난 적 있는 여성이었다. 충신은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겐 일부종사하라는 충고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일부종사를 하든 열부횡사를 하든 내 맘이지’ 어릴 적부터 그러한 생각을 해온 고대해였다. 그녀는 남자가 허벅지를 약간 밀착해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모를 만큼 둔감한 그녀는 아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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