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告解) 윤 한 로내 비록내 돈 벌어 내가 쓴다지만이즈음엔 맛난 음식 먹는 것도 죄요멋진 옷 입는 것도 바로 죄요귀에 좋은 노래달게 자는 잠또한 죄가 되려니와한가할 ‘한’ 늙을 ‘로’한가하게 늙는다는이 이름 석자야말로 더더욱 죄스럽구나아직 늦지 않았으니쓰게 먹고눈 맑게 뜨리라 시작 메모어떤 평론가가 어떤 작가의 소설을 읽고 ‘이 작가의 명민함은 오히려 위험한 재산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그 작가 분 아직 때를 벗지 못한 게로구나. 어떤 일본 학자는 우리 조선 목공 예술가들에게 반했는데 ‘작품이 반듯하게 갖추어지지 않아도 마음
지스락 물 윤 한 로장마 끝나고 뙤약볕 쏟아지누나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오막살이라고피지 말란 법 있댜돼지울 개구랑창 흰 도라지 분홍 도라지 한창이고저녁 새때 웬 눔의 초학에 더우까지 잡숫더니 시나브로 까부라지던 성님썩은새 추녀 끝 장근 보름 고인 지스락 물 뚜욱 뚝 맑게 듣네굼벵이 노래기 냄새에 예미, 한 대접 벌컥벌컥 들이켜곤씻은 듯 가운뎃 성님 용두질쳤네 지게작대기 잡은 참 낭구하러 갔네시작 메모가난한 사람들은 당신들 재산입니다. 당신들의 보물입니다. 희망입니다. 당신들이 그분들에게 베푸는 게 아닙니다요. 오히려 그분들이 우리
신분이 바뀌었다 해서 대기업 상무였다가 재산을 모두 날리고 대리기사가 되어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사내는 한 주에 연금복권 두 장을 사서 소중히 안주머니에 모셔둔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긁어대는 즉석복권의 가벼움에 대해 그는 비교적 회의적이었다. 복권은 기다리는 맛이 있어야 참다운 맛을 느낀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또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100원짜리 동전을 세워 긁어대며 숫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그다지 멋져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긁어 부스럼이라고 부스러기
누가 복권을 사는가 두 남녀, 40대의 동영상 제작자과 사진 모델 고대해를 태운 승용차는 이제 한강 다리를 건너 강동구의 심장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먹물냄새 피우는 대리기사, 한 때 대기업 상무였다가 모든 재산을 몇몇 여성과 투기판과 시시한 사업에 헌납한 후 묵묵히 남의 차를 몰아주고 있는 우리의 대리기사는 밤이 깊어감에 따라 수입도 늘어나는 야릇한 구조의 수혜자였다. 그는 뒷좌석의 남녀가 무슨 짓을 하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고받건 알 바 아니라며 또는 아는 체해서는 안되는 불문율에 따라 정면을 응시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보아
대기업 상무였던 대리기사의 사연 전주에 우린 냉혹한 ‘사회의 법칙’에 대해 말하며 먹물냄새 나는 남자의 과거를 캐들어간 적이 있다. 대리기사를 하고 있는 먹물 냄새 나는 남자가 과거에 대기업 상무였다는 점, 하청업체로부터 이런 저런 선물을 챙기고 30대 여자를 애인으로 두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한 바 있다. 그 애인이 임신하였다고 큰소리치고 돈을 챙겨 떠났다는 것, 그리고 배가 남산만해져서 다시 돌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그리하여 남자는 여자를 만나러 갔고 이번에는 유전자 검사 운운 하는 소리를 서로 주고받기에 이르렀고,
겨울나기 윤 한 로 시퍼런 개천 물 속에똥방뎅이 치켜들곤이내 대가리 홰홰부애가 났나보다귀때기 떨어져나갈 듯오리란 놈 귀빠진 날무지개 다릿간나는야, 놀면 뭐 하리빵떡모자 눌러쓰고요십분이고 이십분겐소롬 비웃음이나 흘리련다시작 메모추운 겨울날 우리 동네 미라보 다릿간에는 뻥튀기 파는 사람, 옷 파는 사람, 귤 파는 사람, 돈 버는 사람들. 우리 동네 세느 강에는 똥물에 고기 잡는 오리란 놈. 몸뚱이가 지혜고 힘이고 재산이고 또 시다. 구경하자니, 물고기 한 마리 잡기 위해 시커먼 개울물 속에 거꾸로 쳐박혀 꽁무니를 하늘높이 틀어올리곤 아
당나귀 신사 101회를 맞이하여 우리는 고대해의 등장을 예견한 바 있다.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아래와 같은 예고편을 내보낸 바 있다. - 차차 그 면모와 전모가 드러날 터 우리는 고대해의 등장에 이어 그 행적을 차차 따라가 볼 일이다. 고대해는 그럼 몸무게가 바위만 하고, 쇠사슬이라도 끊을 듯한 굵은 목이 상체에 붙어 있고, 허벅지는 대웅전 기둥을 방불케 하며 목소리는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고 밥은 전기밥솥을 끼고 사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고대해는 몸이 여느 여인들과 비교해 실하긴 하나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굵지
지난 두 주에 걸쳐 ‘파멸을 향해 가는 여인들’에 대해 지적을 한 바 있다. 지적이라기보다 언급을 하였다. 여인들의 그러한 행위에는 환경적 그리고 유전적 그리고 많은 자잘한 이유가 있음도 살펴보았다. 불가피하다기보다는 억눌려온 욕구에 대한 불같은 유혹의 강렬함과 함께 현재 처해 있는 자신의 환경과 상황에 대한 혐오와 고통이 덧붙여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육욕의 일시적인 충족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과 같은 가시밭길의 도래임을 정확하게 일러준 바 있다. 그럼에도 왜 여인은 그 길을 가는 것이며 가고 마는 것이며 가
개나리 2 윤 한 로아직 새파란 철부지 적청바지에 스모르에 백구두에 벌건 대낮부터 확확 술에 꼴아 약대 앞 잔디밭 노란 개나리 덤불 속쑤셔박혔지 히히거렸지노상 담배꽁초 다 찌그러진 우유곽 한 개와 함께 시 쓴답시고시작 메모약대 애들, 예술대 애들, 문리대 애들, 수강신청, 오리엔테이션, 축제, 깔깔거림. 대학이라는 데는 사람을 잔뜩 주눅 들게 하는 데였다. 그래서 맨 정신으로 맨송맨송 다니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나같이 연천에서 올라온 애들은 더 쪽팔렸다. 그 깔깔거림들이 괴로웠다. 그래서 청바지에 스모르 작업복에 언제나 흰 고무신인
수상한 카페의 ‘살찐 뱀 같은 마담’이라고 하자 느낌은 오는데 그 구체적인 모습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독자 제위가 계신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셰어’라는 미국 여가수를 소개할까 한다. 지금 그녀의 나이 어언 60이 넘었는데 세상의 위대한 디바가 다 그렇듯 나이를 초월한 아우라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다. 무대에 서면 무대가 좁아지고 노래를 하면 듣는 이의 가슴에 숱한 불꽃을 일렁이게 한다. 검정 망사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를 굳건하게 무대에 딛고, 때로 엇박자로 내딛으며 누비는 모습은 가히 여전사를 방불케 한다. 마이크는
배론 * 윤 한 로코는 다 깎아 먹고언청이 굵은 금만 죽 갈라져산 중턱께 걸터앉았다비리직직하니엄장 큰 만무방이쥐뿔도 없는 주제련만때갈스럽지만은않아외눈박이 눈 뜬 채번연히 듣고 있다골짜구니 배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소리랄까파란 하늘 아래 떡대 바우 움푹 팬 옆탱구리사다리나 한 대 척, 걸쳐놨으면* 배론 : 충청북도 제천 봉양에 천주교 성지가 있는 골짜기로 지형이 마치 배 밑바닥 모양 같이 생겨서 배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골짜기에는 이렇게 생긴 곳들이 많다. 시작 메모1930년 작가 김유정 소설은 재미있고 슬프고 아름답다. ‘
서울 그것도 강남의 고급 와인 바에서 30대의 처녀 총각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면 둘의 대화 내용이 궁금하신가? 때로 하염없이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눈빛의 의미가 궁금하신가? 남자의 상식으로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정해진 수순 같은 것이어서 그 실없는 짓거린 대충 하고 모텔로 원룸으로 어서 달려가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물론 여성들은 그런 속도전은 숙녀의 본질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짐승의 짓거리라고 치부하고 싶을 것이다. 어떤 주식이 먹음직스럽다고 앞뒤 재지 않고 덥석 내지르고, 저 말이 탄탄하게 잘 빠졌다고 덜컥 찍는다면
토우(土偶) 윤 한 로벌건 진흙 짓이겨다시 한 번 빚어주소서눈구멍, 콧구녁입과 귀거칠고 투박스럽게굵은 손가락으로 푹푹 뜷어주소서, 그리하여케케묵을 대로 묵어 금가고 갈라져깨진 눈으로뜨문뜨문 보고 듣고귀퉁이 떨어져나간 입으로더듬더듬노래하게 하옵사이제 뻔지레한 마음일랑붙잡아 세워올곧게, 올곧게만 도끼로 다듬어 주소서내가 주(主)님 안에 복을 받았으니재앙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소서의인 욥처럼시작 메모구약 성경에 나오는 의인 욥은 올곧은 사람으로 언제나 하느님을 경외하며 아들 일곱과 딸 셋에 많은 가축을 소유하고 숫한 선행을 쌓은 사람으로
바보 온달 윤한로온달님은 바보라네 주먹코에 메기 입에나무 껍질 삶아 먹어헤프디 헤픈 맘씨푸른 하늘 낮달이냐고구려 땅 심심산천풀들도 알고 돌들도 아네온달님은 바보라네하늘이 준 바보시라울보라 평강 공주나뭇짐 지듯 덥석 업고북처럼장구처럼시작(詩作) 노트천치처럼 돼서 맑고, 깨끗하고, 우직하고, 선하고, 듬직하고, 이렇게 살았으면 했는데 더욱더 지저분하고, 간사스럽고, 야비하고, 졸렬하고, 교묘하기 그지없다. 잡때 같은 몸과 마음의 재산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자신은 없고. 이럴 때는 누가 다 빼앗아가거나 도둑질해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