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디바 ‘살찐 뱀’은 아직 정체를 밝히지 않은 배삼지 국장의 직업이 그리 궁금할 것도 없다는, 그래 봐야 50줄을 향해 가는 사내 아니겠냐는 표정으로 잠자코 안주를 축내고 있었다. 마담은 원가가 비싼 안주는 좀 많이 원가가 싼 안주는 좀 적게 먹었다. 이 짓을 몇 년 하다 보니 속이 쓰린 날이 많아 심심풀이로 먹는 안주 하나도 신경을 써야 했다. 사내들이야 아무거나 처먹어도 뭘 먹었는지조차 모르며 그것마저 오직 아랫도리 세우는데 동원될 따름인 것이다.
“취미가 뭐세요?” 고삐리나 청춘이나 중노년 들도 남녀가 만나면 그저 묻는 게 ‘취미가 뭐냐는 거’인데 뱀의 의도는 다른 데 있었다. 취미를 통해 사내의 직업 내지 재산과 돈 씀씀이 따위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취미랄 것도 없이 밤마다 학원에 가서 자기계발하고 있다는 남자를 만나면 그야말로 김샌다. 사내들은 그곳이 부실할수록 자기계발이니 뭐니 얘를 쓰고 있지 않냐 말이다. ‘사내구실이나 제대로 하고 남은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해야지’ 이런 건전한 생각을 갖고 있는 뱀이었다. “취미? 취미라기보다 그림 감상 좀 하고 음악도 가끔 듣지.” 그림이라면 포르노를 뜻하는 것일 터이고 음악이라면 뭘 말하나? “피카소도 베를린 필하모닉도 시간이 나야 가보는데 요즘은 시간이 통 그렇네.” 이건 또 뭔 소리야? 살찐 뱀은 이 부실한 사내가 예술에 헌신하고 있는 허약한 인간이라는 걸 대번에 눈치 챘다. 허약한 인간은 몸으로 조질 필요가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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