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토우(土偶)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0.06.20 1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우(土偶)
윤 한 로


벌건 진흙 짓이겨
다시 한 번 빚어주소서
눈구멍, 콧구녁
입과 귀
거칠고 투박스럽게
굵은 손가락으로
푹푹 뜷어주소서, 그리하여
케케묵을 대로 묵어
금가고 갈라져
깨진 눈으로
뜨문뜨문 보고 듣고
귀퉁이 떨어져나간 입으로
더듬더듬
노래하게 하옵사
이제 뻔지레한 마음일랑
붙잡아 세워
올곧게, 올곧게만
도끼로 다듬어 주소서

내가 주(主)님 안에
복을 받았으니
재앙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소서
의인 욥처럼


시작 메모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의인 욥은 올곧은 사람으로 언제나 하느님을 경외하며 아들 일곱과 딸 셋에 많은 가축을 소유하고 숫한 선행을 쌓은 사람으로, 동방에서 가장 큰 부자여서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었는데, 그만 사탄의 시련에 빠지게 되어 뼈와 살을 치자 발바닥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고약한 부스럼으로 가득 차고, 졸지에 그 많던 재산과 자식을 다 잃어버리고 친구들과 아내한테 비난과 멸시를 받는 처지로 떨어지고 말았지만 끝까지 의로워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떠나지 않았다. 눈, 코, 입, 귀를 마구 뚫어놓은 아주 아름다운(?) 옛날 토우를 본 적이 있는데 의인 욥을 생각하다가 느닷없이 이 토우를 떠올렸다.

* 토우(土偶)란? 고대에 흙으로 사람 또는 동물의 모습을 빚어 주전자나 그릇에 붙였는데 이것을 토우라고 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