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 로
아직
새파란 철부지 적
청바지에 스모르에
백구두에
벌건 대낮부터
확확
술에 꼴아
약대 앞 잔디밭
노란 개나리 덤불 속
쑤셔박혔지
히히거렸지
노상
담배꽁초 다 찌그러진
우유곽 한 개와 함께
시
쓴답시고
시작 메모
약대 애들, 예술대 애들, 문리대 애들, 수강신청, 오리엔테이션, 축제, 깔깔거림. 대학이라는 데는 사람을 잔뜩 주눅 들게 하는 데였다. 그래서 맨 정신으로 맨송맨송 다니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나같이 연천에서 올라온 애들은 더 쪽팔렸다. 그 깔깔거림들이 괴로웠다. 그래서 청바지에 스모르 작업복에 언제나 흰 고무신인 백구두를 신고 다니며 벌건 대낮부터 싸구려 연탄난로 술집에서 꼴았다. 그게 내가 가진 힘이고 재산이고 정신이고 지혜였으니. 그 때 내 시 쓴답시고.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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