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있는 것들 마음은 산 자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그것에는 향기가 있고따뜻함이 있고포근함이 있습니다. 그대 머문 자리에서 그대 향기를 느낍니다.그대가 건넨 말에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그대가 안아준 품에는 포근함이 있습니다. 산 자가 가진 마음 뒤꼍에는 싸늘함이 있고분노와 증오와 섬뜩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마음 뒤꼍에 있는 것들일랑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마음의 나눔입니다.
들꽃 공소 까짓누무거 진정 작아지니이렇게도기쁠 수가오오이 세상에 나 하나아주 보잘것없음이여 꼬락서니하며! 시작 메모이 시는 첫 행과 끝 행에서 운율을 맞춰 봤다. 기교를 부려 봤다. 써 놓고 보니 우연이랄까 ‘까짓누무거’와 ‘꼬락서니하며’가 비스름히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너무 똑같지도 않고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 또 앞엣 다섯 소리는 좀 버겁게 뒤 여섯 소리는 좀 가볍게 가고. 그리고 딴에, 그런 기교 트릭을 슥, 묻어 보고자 시어 자체 꼬라지 없는 말들을 갖다 썼다.
무제 어디 가, 성님간만이구나 요한이가 길바닥에 동화책이랍시고 몇 묶음 내다놓고 팔길래뭐랄까? 할매들 시장 모퉁이에 쑥갓이니 시금치 나부랭이니 팔드키 쓰라구만 원을 주자니 성인 같고천 원을 주자니 시인 같아 보이고얼마를 줘야 하나오천 원을 주고 나니 내 맘 다 비운 것 같구나 일전에 개천 공공근로에 나갔다간왜 또 유리조각을 밟아 다치지 않았다냐 비록 남들보다 덜떨어지지만서도전례도 하고 복사도 서고 지역에 방범도 나가고 출석률 하나만큼은 백 퍼센트라! 요한이, 웬만한 인간들 한 트럭보다 훨씬 나아 가끔 여자가 그리운지이 누님 저 누님
오이 고라니 쉼터까지 가면자아,우리 꼭꼭 앉는데 큰 거는나 먹고작은 거는자기 먹고 아, 미카엘라는개뿔도 아닌 내가 뭐라고 시작 메모가재골로 귀촌하고 우리는 평일이면 미동산 임도길을 간다. (농사를 짓거나 소를 키우시는 분들께 너무 면목없다.) 보름달 코스 한 바퀴를 돌면 두 시간 남짓 걸린다. 허름한 옷에 허름한 모자에 허름한 신발에 그냥 호젓하다. 그밖에 것들은 불필요할 뿐이다. 반쯤 가면 고라니 쉼터에 다다른다. 미카엘라는 언제 넣어 왔는지 부시럭거리며 오이 한 개를 꺼내 반을 뚝 분지르곤 비교를 한다. 다음으로 꼭꼭 큰 거는
오목렌즈잠이 안와 한참을 뒤척이다설핏 잠이 들었다.되지도 않는 꿈을 꾸었다.요끼에 오줌을 누고 담배를 물었다.신 새벽에 앉아 있는 내가 나인가?어쩌면 오목렌즈 촛점 앞에 조그맣게 맺힌 허상으로하루의 삶을 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방 밖의 어둠은 열대야 그대로인데방 안에는 섭씨 22도의 냉기로 시원하다. 그것봐라.나는 내가 아닌 세상에서 사는게 맞지.더우면 더운대로, 있는대로, 보여지는대로 사는게 맞는데...본래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야 한다.헌데 온갖 가식과 허울 속에서 꼭둑각시 인형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제라도 렌즈
산을 짊어지고 살아온 삶 지리산 자락 남원이라는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열여덟에 시집와 스물두 살에 청상과부가 되었다.가을이면 억새풀을 낫으로 베어 이엉을 엮어 지붕을 삶고잔가지 주워 모아 지게로 날라 겨울을 뎁히곤 했다.자식 둘 낳고 하늘로 간 영감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새끼덜 거두느라 평생을 산자락 머리에 이고 살았다. 자식들은 산자락을 떠나고 식구는 달구새끼 여나무 마리 검둥이 한 마리개울물에 빨래하다 잠자리 물에 빠지면 건져 주고 새끼노루 길 잃으면 업어다가 젖 먹이고 어언 칠십여 살 허리는 꼬부랑이 되었다.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가는 법- 마혜경 사람들을 태운 버스가 지나간다네모난 부리를 가진 새가 베어 문 타이어 자국바람 소리와 함께 정류장에 찍힌다얇은 소음을 매달고 그들의 집에 더 가까이 모르는 사람들이 흔들린다모르는 가방들도 흔들린다어깨와 손잡이는 알고 있다먼저 탄 사람이 먼저 내리는 건 아니라는 걸 적당히 흔들려야 가까워진다네모난 부리 자국 주소만큼 찍혀야모르는 사람들이 집으로 간다
발가락이 닮았다 아들아나는 네가 공부 못하는 게똥통 학교 다니는 게재수 삼수 공부하고 공부해도대학에 계속 떨어지는 게너무 좋다 그래야 네가 나중 땀 흘려몸으로 벌어먹고피로 벌어먹고 살지그래야만 어디에서 또 누군가머리로 벌어먹고 입으로, 눈으로도 벌어먹지하다못해 마음으로라도 벌어먹고 살 게 아니냐아들아 그래서 나는 네가 골통이라도오히려 기쁘다 우리 머릴 닮지 않고발가락을 닮았으니 전혀아프지 않다 시작 메모어떤 아름다운 분께서 내 시를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좋은 시들이라고, 특히 이 시 ‘발가
종이컵 시인 비웃지는 마시라나는야종이컵에 시를 쓰는종이컵 시인소공원 벤치 위에구겨질 대로 구겨져한 줄 또는끽해야 두 줄저 꾀죄죄, 일상생활남몰래 찌그린다오파리 모과 구두 말번지 촌충 따위지각 조퇴 염소선생발가락이닮았다 따위혹 누군가 볼세 ㅠㅠ,얼굴 불콰히 노래한다오고달파라 내 영혼그러구러 별처럼 구름처럼 흐르니뉘렇게 짠 손 그득 언젠가 꼭 한 번은 맑게 읽히리무신무신눔, 소리 들어가매 다시금 구겨질 대로 구겨젼나는야 종이컵 시인그러니 가자, 시시껄렁더 작고 여리게 우리 정작아픈 얘기들은 빼고 시작 메모저 시는 10년 전 2011년에
살다 보면 살다 보면 살아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고통이나 고난이 꼭 나만 선택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아픔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성장시키기도 한다. 운명의 파도를 헤엄칠 때 두려움을 떨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혹여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수 많은 일들과 마주하며 흘린 땀과 눈물은 얼마나 될까?살다 보면 모든 것이 잊혀지고 사라지지 않았는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지금, 여기,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를온 마음으로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거다. 살다 보면 살아지고 사라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1861년 5월 7일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나 1941년 8월 7일 사망한다. 19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유럽인이며 아일랜드 유명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탄 예이츠와 절친이다. 소월과 백석의 시는 예이츠 시를 오마주했으며 타고르의 시는 한용운이 오마주한 듯하다. 한용운 시의 ‘님’은 타고르 시에서의 절대자가 연상되고 비슷한 시상과 구절들이 많다. 타고르는 인도 문학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 서양 문학을 인도에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 인도의 뛰어난
정한수 북두칠성이 뒤꼍 샘물에 담기면어머니는 하얀 대접에 물을 담았다.대접은 부엌 북쪽 정갈하게 소지된 자리에 앉히고어머니의 기도는 시작된다. 그 시각북두칠성은 동서로 길게 흐르는 은하수 강물을 국자에 담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칠성님께 비나이다 천지신명 하눌님께두 손모아 비나이다 더도 말고 둘도 말고그저 우리 자손들이마음먹은 일들일랑칠성님의 뜻과 같이잘 되게만 해줍소서 손바닥은 일에 찌들어소나무 껍질만큼 거칠어 지셨지만자식들 위하는 마음만은세상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손길로칠성님께 치성을 드리셨다. 부엌문에 북두칠성이 걸치면쌀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