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렌즈
잠이 안와 한참을 뒤척이다
설핏 잠이 들었다.
되지도 않는 꿈을 꾸었다.
요끼에 오줌을 누고 담배를 물었다.
신 새벽에 앉아 있는 내가 나인가?
어쩌면 오목렌즈 촛점 앞에 조그맣게 맺힌 허상으로
하루의 삶을 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
방 밖의 어둠은 열대야 그대로인데
방 안에는 섭씨 22도의 냉기로 시원하다.
그것봐라.
나는 내가 아닌 세상에서 사는게 맞지.
더우면 더운대로, 있는대로, 보여지는대로 사는게 맞는데...
본래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야 한다.
헌데 온갖 가식과 허울 속에서 꼭둑각시 인형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라도 렌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알몸으로, 내 모습으로 걸어야 한다.
보여주는 삶이 아닌 내 걸음으로 걸어가야 한다.
신새벽 담배 연기가 나를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