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묻는다 / 김주선 논둑에 세워진 허수아비가 어깨춤을 추었다. 광대 분장의 얼굴은 새들도 겁내지 않을 표정이었다. 바람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구경하던 참새 가족이 날아와 허수아비 어깨 위에 앉았다. 핫바지 광대 따위는 겁나지 않은 모양이다. 고향 가는 길, 들녘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농부와 새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새들은 저들끼리 무어라 지껄이는 걸까. 어린 날, ‘훠~이, 훠~이’ 새를 쫓던 아버지의 쉰 목소리가 동구 밖까지 들리는 듯하다.학교 다닐 때 우둔하거
쓰는 사람들 조심해야 한다철물점 주인아저씨처럼 착하다가도술만 먹으면 난폭해진다푸에헤, 웃다가 울다가어느새 소주잔을 아그작아그작 씹으며아무 여자들한테나 욕을 하고술판을 쓸어 버리고여늬 화단에나, 차에나 오줌을 갈기고백미러를 잡아 꺾는다도무지 가리는 것이라곤 없으니물귀신 같아라, 그 작자들한테 엮여 쓸려가는광풍노도의 밤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밤새나 뺑이 친다, 얼척없어딴엔 나름 세상 가장 속된 소재속된 사유, 속된 본질이며 방법 기술 따위속된 삶을 사랑한다는 얘기려나여인숙 방, 공중변소, 다릿간 기둥에난무하는 떠블류엑스와이들처럼 느
이유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건수많은 고비를 스스로 이겨냈기 때문입니다.꽃으로 피어난 꽃은스스로의 아름다움을혼자만의 것으로 소유하지 않습니다.벌에게, 나비에게 달콤함을 나누고사람에게 눈 호강을 줍니다.나이를 먹는다는 건그리 슬픈 일이 아닙니다.꽃처럼 수없이 많은 고비를 이겨내고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덕을 나누며수많은 주름을 만드는 것입니다.아름답게 살아온 사람의 주름은꽃처럼 향기가 납니다.여생이 조금 더 아름답기를 원하신다면나 아닌 곁을 한 번 더 살피고나의 향기가 멀리 퍼지기를 노력해야겠지요.나를 위해 꽃피운 당신의 향기에오늘 행복
2월14일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연인들에겐 행복한 밸런타인데이지만 국민들에겐 슬픈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다. 1910. 3. 26일 집행되었다. 아래 글을 남기고."내가 한국 독립을 회복하고 동양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 풍찬 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느니 우리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여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자 여한이 없겠노라."영웅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다하고 소인배는 국가에 민폐를 다한다. 어떤 이는 나라를
여서 스님은 바리스타- 마혜경 여서 스님을 뵌 적이 있다아버지 천도제를 보현사에 모셨는데차가 막혀 도착하니 음식 보따리만 기다리고 있었다이를 어쩌나 면목이 없던 차에 차 한 잔하고 가시죠 손수 다기 세트를 꺼내어 물을 끓이신다차를 준비하는 시간이 조용히 흘러간다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주변을 돌아본다고요하고 잔잔한 바람이 스쳐간다탕,다기 부딪치는 청량한 소리 커피, 제가 커피를 좋아해요 속세에서 지각한 사람에게 이만한 위로가 또 있을까여서 스님의 커피향 여태 그립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며 산 것은살을 도려내고 뼈를 깍는 고난의 시간이었다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간 너무 큰 발자국누가 있어 그 큰 발자국 따라갈 수 있으랴세월따라 걸어 온 길자욱마다 부끄러운 사연 너무 많은 나, 너 그리고 우리앞으로 살아갈 날 얼마나 더 부끄러워야 하나얼어붙은 이 계곡 얼어붙은 저 골짜기 그리고 얼어붙은 여기추운 곳에서 하늘을 본다같은 핏줄을 적이라 우기며 산 억울한 세월메아리 없는 소리들이 아우성치는 마른 하늘가만나지 못한 넋들이 울면 갈 길 잃은 흰구름 흩
제주시는 예비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2월 20일까지 ㈜대교 그룹과 협업하여 온·오프라인 전시 기획전 「봄날, 제주의 서재」를 진행한다. 「봄날, 제주의 서재」 오프라인 전시는 서울 성수동 세가방 북스토어에서 이루어지며 전시기간 동안 2020년 제주 책방예술제 책섬[썸ː]에 참여한 제주 동네책방 10곳의 편지와 독자 타겟별 골라 읽을 수 있는 큐레이션 책을 소개한다.세가방(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 이하‘세가방’) 프로젝트는 동네책방이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책방운영이 가능하도록 돕는 ㈜대
‘KBS 한전음악콩쿠르(마스터클래스와 스페셜콘서트)’가 2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제주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23일 공연: 오후 7시 30분) 벌써 27회를 맞은 ‘KBS한전음악콩쿠르’는 KBS와 한국전력공사의 공동주최사업으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을 후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콩쿠르는 국내 정상급 교수의 마스터클래스와 스페셜콘서트로 진행되며, 콩쿨 역사상 최초로 제주에서 개최된다.최근까지는 해외 유명 공연장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코로나로 인해 청정 제주로 장소가 변경되면서 제주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제주
복수초겨우 내내 얼마나 그리웠으면눈 쌓인 땅을 뚫고 나오겠는가?그리움이 쌓이면 한이 된다는데 한으로 남기 직전에머리에 흰 눈을 이고 피어나는 꽃가장 먼저 봄을 안고 세상에 나와산허리를 노랗게 수 놓고바람꽃, 청노루귀에게 남은 봄을 맡기고 저물어 가는 꽃
소설가를 질투하다- 마혜경 이제 난 장편 세 개만 쓰면 끝이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옆 골목 짬뽕이 왜 오백 원이나 내렸을까 다들 궁금하지 않나남편을 살해한 죄수의 딸은 누구의 팔을 베고 잠들까신문에 없는 얘기는 어디에 실릴까 이런 게 궁금한 거야삼인칭 소설은 언제쯤 쓸 수 있을까제길, 자연사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칠십이 넘게 살았는데도 알 수 없어 그가 소설가의 고민을 받아 적다가 멈춘다아, 차라리 소설을 쓸 걸시인보다 말 잘하는 소설가가 될 걸
밸런타인데이다. 사랑스런 시를 쓰는 사랑스런 그녀도 있다. 사라 트래버 티즈데일(Sara Trevor Teasdale)은 1884년 8월 8일 세인트 루이스 미주리주에서 막내로 태어나 1933년 사망한다. 사라는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지었고 출생 당시 20살, 14살 오빠 둘과 17살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사라를 사랑했고 그녀를 매우 잘 보살폈다. 어머니에 따르면, 예쁜 것에 대한 사라의 사랑이 그녀 시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첫 번째 출판된 시는 "레이디의 거울"이었고, 지역 신문에 실렸다. 첫 번째 시집은 1907년 『두세에
벌써 일 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뗄래야 뗄 수 없는 '집콕'. 넷플릭스엔 볼 영화가 없고 티비엔 이미 모두 시청한 재방송만 나오고 있다면? 집순이, 집돌이의 각종 취미는 한 번씩 다 해 봤다면? 영상 구독 서비스,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하루에 과연 몇 줄의 문장을 읽는가. 우리는 모두 현대인이 되기 전 학교에서 문학을 배워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가장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시인은 누구일까. 윤동주? 혹은 나태주? 앞으로의 기사에선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을 제외하고, 우리의 마음까지 살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