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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들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2.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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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들 

조심해야 한다
철물점 주인아저씨처럼 착하다가도
술만 먹으면 난폭해진다
푸에헤, 웃다가 울다가
어느새 소주잔을 아그작아그작 씹으며
아무 여자들한테나 욕을 하고
술판을 쓸어 버리고
여늬 화단에나, 차에나 오줌을 갈기고
백미러를 잡아 꺾는다
도무지 가리는 것이라곤 없으니
물귀신 같아라, 그 작자들
한테 엮여 쓸려가는
광풍노도의 밤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
밤새나 뺑이 친다, 얼척없어
딴엔 나름 세상 가장 속된 소재
속된 사유, 속된 본질이며 방법 기술 따위
속된 삶을 사랑한다는 얘기려나
여인숙 방, 공중변소, 다릿간 기둥에
난무하는 떠블류엑스와이들처럼 느닷없이
속된 갸네 시인들
이유가 뭘까, 낸들 아나?
저 쓰는 사람들 몇몇

 


시작 메모
최머시기라고, 시인인데 시인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소설가인데 소설가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투사인데 투사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농사꾼이면서 농사꾼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천생 술꾼이면서 또 술꾼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농사짓는 투사, 시인, 소설가, 술꾼을 두고 어떤 친구는 이 중 시 쓰는 게, 다른 친구는 농사짓는다는 게, 또 다른 친구는 소설이나 술 잘 먹는 게 최고 부럽다고들. 그러냐? 이 최머시긴 도리어 우리 같은 수수하고 평범하고 아무것 아닌 이들이 엄청 부럽단다. 젠장, 곱슬머리에 옹니에 최씨이니 앉은자리 풀도 안 날 이 최머시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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