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가 크리스마스다. 코로나19로 블루 크리스마스지만 연인에게 랜선으로 사랑 시를 선물해보자. 그렇게 오래된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감각 있는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은 1806년 3월 6일에 태어나 1861년 6월 29일에 사망한 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시인이다. 바렛이라는 이름을 가져야 상속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결혼 전엔 이름과 성이 같았던 엘리자베스 바렛 바렛, EBB로 서명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소네트 14 「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소네트 43 「내가 당신을 사랑
기별도 없이 매서운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를 너무도 당황케 만든다. 손님이 주인이 된 격이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동선을 바꾸고 각별히 살피며 주시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례한 걸까.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정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이다. 미미한 존재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손과 발을 단번에 옭아맨다. 모든 것이 느려졌다. 아니 질주하던 사람의 움직임이 멈추고 물자의 이동과 돈의 흐름이 멈추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외국과 왕래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는 하나이기에 모든 흐름이 막히면 일상이 고립된다. 지
기나긴 고통이 끝나자마자 빗소리가 들려왔소오해 마시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빗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삶이 계속된다는 거외다A Russian Night도 그렇게 이어졌소기나긴 박수갈채가 빗소리처럼 이어졌소퇴장했던 피아니스트 Hélène Grimaud는 세 번이나 다시 나왔소지휘자 Claudio Abbado도 다시 나왔고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일어서서 박수갈채에 답례했소모두가 살아서 황홀했던 밤A Russian Night 는 그렇게 이어졌소.박수갈채 같은 빗소리가 하염없이 이어지면이 숲에서 퇴장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돌아온다오.고통을 견
얼마나 아팠을까저토록 무거운 시간 품에 안고 세상을 내려다보니아비규환에 찌든 오염된 대지병든 지구에 전염병이 활개치고떠오르는 해는 눈 품은 구름 위를 헤맨다잘 닦인 산책로에 목화같은 눈송이가 쌓이고햇살 없는 산책로를 진도개 구름이와 걷는다암덩어리 천지인 세상을 비웃으며암환자 발걸음이 가볍다다른 질병 환자도 함께 걷는다병들지 않은 인생 어디 있으랴아프지 않은 인간 어디 있으랴눈은 내려 쌓이고 밝아야할 아침이 어둡다거리두기 외치는 함성소리 눈발 속에 잦아든다자연질서를 배반한 인간에게전쟁을 선포한 전염병은 더욱 기세
옛날옛날먼옛날에높디높은두마을에서로말도하지않고원수처럼살아가는두집안이있었다네한집안엔랑이총각또한집엔비앙처녀랑이랑비앙이는첫눈에반하더니몰래몰래자주만나사랑의싹키웠다네사랑의싹무럭무럭아름답게자라더군부모님께말씀드려결혼승락받으려니두집안은대대손손원수로만지낸지라랑이랑비앙이는결혼할수없었다네둘은서로부여잡고눈물이강물이라사랑의꽃이피어영원히함께하려랑이랑비앙이는산꼭대기오르더니비내리고뚝그친날쌍무지개뜨더이다랑이랑비앙이는무지개너머나라둘이서로꽃이되어눈물로건넜는데랑이랑비앙이는이튿날사람들이죽은채로봤더이다사랑하는두사람이눈물로떠난자리금새싹이자라더니랑이닮은아티소꽃비앙닮은딸기꽃이아
한국 근대 언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한성순보가 창간된 1883년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한국 언론운동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한국 언론 운동을 통해 본 한국근현대사이자 격동의 역사 속 한국 언론의 고투와 좌절, 변절의 기록이 '한국언론운동사'에 담겨있다.저자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완기 운영위원은 1982년 MBC 입사, 전국문화방송노동조합 위원장, 울산 MBC 사장, 미디어오늘 사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자유언론실천재단 운영위원,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본
두통-마혜경 물고기를 내려다본다머리가 잘린 채 살아있는 물고기머리를 잘라도 죽지 않는 내가짧아진 머리카락을 만지며파닥이는 지느러미를 내려다본다단발머리가 흔들리고 지느러미가 떨리고머리가 잘린 머리는 죽어간다 잘린 머리카락이 나를 찾는다머리가 잘린 물고기는 날 올려다본다물고기 머리에 머리카락이 자라나고그 머리카락이 나를 찾는다 어떤 머리는 죽고머리를 잘라도 죽지 않는 어떤 머리는 자라난다
낡음과 늙음의 찬미낡음과 늙음이 공유하는 말들오래 되다, 헐었다, 너절하다, 쇠퇴하다, 색이 바랬다, 고물색바랜 옷을 입은 색바랜 여자그리고 둘의 닮음삶의 고단한 여정을 간직한 채 버려진 침대저물어 가는 거리에 비틀거리는 남자영하의 날씨에 박스들고 잘 곳을 찾는 노숙자아버지와 동행하는 고물 자전거낡음에서 오는 고풍스러움손때 묻은 손잡이의 광택노년의 여유로움과 평안함내려 놓을 줄 아는 지혜낡음이 아름다운 것은 버려지기 때문이고늙음이 아름다운 것은 죽어가기 때문이다.
너는 가끔 붉은 산을 피운다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봉숭아 손톱과꼭대기에서 흘러나오는 용암들이어릴 적을 떠올리고 있다그렇게 믿고 싶다 아지랑이가 발밑으로 깔린다우리는 그곳에 멈춰등산객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무너지는 세계 속으로 바쁘게 달려 가시는군요너는 헬리콥터를 바쁘게 찾아다니고 구조대는 까만 머리에 새빨간 옷을 입고불타는 나무들 틈에 숨어 안식을 취한다내 코끝을 유영하는 연기들이훨훨 날아 오른다나를 떠나가는 것들은 대부분 고향을 찾아 간다 너는 붉은 산을 마신다나는 너에게 잡히지 않는 불씨를 건넨다춤을 추는 사람들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새해 소망과 2020년 2019년의 해가 저물고, 2020년의 해가 떠올랐다. 새해의 마지막과 시작은 늘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에 이기지 못하고 강릉에 갔다. 차를 타고 3시간을 내리 달려 도착한 강릉은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방한용 귀마개를 두고 온 것이 후회될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안목항을 거닐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2019년의 나는 참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20대가 되었고, 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 나와 비슷한 전국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으며, 대학과 가까운 곳에 거처를 얻게 되
강릉시립도서관(관장 정영미)이 12월 11일(금), 12일(토) 이틀간 『강릉 북 콘서트』를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하여 코로나 블루의 치유를 주제로 시민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예정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북 콘서트는 11일(금) 17시에는 약 1시간 반 동안《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의 공동저자인 이시형, 박상미 박사를 초청하여 진행한다.12일(토) 13시에는 공연작가 미우의 《공포의 새우눈》을 주제 도서로 한 그림책 1인 극장, 14시 30분에는 강릉책문화센터 자체 출
한국 번역 문학은 오류가 많다. 영문과를 나오고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를 하고 교수를 해도 주어, 서술어, 동사, 명사 구분도 틀린 책도 많이 봤다. 어느 교수도 나처럼 번역을 개탄한다. 나도 번역이 완벽하지 않지만 아무리 틀려도 저런 식보단 나은 거 같아 번역을 해보았다. 문학의 부재는 인간성의 상실이다. 외국 좋은 작가들의 많은 시들을 어감을 잘 살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Bard of Avon(에이번의 시인)’, 출생지를 따라 별칭이 붙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를 보이고자 한다.William
나는 카페에 갈 때 메뉴를 고민하지 않는다. 메뉴 가짓수가 적든 많든 내 선택은 항상 정해져 있다. 에스프레소, 더블 샷. 나는 에스프레소가 좋다. 카페에 가면 항상 에스프레소만 주문한다. 테이크 아웃이 안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는 것은 곧 카페인 중독자들에게 뿌리내린 아메리카노 체제에 반하는 것이다. 주문할 때마다 주위 아메리카노 광신도들에게 (이 유형이야말로 추운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이다.) 신기한 시선을 받는 건 이미 적응됐다. 확실히 평범한 기호는 아닌 듯하다. 내
아직 전차가 다니던 시대의 동성중학교 본관은 인접한 혜화동 성당처럼 붉은 벽돌로 지은 2층건물이었다. 누군가가 서대문 형무소 같다고 했을만큼 우중충하기도 했다. 동성학교 건너편 골목으로, 또 낙산 언저리로 과외를 다녔던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말까지 내가 그 학교를 다니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1966년 봄 첫등교 때, 교사들이 교문 안 비탈길에 서서 학생들을 마중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교사는 비탈 맨 위의 큰 나무 밑에 따로 서서 시선을 먼 데다 두고 있었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런 자세로 서 있던 교사, 그 분
거미줄- 마혜경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소설 읽다 잠들어 새벽에 발견한 밑줄처럼간결하고 촘촘하지만 바람이 지나다니는 집 껍데기를 매달아 죽음을 볕에 태우는파티 말고 애도가 한창 진행 중인 곳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 그 집은욕심이 하루만큼이라서어떤 글을 써도 아침이면 빈칸으로 인쇄된다 이슬 속에 태양이 맺혀 문패가 필요 없고거울은 더더욱 쓸모없는주소가 아카시아 줄기와 콘크리트 벽 사이쯤으로 전해지는 이런 집이라면 빈 몸으로 매달려 흔들리고 싶다
골목오래된 골목을 접어들면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골목은 아이의 놀이터였고세상 삶을 배우는 학교였지요.거기에는 수없이 많은 놀이가 있었고놀이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답니다.사람 하나 겨우 빠져 나오는 고샅을 벗어나면 말이지요.수많은 길을 걸었지요.그 많은 길을 걸으면서 지나친그보다 더 많은 길이 있었구요.지금도 얼마 남지 않은 길을 걷고 있고요.'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골목길을 벗어날 때는 나도 몰래 지나온 길을 뒤돌아봅니다.길 위에 떨어진 나의 시간들과 그리움을 한번 더 보려는 거지요.세상을 향한 걸음을
나는 충만하지 않다고 느낀다누군가 내게 집 밖은 위험하니 잠자코 있으라 말해줬으면 싶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당연한 것을 안다 근데 사람이야 나조차도 증오 덩어리인데 선한 노인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다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동굴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따라오는 애인이 생겼으면 어떨까글이라고는 내 글밖에 모르는 애인근데 애인도 사람이겠지내 동굴을 내어주면 툭 발로 차버리지 않을까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가득 차있는 모습은 근사하겠지부엌 한 켠에 과자상자처럼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것언젠가 내 기분이 허무해질 때가
시창작 교실 7 윤한로내 스물서넛 살 대학 때 등단하공고등학교 문학 선생질 36년 만에겨우 낸 첫 번째 시집'메추라기 사랑노래’ 그걸 또 읽공시 쓰는 대학 동기 하나가 문자를 보냈는데오합지졸천방지축시러베 잡놈들먼먼 변방 것들이니들로 구들 깔고주추 놓고 기둥 세우고 지붕 얹고월려, 거기 추임새까지 넣어어엿한 집 한 채순한 목수처럼 뚜딱 지었으니여라고맙고나 다른 것도 아니고나,나를 목수라 하다니너무 고마워 몸둘 바를 모르겄구나 시작 메모그때 여기저기서 내 시는 전혀 시적 긴장이 없다, 발상이 밋밋하다, 비유, 상징, 메타포 따위가 약하
낮잠너 때문인 줄진작 알긴 알았는데 동지가 가까이 오니네가 미워!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모르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1.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2.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이 휘두른다이게 이해하기 쉽다조직에 충성하는 괴물권력에 주눅드는 선출권력진실과 정의 팽개치는 패악과 함께하는 기득권그 추운 겨울 언 손 비비며 어깨동무하고 밝혔던 촛불소중한 '촛불의 꿈'을 짓밟으려는 난동이 일어나도국민들이 부여한 촛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