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몫으로 얼마를 책정할까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헤어져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토록 뇌쇄적이고 뛰어난 몸매의 여인이 오늘 저녁 내내 다정한 눈빛과 정겨운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을 대해준 것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고, 필름을 되돌려보며 그 세세했던 순간까지 복원해내려고 애를 썼다. 블루로얄 호텔 로비에서 만났을 때, 외국여성들의 몸매에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빛을 발하던 그녀의 자태, 보쌈집에서의 소주 한 잔, 그리고 음식점 뒷골목으로 해서 우아한 카페로 이어지던, 달빛이 밝혀
한 자리에 앉은 남녀가 헤어질 땐 이별의 아픔이 밀려오는 법이었다. 여기가 대동강 부벽루는 아니지만, 눈앞에 강이 흘러 눈물을 보탤 수는 없지만, ‘수상한 카페’라고 남녀가 동석하는 무대가 있고, 위장으로 흘러드는 술이 있어 눈물보다 뜨거운 욕망이 솟구치니 남녀의 이별은 언제 어디서나 가슴을 울린다 하겠다. 특히 만지면 느낌이 바로 오고 만지지 않아도 느낌이 시나브로 오고 있는 마담 ‘살찐 뱀’을 현장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배삼지 국장의 가슴은 크게 쓰라렸다. 쓰라렸다기보다 아려왔다. 왜 우리는 만난 지 두어 시간 만에 헤어
수상한 카페의 ‘살찐 뱀 같은 마담’이라고 하자 느낌은 오는데 그 구체적인 모습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독자 제위가 계신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셰어’라는 미국 여가수를 소개할까 한다. 지금 그녀의 나이 어언 60이 넘었는데 세상의 위대한 디바가 다 그렇듯 나이를 초월한 아우라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다. 무대에 서면 무대가 좁아지고 노래를 하면 듣는 이의 가슴에 숱한 불꽃을 일렁이게 한다. 검정 망사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를 굳건하게 무대에 딛고, 때로 엇박자로 내딛으며 누비는 모습은 가히 여전사를 방불케 한다. 마이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