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맡에서도 거짓말 하는 여자 왕년의 영화배우이자 이혼녀인 장화자가 자칭 사업가인 강호영과 모텔에 들어, 작업에 들어 갈 생각은 않고, 근래 몇 번의 만남을 가진 바 있는 김 감독을 떠 올리며 그를 배신하고 있다는 쓰잘데 없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김 감독이 지금 집 앞에 와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요즘이 조선시대인가. 남의 집 앞에는 왜 와 가지고 집 안에 계시냐는 등 문자질인가. 적어도 하루 전에 어니면 오늘 오후에라도 문자를 넣어 출타 여부를 확인하고 집 앞으로 가면 잠시 뵐 수 있느냐고 문의를 했어야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욕실에서 수 건 두 장을 이용해 몸을 정갈히 하고 그 몸에 대형수건을 감고 룸으로 돌아오자, 자칭 사업가인 강호영은 잠시나마 그 수건이 되어 그녀를 상 중 하로 골고루 느끼고 싶었다. 그런 다음 사랑이라는 걸 본격적으로 좀 나눠보고 싶었다. 좀 전에 당나귀 형님께서 전화해 내일 경마장에서 보자고 하였는바, 욕구를 충분히 해소해 몸의 긴장을 푼 다음 명징한 정신으로 경주마를 잘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이란 게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고 말을 잘 다룬 나라가 영토를 확장하고 세계를 정복한 걸 생각해보
느낌의 차원으로 때는 밤이었는데, 자칭 사업가인 강호영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약 30분 전 모텔로 입장하였다. 벗지도 않고 ‘여자를 사랑해 본 적 있느냐’는 등 실없는 소리만 하던 장화자가 마침내 수건 두 장을 갖고 욕실로 입장한 후, 강호영은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축구를 보다가 당나귀 형님의 전화를 받고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당나귀 형님을 과천 경마장 화장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때 형님께선 힘없이 끊어지는 오줌 줄기를 뿜으셨고, 이후 마지막 레인까지 파한 후 어깨가 축 처진 채 경마장 광장을 걸어가며
불쌍한 사람을 보니 강호영은, 장화자가 샤워를 하는 동안 알몸으로 모텔 침대에서 축구를 보다 말고 ‘내일 경마장에서 보자’는 당나귀 형님의 전화를 받고 잠시 형님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작년 겨울이었다. 그날따라 과천 경마장엔 많은 벗들이 모여 환호하가나 낙담하거나 에이 하고 아예 포기하거나 그래도 마지막 찬스를 보겠다고 각오를 다지거나 하고 있었다. 마지막 레인을 앞두고 화장실에 간 강호영은 옆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사내가 유독 힘없는 오줌줄기를 뿜으며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뭐 돈을 잃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힘없는 오줌줄
낮달 윤 한 로산비탈 따작 밭둑머리점심 참 낮달이 걸렸네엄니보리밥 한 덩이 훌훌 물 말아 먹곤 바가지 채, 마치 거게 가 엎어 놓으셨네돌라보면 지지리 지지리도 복도 복도 많으셨다니놔 두오그만 좀 하오 괙괙거렸소만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꾸역꾸역 일만 하시더이후레자슥 시작 메모 나 이제 풀 깎을 줄도 모르오. 형님이나 나나 먹고 살다보니 시간 내기도 힘들고 벌초는 꿈도 못 꾸니. 그래 어머니 곱게 태워 연천에 계시던 곳 나무 밑에 뿌려 드렸소.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서들, 그 나무 어디메쯤인지 우리 벌써 잊어 먹었소만. 남들 성묘갈 때 이
장화자가 ‘여자를 사랑해 본 적 있느냐’고 물어서 강호영은 ‘그런 넌 남자를 사랑해 본 적 있는냐’고 재치 있게 되물어주었는데 고작 돌아온 대답이 “난 인생을 사랑해” 였다. 인생? 좋지. 근데 인생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폼 나는 인생, 그저 그런 인생, 구질구질한 인생이 있는 것이다. 물론 왕년의 여배우이자 몸매와 열굴이 되는 그대는 폼 나는 인생을 구가하고 싶겠지. 하긴 어떤 인생인들 폼 나고 싶지 않겠나만은 이 여자는 그게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미모에 뇌쇄적인 몸매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으니 어떻
길 윤 한 로가막산 툭 불거진 산날가지 초군(樵軍) 자욱 길 아마득하다한물간 늙다리 나무꾼들 옆탱가리 비스듬 지게 지고 올랐다종종 나물 뜯는 용한 여편네들서껀고사리 캐랴 갔다아마 옛날 임꺽정이, 배돌석이 같은 큰 도적 양반 털고 내뺐다지 새들만 똥 찌그리며 노는 하늘 길죄진 사람 아무도 갈 수 없네 해진 입성 걸치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이슬들 낸 길시작 메모햇빛 좋은 날이다. 강화도에서 나온 형님이 ‘젠장, 이런 날은 망둥이나 말렸으면 딱 좋겠다’ 한마디 한다. 이제 할 게라곤 망둥이 말리는 일 하나, 일흔도 훌쩍 넘긴 노인장 살아
새들네 시간 윤 한 로갸네들 언제나 오 분씩 늦네일찍 자건늦게 자건그래 오 분 늦춰도오 분 앞당겨도 꼭 고만큼 늦지라더두 아니고덜두 아니고딱 오 분가지가지 하는구랴찍힐지라도 잘릴지라도날자꾸나, 입때만은 훨훨푸른 풀들 시간흘러가는 구름 시간접때 붕어 형님 같은 순 골통들새들네 시간시작 메모장그르니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건 병에 걸리는 일 뿐이란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것이고, 병원 생활이란 으리으리한 저택 생활과 같은 것이랜다. 만일 부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형님 윤 한 로늦가을 볕 눈부시고 쨍쨍하다원, 닌장맞을이런 날일랑망둥이서건 말렸으면 딱 쓰것구만소주 한잔 하면 또 고생 고생서검도가 그리버갈수록 쓸쓸코심심쿠나유난스레 오줌발 짜른칠순 형님시작 메모사오년 해방동이 형님은 트럭 조수도 따라 다니고 진주 조개도 기르고 학교 책일도 하고 서울 신림동 꼭대기에서 연탄집도 하고 또 서검도라는 데를 들어가서는 앙고라 토끼인가 키우다 돌 져 나르며 바다 간척도 하고, 안 해 본 일 없어. 어째 보면 아버지 어머니 때보다 그 고생 훨씬 심했다. 생각하니 존경스럽고도 미안하기 그지없다. 현대를 사는
붕어 선생 윤 한 로왕년에 좀 놀았쟤가방 속엔 노상 빨간 벽돌 한 장끔뻑끔뻑 철밥통 붕어 형님당구에 막걸리에 바둑에우리 또 이런 형님들 좋아한다잘리면 뭐 할라요하믄 기원에서 실컷 바둑이나 둘란다더이 ‘떠날 때는 말없이’ 그예 가고 말았구나뻐끔뻐끔 붕어 선생지읍던 학교 이제 바깥에서 때 빼고 광 내공 한 콧김 쐬쇼시작 메모코에 단내가 나도록 뒷목이 으득거리도록 눈알이 뻑뻑하도록 서류를 하고 입력을 하고 행정을 하고 했더니, 어찌된 셈인지 쓰기도 싫던 시가 지겹던 시가 가슴 속 샘솟듯 한다. 모기도 바퀴도 용가네도 방충망도 호박도 싫어
이슬비 벤치 윤 한 로꽃이 있던 자리에꽃은 없고향기만 남았네아뿔싸그 향기 너무 강해그만 코를 움켜쥐었네이슬비 내리는 벤치 위형님 한 분잠시 화장실을 다니러 간 듯소주 한 모금불가사리 귤껍질 마음 쓰려은총 주소서, 묵주 일단을 바치네시작 메모형님은 빈센트 반 고호의 얼굴을 하고, 형님은 빈센트 반 고호의 모자를 쓰고, 형님은 빈센트 반 고호의 외로움을 풍기고, 형님은 언제 어디서나 외로움을 뽐내고. 형님을 시인이라고 생각하니 시인답고, 형님을 신부님이라고 생각하니 신부님답고, 형님을 꽃이라고 생각하니 꽃답구나. 보아라, 들판의 들꽃
당신에겐 블공평해 보이겠지만 아래와 같은 인생도 있다. 40대 중반 나이에 정부 모처의 국장직을 수년간 수행해오고 있는 이 남자, 가출이라곤 한 번밖에 하지 않은 고 2 딸이 오늘도 방 안에 틀어박혀 있고 사소한 폭행과 절도가 각 1회에 그친 중 3 아들은 올해 들어 자숙하고 있다. 그리고 팔순 노모는 시골 형님께서 어제도 오늘도 차질 없이 모시고 있다. 남자의 아내로 말하자면 비록 집 안에서의 행실과 골프장이나 문화센터나 고급 식당을 드나들 때의 태도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동창과는 두 시간에 걸쳐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만 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