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윤 한 로시인은 비록 떡칠을 할지라도 유명한 시인보다 이름없는 시인이진짜 시인답다 허구한 날 이불 속 괴로움에 몸부림치며훨씬 세다 거칠다, 이상도 하지?한갓 버러지 같은데깊은 밤 어둠 속에 홀로 떨어지니 버려지니덕지덕지 온갖 누더기들 떡칠들눈부셔라이름하여 개똥 시인이시니두고 보라시작 메모 아픔과 부끄러움과 자괴감, 자기 연민 따위가 떡칠하듯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들이여. 무비유 무장식의 몸부림들이여. 내 눈에는 빤드르름 잘 썼다는 시들보다 꾸물꾸물, 덕지덕지 떡칠하듯 못 쓴 시들이 훨씬 좋시다. 원래 개 눈에는 똥만 보이오.
홍어 윤 한 로아리고 쓰고뒷간 어둠 다 빨아먹고 삭을 대로 삭아 무지막지 바다 불 바람처럼 북두갈고리 뱃놈처럼 사나운 맛입천장 홀랑 까지며 코 비틀어 쥐고 눈 딱 감고 배웠네만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좋고 깊어지누그 몹쓸 맛시작 메모 세례를 받고 대부님께 가장 먼저 배운 건 기도도 아니고 말씀도 아니고, 홍어였다. 이적지 이것도 못 한단 말여. 대관절 자네가 뭐이길래? 이 귀한 걸, 이 좋은 걸, 이 끼끗한 걸. 그래 눈 딱 감고 배웠다. 입천장 홀랑 벗기던, 뒷간 잿더미 인분 냄새 그 옘병할 맛에 깜짝 놀라며. 아무튼 나도 이젠 대
복만이 윤 한 로모르는 풀이 없고모르는 나무가 없고모르는 새가 없고모르는 돌이 없고모르는 길 없고모르는 고개 없고 모르는 물 없고모르는 처자가 없어모르는 과부가 없어모르는 노래가 없어모르는 얘기가 없어나는 새도 떨어뜨릴쳐이보다 일 잘 하는 이 아무도 없네너나 내나 이나 저나 다 맘먹네나이보다 마음씨 좋은 이 아무도 없네방앗간 머슴사는 복마이 형, 세상에이런 끼끗한 놈팡이 어디에서 또 얻남시작 메모그렇다고 동규네 복만이 형이 뭐, 모르는 어둠 없고, 모르는 슬픔 없고, 모르는 외로움 없고, 모르는 바람 없고 그렇다는 건 아니다. 맘씨
여배우가 영화를 볼 때 영화감독 김과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보쌈에 소주를 먹고 산책을 좀 한 다음 그 외양이 뉴욕을 방불케 하는 카페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다음 코스로 선택한 곳이 영화관이었다. 영화감독과 여배우가 영화관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일반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감독과 여배우는 영화 관련 일 때문이 아니라 남과 여로서 데이트의 한 코스로 영화를 보는 것이어서 일반관객과 차별을 두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실로 직업적인 견지에서가 아니라 순순한 관객의 입장에서, 또 일반관객들이 그
나한테 어느 정도 돈을 쓸 건데? 40대의 동영상제작자는 여자 종업원을 불러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여배우 미나는, 우리의 감독이 예전에 손수 계산한 적도 드물었지만 계산할 땐 주로 현금을 사용한 걸 기억해냈다. 아마도 카드조차 발급받지 못하는 신용 9등급인가 싶었다. 그런데 오늘 떡하니 카드를 꺼내, 보기에도 일반 카드가 아닌 금빛 나는 프리미엄처럼 보이는 카드를 꺼내 손수 계산하기 번거롭다는 듯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결제해오라고만 하니 웬만한 자신감 아니고는 그럴 수가 없었다. 미나는 종업원이 성이 난 표정으로
서울의 밤에 이렇게 해서 도시의 하루는 저물고 있다. 대기업 상무였던 자가 대리기사가 되어 모는 BMW의 뒷좌석에는 40대의 동영상 제작자와 사진모델 고대해가 나란히 타고 있고 차창밖에는 도시의 어둠이 깔리고 있다. 어둠이 깔릴수록 불빛들도 살아나 낮에는 가려져 있던 대도시의 숨은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 아니 부유하고 있다. 돈냄새, 분냄새, 거래의 냄새, 욕정과 배신의 냄새 등이 거리를 부유한다. 아무도 단란한 가정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무도 믿음과 우정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 범죄와 한탕 같은 얘기들이
별 윤 한 로개미 컨테이너 온종일 앉아 착한 마음 구두를 닦는다허리 구부려 늦은 밤 맑은 영혼열쇠를 깎고 도장을 판다선생이시구나반백의 흐트러진 머리 치켜들면 카아, 어둠 뚫고 떠오른 인생 한모금 좋더라 푸른 밤 바다얇은 다리 금방 노 저어 갈지니삐걱이는 두 짝 잎새 다리여*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 하면내 오른손 그 솜씨도 잊혀져라* 구약 성경 시편 136장에 나오는 구절시작 메모아, 시답지 않은 대학이니 뭐니. 내 일찍 진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좁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진종일 틀어박혀 구두를 닦고 열쇠를 깎고 도장을 팠어야 하는
모닝 커피 윤 한 로웃기는 짜장면들이!끼고 있네 오늘도엄청 달고 진하게이백냥 종이컵 커피 한 모금노트북을 부팅하고, 노트북에 대고 고사 지내듯 또 한 모금기분 꿀꿀한 아침 새우처럼 휜 허리로 시작 메모과장인지 부장인지가 바뀌면 캄캄한 새벽 어둠 속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들 정말 많다. 가뜩이나 기분 꿀꿀한 출근 시간, 십분에서 삼십분, 마침내 한 시간을 앞당기는구나. 우리 같은 허리 휜 새우 인간들 그저 맛이 간다. 밀려오는 꿀꿀함 씻을 바 없어 아침마다 자판기 종이컵 커피 한잔 달고도 진하게 뽑아마신다. 웃기는 짜장면들 같으니. 오
새벽 불빛 은행잎 윤 한 로저벅저벅 가을 꼭두새벽 긴 골목길왱하니 그리움 한 마리 느닷없이 눈 속으로 뛰어든다‘생뚱맞다’-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속눈썹 눈물 글썽 바다에 빠진다촉촉이 젖는 젖어 씹히는 모기 한 마리 낙타 한 마리내 눈이 잡아먹었구나열라, 찝찔한 맛눈이여, 낙타 한 마리 배터지도록 잡아먹었으니 힘내라찬 바람 샛노란 불빛 은행잎들 도끼로 빚듯 한 바지기 똥으로 퍼올리듯눈이여, 힘내라시작 메모가을이 깊었다. 차가운 새벽 길을 걸어간다. 길바닥은 샛노란 은행잎으로 돈짝이 깔린 듯 온통 너저분하다. 이미 배부른 이 도
산 윤 한 로높은 봉우리 깊은 골짜기마다사람들 다 있다울긋불긋, 깔깔대며, 손뼉치고 바싹 말라 폐쇄된 약수터꼭대기 팔각정 가는 길은 인전 잘못 들어도 다 만나누나반질반질 아까시 노간주 나무 뿌리를 드러낸깡마른 산닳고닳아높이와 깊이와어둠까지 잃고더는 가릴 것도 없어밤이고 낮이고 연신 앓는다들창코처럼 뻥 뚫린 터널로다 군데군데 변태성욕자들 눈길 휘파람만 느끼하니 감치는 산, 산사랑시작 메모산을 멀리서 보았을 땐 무척 신비스러웠다. 구름과 안개가 푸르게 휘감은 산 속에는 호랑이, 산신령도 있고 선녀도 있고 애들 간 빼먹는 문둥이들도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