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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55) - 서울의 밤에

서석훈
  • 입력 2013.05.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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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서울의 밤에


이렇게 해서 도시의 하루는 저물고 있다. 대기업 상무였던 자가 대리기사가 되어 모는 BMW의 뒷좌석에는 40대의 동영상 제작자와 사진모델 고대해가 나란히 타고 있고 차창밖에는 도시의 어둠이 깔리고 있다. 어둠이 깔릴수록 불빛들도 살아나 낮에는 가려져 있던 대도시의 숨은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 아니 부유하고 있다. 돈냄새, 분냄새, 거래의 냄새, 욕정과 배신의 냄새 등이 거리를 부유한다. 아무도 단란한 가정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무도 믿음과 우정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 범죄와 한탕 같은 얘기들이 불빛 속에 흐르고 있다. 서울은 수없이 밤을 맞이하고, 누가 성공하건 누가 전락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간다. 그 냉정한 서울의 밤에 기대어 수많은 도시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이별을 하고 배신에 몸을 떤다. 서울의 밤, 그것은 분명 인천의 밤과 다르고 부산의 밤과 다르고 목포의 밤과도 다르다. 그것은 뉴욕의 밤과도 다르고 북경의 밤과도 다르고 동경의 밤과도 다르고 파리의 밤과도 다르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과도 다르다.
서울의 밤은 행복과 불행, 행운과 불운 그 모든 것이 뒤섞인 채 끝없이 흘러가는 은하와 같이 명멸하며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 간 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같은 밤은 없는 것이다. 하루에 단 한 개의 밤이 존재하고 그 밤은 가고 나면 소멸되고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수많은 파편을 남기고 2013년 5월의 어느 날 밤은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반복되지 않는다. 누구는 그날 밤의 사랑을 일회용이라 치고 누구는
영원한 사랑이라 지칭한다. 영원한 사랑 운운은 흔히 젊은 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녀들은 사랑이 영원한 것이라 믿었고 자신의 믿음에 자신의 전부를 걸곤 했다. 그녀들은 그 사랑이 성취되지 않았을 때 자살이라는 시도도 하곤 하였다. 물론 요즘은 그러한 여성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비록 사랑이 깨졌다 해도 자살은커녕 폭식하며 외로움과 상처를 잊는 편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사랑이란 수시로 생겨났다 없어지며 외모 학력 직업 연봉 등에 따라 어떤 놈이 내 사랑이 되었다가 말다가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지금 승용차 뒷좌석의 고대해는 30대 중반의 이 나이에 사랑이란 걸 겪어볼 만큼 겪어보았는가? 그녀는 남자를 몇 만났고 그중 70퍼센트는 육제적인 관계를 맺었고 중요한 건 지금은 다 헤어지고 남자라는 건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동영상제작자가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프로모델 고대해에게 접근한 것이다. 접근해 정식 A 코스와 와인을 대접하고 이제는 이렇게 집에 모셔다 드리고 있는 것이다. 사내란 숙녀가 포즈만 잡고 있어도 이렇게 알아서 모시곤 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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