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추적추적, 떡갈나무잎사귀 가을비 내리고때로는 엉뚱하게채석장 가는 협궤 열차 철로변그 시절 황혼 여인숙에 들고 싶네허름한 연장 가방 하나비스듬 어깨에 메곤숙박부에 조금, 거짓 이름 주소서툰 글씨 몇 자로 깃들고 싶네단, 하룻밤만창턱 모과 물주전자 쟁반 물컵지저분한 천장에 야광 별 뜨고값싼 외로움의 장사치들,허투루들과 함께 묵고 싶네소멸이 소멸을 어루만져도, 이렇게끝이 끝을 껴안아도 되는 것인지되묻고 되물으며, 언뜻 벽 너머 얇은 괴성나 정처 없는 낱말이, 행간이 되어 시작 메모‘그냥’은 그냥이 아닌 것들보다 더 괴로웠다. 더 슬펐
옷인천 송림동말번지에 살 때 어머니옷 살 돈마저 없어문종이로 옷 지었네희한한 종이옷 한 벌그리곤 억지로 입혔네먼저 단추 하나 뜯어지고사마귀 잡다가 또 하나 뜯어지고야구하다 팔꿈치 한쪽 떨어지고곤지란 놈하고 싸우다바지 다리 한쪽 떨어지고고새 여우비 오니남은 팔과 다리, 어깨마저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었네그것도 옷이라고우리 어머니 반나절은 시치고 말라 지은문종이 옷, 황금 갑옷을 입고 나간 듯쪽팔렸지 시작 메모성경(로마서)에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를 읽을 때면 어머니가 지어 준 종이옷이 떠오른다. 빛의 갑옷이란
귤 아들 하나 딸래미 둘파란 액정 속 활짝 웃는다방구 냄새 나는 귤시금털털한 귤검정 비닐봉다리 속에끽, 삼천 냥어치 사 들고갈짓자 걸음고래고래 소리지른다찬 바람 찝찔한 눈물삐리삐리한 아부지이마트 사거리 온갖 빵빵거림 뚫곤푸헤헤헤헤비키지 않을란다, 탱크처럼 시작 메모삐리삐리한 아버지들을 좋아합니다. 가난을 좋아합니다. 작고 못난 식구들을 좋아합니다.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모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귤을 좋아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젊던 아버지 시절, 직장에서 종일 시달리다가 퇴근하고, 염소 같은 우리 시시껄렁한 동료들과 술 한잔 꺾
에 이은 윤한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다시문학)의 전체적인 어조는 투박하다. 시집이가기보다 격정의 토로요 길들이지 않은 야생의 거친 파이터 기질이 뚜렷하다. 우아하고 세련됨을 추구하는 클래식 작곡가인 내 눈과 귀에는 간혹 눈살을 찌푸리고 가슴을 돌주먹으로 세게 맞은 듯 헉하고 심호흡이 내뱉어진다. 하지만 세상을 겪다 보니 이런 사람일수록 겉과는 다르게 소심하고 낯가리면서 여리더라. 쓰는 글과 일상에서의 인물이 매칭이 안되는 경우가 많더이다.102쪽의 은 윤한로가
글을 읽는다. 하얀 종이 위에 누군가의 마음이 펼쳐져 있다. 글을 써내려가는 당시의 상황과 생각, 때로는 숨겨진 의지까지 느껴지곤 한다. 글쓴이는 알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숨소리마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글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순간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마음, 감정, 때로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비밀이 기어 나오기도 한다. 결국 글이라는 건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넘어 세상을 향한 자신의 외침이자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한 한 사람의 노력이라는 것. 비록 눈에 띄게 세상을 변화시키지
눈물내 눈은말오줌나무잎사귀눈 슴벅슴벅왠지슬풰어린말자지나무잎사귀대추 넣고 달여 먹으면다리 쑤시는 데도엄청 좋다던데 시작 메모암, 눈물은 깨끗하지. 기쁨보다 엄청 깨끗하지. 또 슬픈 눈물 때문에 떠오르는 말과 오줌과 나무는 서로 얼려 아주 깨끗할 걸. 그런데 우리 힘 겨운 두 다리는 아무리 슬퍼도 울 수 없어. 그저 쑤실 뿐.
갈 길언제부터인가 나는 가장앞입니다뒤마저 뺏겼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나보다 벌써, 천천히나보다 더 빨리, 늦습니다해님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습니다그럼 가나요두 팔 짐짓가위처럼 치켜들고가,갑자기동막 갯벌 꽃게같이앞으로 앞으로, 그러나 가도 가도옆, 옆앞으로 갑니다 시작 메모두 번째 시집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를 내면서 이 시를 첫 시로 집어넣었다. 가재골로 내려와 살면서 낮고 겸손한 마음 갖고자 발버둥(?) 쳤으나 이미 나보다 더 낮고 겸손한 사람들 쌔고 쌨더라. 이제 와서 겸손이라니, 또 처절하지 못한 겸손이란 얼
촛불 매형에게, 다시 쓰기1.그곳에가고 싶다들고 싶다외치고 싶다진실과 정의북받친다나 아무것도 아니지만네까짓 게 뭐냐 하겠지만서도나 아무것도 아니기에막, 가고 싶고 들고 싶다2.하늘엔 예쁜 별그 아래 비스듬 애들 키만큼눈썹 달 하나 그리고 나비록 가재골 머리 허연 노땅이지만3.촛불 드는 토요일이면 가고 싶습니다남부터미널 김밥집 앞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고벌 치는 사람처럼 버섯 캐는 사람처럼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합류하고 싶습니다시대가 아무리 타락해도, 막가도 기름져도진실과 정의, 무엇보다 양심 지니고 사는언년이 언놈이들,
들꽃작고 여린그리하여 우리 아주 보잘것없는들꽃이 되고 싶네가짜들꽃아닌 하늘하늘진짜 들꽃이왕보담도 짐승들보담도훨씬 잘 차려 입혀 주신다기 시작 메모곰곰 생각하니, 국민학교 4학년 때 덕수네 다락에서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별을 보던 그 무렵이 나한테는 진짜 들꽃 같았다. 다들 꿀꿀이 죽 먹고 와리바시 깎으며 루핑집에 살았지만 덕수도 착했고 나도 참 순수했다. 지금 같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무얼 볼 때나 들을 때나 말할 때 그때로 돌아가 듣고 보곤 한다. 내 마음 개똥갈이 밭뙈기 한 구석 염소 말목쟁이 곁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들꽃 같기
윤한로 시인이 ‘메추라기 사랑노래’라는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낸다. 10여년 전부터 인터넷 매체에 1주일에 1편 이상씩 연재하면서 줄기차게 시를 썼다. 시인의 본격적인 시 쓰기는 1981년 신춘문예에 동시 ‘분교마을의 봄’이 당선되면서다. 이 작품은 일반 시에 못지않은 뛰어난 비유와 함축성을 보여주는 수작이다.시인의 동심은 삶의 고뇌와 본질에 대한 깊은 인식에 뿌리박고 이를 수준 높은 반어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숙한 언어를 통하여 다시 동시를 훨씬 넘어서는 동심을 형상화해 내고 있다.시인의 가족에 대한 애정, 특히 소
다시 병신춤그딴 춤이야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장소팔이 성님처럼 추면 되지옥진이 누님처럼 추면 되지장에 소 팔라 가듯이아니면 봄날 비탈에 뚝방에이른 쑥 캐드키 밭두럭 타고 오줌 누드키후여후여 다릿간이란 다릿간마다다 찾아가 추리다역전이란 역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아니야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그래애이,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다더라병신스러이 병신스러이 추리요접시 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어 버릴라아프게 아프게 추리요공갈로 아주 공갈로이쁘게 이쁘게 추리니헤프게 헤프게 추리니우리가 말이요양재기 들고 추리다바가지 들고 추리다부지깽
물푸레그대 나에게가고나 그대에게오고나 나무의 말 들었네나무 나의 말 들었네 시작 메모‘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는 나무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 한 자락이다. 그대 내게 (오기 먼저 나 그대에게) 가고, (또) 나 그대에게 (가기 먼저 그대 내게) 오는 것이다. 그 나무 곧 물푸레나무다. 뿌리로 골짜기 물을 빨아들여 돌 틈 속 줄기를 키우고, 마침내 뻐드러진 억센 가지 한 끝 굽히고 굽혀 물속에 드리운다. 다시 그 물 온통 맑푸르다. 그러나 그 물푸레 해거름녘 물푸레이어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