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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생활기 1 (확진부터 입소까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2.25 19:13
  • 수정 2021.12.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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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매일 7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대한민국 국민 중 1/100이 감염된 마당에 학교, 직장발 코로나 전염이 처음도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반이요 옆의 짝꿍이라고 하니 조금 심각했다. 그 즉시 아이와 엄마가 선별 진료소에 가서 PCR검사를 받고 다음 날 아침(22일) 보건소로부터 둘 다 양성이라는 전갈을 받았다. 가장 마지막으로 학교에 간 게 17일 금요일이었고 큰 아이도 온라인 수업 기간이라 접촉자가 많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사이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통하고 큰 아이 온라인 수업 끝나는대로 필자와 둘이 가서 검사를 받았다. 23일 오전, 큰 아이는 양성, 필자는 음성이 나와 필자만 1월 2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나머지 3명은 24일 1시 30분 경에 앰뷸런스를 타고 분당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다. 음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꺼림칙하고 23일 밤부터 목이 칼칼해서 24일 아침 일찍 다시 서초구청 선별 진료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혼자 하루를 보내고 눈을 뜬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9시도 못되어 02-2xxx-xxxx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성용원님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두둥

치료센터 입실과 함께 구비된 물품들, 2리터들이 생수 6병과 세면도구, 수건, 휴지 등의 위생물품이 지급된다.

기본 신상 정보를 묻는 전화에 이어 역학조사관이 먼저 동선을 조사했는데 작은 아이와 애 엄마가 양성을 받은 22일 아침부터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었다. 22일 큰 아이와 같이 받은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센터 입소 전의 가족들을 챙기기 위해 혼자 마트에 다녀온 게 다였다.(23일 아침에 22일의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고 생필품 구입을 위해 잠깐 나갔으며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등 감염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자가격리 문자를 24일 오전에 받고 24일의 재검사를 통해 25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깔끔한 침구류와 널찍한 침대
깔끔한 침구류와 널찍한 침대

그다음은 보건소 의사선생님이셨다. 증상이 어떻냐? 언제부터 아픈 거 같으냐 등등 꼼꼼히 물어보시고 아직까지 다행히 입천장이 까끌까끌한 경미한 인후통과 등 쪽이 뻐근한 근육통 빼꼰 무증상이나 마찬가지인데 자택 치료냐 센터 입소냐 원하는 걸 선택하라고 했다. 어차피 코로나 확진자 동거인으로 최소 1월 2일까지 자가격리 지침을 받은 입장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열흘 가까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일 순 없는 노릇이다. 센터 입소를 선택하니 다시 이송에 대한 세심한 안내와 1시 30분에서 2시 30분 사이에 이송차량이 오니 준비하라는 문자를 받고 1시부터 짐 다 챙기고 전화만 오면 나갈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어찌된게 3시가 되어도 오지 않아 초조해하던 와중에 서초구 보건소라고 선명하게 붙어 있는 마크를 단 하얀색 벤을 타고 서초구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왔다.

전자기기 반입이 허용된다. WIFI도 빵빵하게 터진다. 미디어피아 전문기자로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사명감에 불탄다.
전자기기 반입이 허용된다. WIFI도 빵빵하게 터진다. 미디어피아 전문기자로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사명감에 불탄다.

전화를 통해 집 근처 남부터미널이라고만 안내를 받았는데 5분도 안되어서 도착한 곳은 필자가 수십 번 뻔질나게 지나다니면서 '왜 이 건물은 영업종료인데 매각도 인수도 안 하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거기였다.(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밝히면 안 된다고 한다.)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배정된 방으로 입실, 예민한 성격의 필자에게는 모텔을 개조한 독방이어서 타인과 같이 쓰지 않아 서로를 위해 천만다행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세계 여러 곳을 어렸을 때부터 돌아다니고 모텔 투숙을 많이 해본 필자에게는 모텔 객실같은 원룸이 그저 따뜻하고 아늑하게만 느껴졌고 햇볕이 들어오지 않은 건물 틈바구니의 쪽 창문이 다였지만 집에서 혼자 견딜 각오를 하다가 여기 들어와 나라에서 주는 밥 꼬박꼬박 챙겨 먹고 체계적으로 진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안도가 될 수 없었다. WIFI도 빵빵 잘 터지고 욕조도 있고 난방도 잘된다. 오늘이 남들 다 쉬고 노는 크리스마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나와 일하면서 본인들의 힘듦은 둘째치고 확진자들의 놀람과 황망함을 먼저 헤아리면서 따뜻한 응대와 보살핌을 해주는 의료진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가가 날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욕조와 세면대에 지급된 용품과 함께 집에서 가져온 개인 로션을 올려놨다. 스킨, 로션, 면도기, 쉐이빙크림 등의 개인위생용품과 생리대 등의 여성용품은 개인이 지참해야 한다. 서초구 생활치료센터에서는 B마트로 개인이 온라인 주문하면 음식물 류를 제외하고는 택배가 가능해 식사 때 같이 전달해준다고 한다.

짐을 풀고 센터 앱을 깐 다음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입력했다. 이걸 이제 내일부터 오전 9시, 오후 5시 시간 맞춰 건강 정보에 올리면 된다. 아침에 빵 하나 먹고 하루 종일 긴장된 상태에서 보냈더니 허기가 몰려왔다. 이럴지 알았으면 간식거리라도 좀 챙겨왔을 건데 방에 들어오니 보급된 삼양라면 6개가 젓가락이 없어 그림의 떡이었다. 6시가 되니 도시락이 배달되었다.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첫 도시락!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첫 도시락!

온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다행인 건 이제 1일차인 필자를 제외하고 다른 가족들은 두통과 근육통 등도 사라지고 별 탈 없이 잘 회복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필자도 별 특이한 증상을 못 느끼고 있다는 거다. 내일은 오전 10시경부터 흉부 x-ray 사진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자세한 경과는 미디어피아를 통해 계속 업데이트할 거니 필자와 같은 처지의 국민들이나 코로나 치료, 센터 입소를 앞둔 독자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

금연서약서! 코로나 걸려 입소한 마당에 실내에서 담배를 피는 그런 정신 나간 경우가 있을가만은 공동생활시설이니 별의별 해괴하고 황당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밤 늦게 큰 소리로 방언기도를 하는 사람도)
금연서약서! 코로나 걸려 입소한 마당에 실내에서 담배를 피는 그런 정신 나간 경우가 있을까만은 공동생활시설이니 별의별 해괴하고 황당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밤 늦게 큰 소리로 방언기도를 하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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