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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생활기 2 (슬기로운 생활치료센터 격리생활)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2.27 10:58
  • 수정 2021.12.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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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하고 처음 맞는 밤에 잠자리가 바뀌니 잠이 쉬 들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여행이나 캠핑, 출장 온 것도 아니고 코로나에 걸려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 있으니 심정이 오죽하겠냐마는 그것보다 더 불편한 게 더위였다. 밖은 41년 만에 서울에서 가장 추운 날씨라는데 이 방은 열기가 후끈해서 답답하기만 했다. 벽에 붙어 있는 온도조절시스템을 보니 27도였고 중앙난방이어서 어떻게 조절할 수도 없었다. 건조한 건 덤이다. 휴대용 미니 가습기를 챙겨 온 게 그나마 신의 한수였다. 그래도 이건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추워 오들오들 떨면서 자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나은 호사 아닌가!

세타필과 분홍색 미니 가습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보급품이다. 

옷은 가져올 필요 없다. 방 안에만 있을 테니 입고 버릴 파자마 정도 허름한 거 2-3벌이면 족하다. 괜히 짐 싼다고 꾸역꾸역 넣을 필요 없다. 양말도 입소 때 신고 온 거 하나면 충분하다. 그거 신고 퇴소할 때 나갈 테니까... 다만 속옷은 여유 있게 챙겨올 것. 세탁기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빨랫비누로 손빨래해야한다. 수건도 얇은 거 2장만 지급되고 추가 안 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여기는 호텔도 아니요 리조트 놀러 온 게 아니니 군 시절로 돌아가 스스로 빨래를 해서 말리면 된다. 이게 또 방 안에 널어 놓으면 자고 나면 마르면서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

어제 26일 점심식사 메뉴, 호두 브라우니와 과일까지 후식도 제공된다.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이 딱이다.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다보니 하루를 지내면서 여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꾸미고 편리하게 생활하게 맞추게 된다. 젓가락이 없어 먹지도 못했던 삼양라면을 도시락 먹고 남은 젓가락으로 먹고, 다 먹은 통은 깨끗이 씻어 사발로 이용, 작은 종이컵 대신 커피 라테용 대접으로 사용하고 있다. 워낙 잘 먹고(먹는 게 낙이다. 끼니때마나 이번엔 무슨 메뉴일까 하면서 준거 밥 한 톨 안 남기고 쓱싹 비울 정도) 잘 싸서 문제없지만 여성분들 또는 화장실 잘 못 가시는 분들은 유산균 챙겨 오는 게 좋을 거 같다. 운동량과 움직임이 적은 상황에서 배변활동도 그만큼 원활하지 못할 테니.. 도시락은 칼로리, 식성, 취향 등을 고려해 정성을 다해 다양하게 준비한 티가 역력하다. 다만 배송 오는 동안 식어 차갑다. 또 일괄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배식 받아 먹는 게 아니고 사람들마다 방문 앞에 놔둔 도시락을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먹는 시간이 다르기도 하다. 그렇다고 데워 먹을 수 있는 전자 렌즈가 있는 것도 아니니 비닐팩에 밥 넣고 뜨거운 물에 데우면 된다. 어떤 방이든 커피포트는 다 있다.

27일 아침 메뉴, 아침엔 샐러드와 볶음밥 그리고 쥬스다. 커피는 맥심 카누 미니

당신이 로빈슨 크루소 또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가 되고 싶지 않다면 작은 빗과 면도, 스킨, 로션 등 기초용품 등을 챙겨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긴 사우나가 아니니 수건 교체가 없다. 확진자가 쓴 수건은 삶아서 재활용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마 전체 수거해서 불에 태우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여벌 수건을 넉넉히 챙겨오면 베개 커버로도 쓸 수 있고 베개가 낮을 때 올림대로도 쓸 수 있고 물에 젖혀 걸어두면 습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쓰레기는 음식물, 재활용 구분 없이 주황색 봉지에 한꺼번에 버려 폐기물 종이박스에 넣어 1시에 문밖에 내놓으면 1시 30분에 수거해가고 새 박스와 봉지를 준다. 처음에는 이불이나 베개를 싼 비닐 커버와 노끈 그리고 초록색 스카치테이프를 끊고잘라야 되니 작은 칼이나 가위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신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날카로운 물체는 반입이 안되겠구나 싶어 이해가 되었다.

제일 아쉬운 건 건물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창문을 열어도 밖이 보이지 않고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거다. 도심 한가운데 모텔의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이게 폐소공포증이 있거나 심신미약 분들에게는 단절, 분리, 우울증 유발의 정신적 불안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답답한 걸 싫어하는 필자는 오전과 오후에 30분씩 창문을 활짝 열고 최대한 창가에 붙어 창틀에 조심스레 앉아 차가운 바깥공기 쐬고 심호흡을 자주 하면서 정신을 맑게 하려고 노력했다.

외부와의 유일한 창, 모텔이다 보니 창문이 짙게 코팅되어 있고 창문을 열어봤자 다닥다닥 붙은 옆 건물 벽 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명도 어둡고 음침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단절과 분리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을만하다.

입소한지 3일째 아침이 밝았다. 오전 9시, 오후 5시 두 번씩 스스로 체온, 혈액, 산소포화도를 검사해서 입력해야 한다. 아직까지 다 정상이다. 원래 입소 다음 날 찍어야 하는 X-Ray를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하루 걸러 오늘 월요일 10시에 한다고 지급된 가운 입고 대기하고 있으라고 한다. 순서가 되어 연락 주면 내려가면 된다. 입소 전 문자의 알림 내용대로 입소 후 익일 오전 10시라는 거 읽고 혼자서 어제 9시 50분부터 가운 입고 대기하면서 10시 30분까지 아무 연락이 없어 먼저 문의했다. 이것도 병이다.... 다심하고 꼼꼼하게 먼저 챙기고 확인하는 이 버릇도 고질병이다.....

필자는 24일 오전에 마지막 PCR 검사를 받고 24일 오후에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후 25일 아침에 24일 검사의 결과 '양성'판정을 받고 25일 오후 3시 30분경에 입소했다. 밀접접촉자는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일상생활 가능하고 6~7일 되는 날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해야 되고 백신 미접종자는 10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된다. 이 경우에 9일차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10일차에 결과가 나와 음성이며 자가격리 해제가 된다. 환자가 이송이 되면 집으로 와서 방역소독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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