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의 음악통신 268] Critique: 팬 아시아 필하모니아 제10회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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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68] Critique: 팬 아시아 필하모니아 제10회 정기연주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6.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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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의 연금술사 이종진이 펼쳐보이는 모차르트와의 동행! 6월27일 토요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홀

인스타그램 같은 SNS 상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다 행복해 보인다. 뜨거운 태양 아래 넘실거리는 파도를 뒤로하고 연인, 가족 또는 혼자 스윙감 넘치는 멋진 포즈로 해변가에서 찍은 사진, 입에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드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클릭만하면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국적인 풍경, 감탄사를 자아내며 보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 빼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잘나가는 거 같고 행복해 보인다. 경탄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우울해진다. 나만 이렇게 나태하고 세상에서 뒤떨어지면 되나 싶은 초조와 불안감이 든다. 음악회도 마찬가지다. 연주의 질적 유무와 작품의 가치를 추구해서 가는 음악회가 아닌, 즉 음악을 들으러 가는 음악회가 아닌 아는 사람 연주하니 가는 음악회는 한 마디로 잔치다. 가서 열심히 손뼉 치고 반갑게 인사하고 눈도장 찍고 기념사진이나 인증샷 남기고 오면 되는 거다. 결혼식장 가서 신부의 외모가 어쩌고저쩌고 결혼 상대방에 대해 험담하는 건 대역 죄인이다. 결혼하기까지의 러브스토리가 일반 하객들에게 뭐가 궁금하겠는가! 음악회를 준비하고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보단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드레스에 이쁘다를 연발하고 정작 주가 되는 음악은 덤일 뿐이다.

맨손의 연금술사 이종진과 팬 아시아 필하모니아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건 어마무시한 리스크를 감내해야한다. 일단 왜 하필이면 이런 시점에 해야 되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결혼식 날짜를 잡으려고 고민하는 거와 똑같다. 기왕지사 할 거면 손님들이 가장 많이 올 때 해야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받는 사람도 부담 없다. 혹시라도 이때 해서 만에 하나라도 뭔 일이 터지면 그 원망은 어찌 감당하리! 구설수에 오르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음악가들에겐 무대가 직장이고 연주할 때 가장 빛난다. 매일 올라가는 사람이 아닌 2-3년 만에 열심히 준비해서 주인공이 되어 선다면 이것저것 음악 외적으로 신경도 쓸 일이 많고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닌 3-4명이 같이 개최하는 공동 음악회라면 그들과의 협업과 배려, 양보 속에 최대한 잇속을 챙기고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남의 속도 모르고 단상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신랑신부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하는 연주자의 모습에 환호를 보낸다. 몇 년 전 지방 오케스트라 연주회 30분 전, 문자로 지휘자에게 해고 통보가 왔다. 그걸 받아본 지휘자의 표정을 일그러졌다. 속을 새카맣게 탔을거다.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자신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군민들을 위해 마련되 야외 음악회에서 '캐러비안의 해적'과 '윌리엄 텔 서곡'을 지휘하고 퇴장했다. 곡이 끝나자 필자 옆의 중년 부인이 '시원시원하게 밝고 경쾌하게 잘~~한다!'라고 옆의 일행에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인스타에서 일행들과 해맑게 웃으며 V를 그리고 있는 사진들 내면에는 찰칵 소리가 들리기 전 심한 말다툼과 갈등을 있었을 수도 있고, 선글라스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 순간, 등이나 다리는 모기가 물려 따끔해도 참고 있었을 수도 있고, 힘들고 외롭고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들어내기 위해 가면을 쓴 호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과 눈에 보이는 결과물 이면에는 그걸 성사 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노심초사하며 온 몸이 땀에 범벅이 되게 뛰어다닌 사람이 있다. 쌀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농부의 수고를 등한시하고 코로나가 와서야 일상의 소중함이네 어쩌네 하면서 작년까지 너무 당연시 누렸던 걸 고마워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 열매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를 쓴 현악 파트와 입으로 불어야 되는 취주악기

지휘자 이종진은 맨손의 연금술사다. 편성이 제각각인 모차르트의 협주곡 3곡을 소편성 합주단으로 반주한 이날을 기반으로 6년간 호흡을 맞추고 한 작곡가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디테일을 중시하고 강화한 자신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홈그라운드 춘천시립교향악단과의 베토벤이나 멘델스존 같은 정격 프로그램을 들어보고 싶었다. 불과 3대의 첼로와 1대의 콘트라베이스를 가지고 2관 편성의 중후한 저음 파트 사운드를 끄집어내고 강화하는 대목은 인상 깊었다. 현 파트 안에서 고저를 중시하고 소리를 가공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모차르트 같은 고전파 음악이 이렇다면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그리고 말러 같은 오케스트레이션이 중시되는 음색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모차르트가 12살에 작곡한 교향곡 7번을 실황으로 들은 건 위대한 작곡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초기 작품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이종진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말 모차르트가 당시 12살이 맞았을까? 혹자의 말마따나 출생신고를 5-6년 늦게 하여 실재 나이는 십 대 후반이었는데 12살에 작곡했다고 공표한 걸까? 그랬다 하더라도 십 대 후반에 이런 생기 넘치고 경쾌한, 듣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신나는 곡을 작곡한 자체가 타고난 사람, '천재다'. 천재는 절로 드러나는구나... 디베르멘토, 세레나데라 해도 좋을 텐데 굳이 교향곡이라 칭하여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부각시킨 점도 있다. 하지만 음악회를 마치고 스코어를 보고 다시 들었다. 4악장의 교향곡 양식, 그리고 주제의 대비와 전조, 형식이 딱 교향곡에 부합되었다. 천재는 천재다. SNS에 굳이 올리지 않아도 모차르트의 진가와 천재성은 빛난다. 그 정도 된다면 박탈감을 넘어 경외하게 된다. 음악회든 결혼식장이든, 개업 파티든 장례식장이든 당사자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코로나가 아닌 더한 천재지변이라도 올 사람은 온다. 그 당사자가 사람이 아니라 음악 자체 모차르트라면? 모차르트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신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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