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씨름단 주장, 도 대표 조정 선수, 재개발지대 여성 해결사 정도로 보이는 근육질의 압도적인 눈빛의 여성이, 피사체로 길게 서서 사진작가의 주문에 따라 다양하고 능동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상당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리고 뭔가 숙고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대해를 보고 있었는데, 고대해는 그 어떤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포즈를 취하며 말하자면 주위의 모든 시선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피사체는 오롯이 독립적인 형태의, 일견 프레임에
"많이 기다리셨죠?" 하고 사진작가가 물었을 때 "산책하고 있었어요." 하고 고대해가 대답한 것은 기다렸다, 아니다 하는 대답보다 훨씬 유쾌하고 격조 있는 답변이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한 대답에 마음이 움직인 사진작가는 고대해를 세워놓고 바로 사진 작업에 들어가기보다 `함께 좀 더 산책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였다. 그 제의는 경우에 합당하지 않았으므로 고대해는 응하지 않았다. 고대해는 사진작가가 늦게 온 것은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으나 경우에 맞지 않게 산책 운운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굳이 좀 더 걷지
지난주엔 여자가 듣기 좋아하는 대사를 몇 개 나열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대사를 외워서 줄줄이 써 먹다가도 단 한 방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쓰잘데없는 얘기들을 지껄여서 그렇다. 피해야 할 대사를 알아두는 게 듣기 좋은 대사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데, 왜냐하면 침묵으로 여자 호감을 살 순 있지만 말실수는 결코 만회하기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귀하가 여자를 떼버리기 위해선 바로 그런 대사를 쓰는 게 유효하다 하겠다. 그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뭐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
고해 성사 윤 한 로처음엔 한 평짜리 좁은 그곳이 싫었습니다제겐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곳이었습니다온갖 사람들의 온갖 죄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뛰쳐나오고 싶었습니다그러던 그곳이 언제부턴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곳이 되었습니다온갖 사람들의 온갖 아픔 때문에 그렇게 밝고 성스러운 곳으로 바뀔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이제 저는 한 평밖에 안 되는 좁은 그곳이 정말 좋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이따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강론을 하는키 작은 한스테파노 신부님 또 다시 당신께 한 수 배웁니다시작메모사제는 좁
마트에서, 스쳐 지나가는, 도시 싱글남의 모습을 비춘 당신은 이제 하나의 인상을 도도녀에게 남기게 되었다. 남자라면 마트건 골목이건 우연히 부딪친 한 여인에 대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순간적으로 성적인 자극을 받거나 뒤태가 어떤가 한 번 돌아보는 정도일 것이다. 아니면 ‘저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고심하게 되는데, 너무 고심하지 말라. 동네서 오다가다 부딪친 얼굴일 뿐이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상대가 아는 척 해오지 않는다고 당황해 하지도 말라. 그녀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하키 선수이다. 아무튼
미카엘라 윤 한 로밥하고똥치고 빨래하던 손으로 기도한다기도하던 손으로밥하고 빨래하고전기도 고친다애오라지짧고 뭉툭할 뿐인미카엘라의 손꼭, 오그라붙은레슬링 선수 귀 같다 시작 메모옛날 책을 뒤적거리다가 ‘음즐(陰騭)’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넌지시 남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없앤다는 말이다. 오도독이 타령을 돌돌 말아서 소르르 하는 귀가 큰 문제다. 그런 다음 솔솔, 넌지시 남을 해하고 헐어보려고 하니 얼마나 달콤에 겨운 일인가. 짧고 뭉툭하게 오그라 붙은 레슬링 선수들 귀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해봤다. 그 귀는 오직 뒹굴고 싸우는 데만
지난주에 백팔만이 ‘경마는 짧고 인생은 길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리를 우리는 들었다. 탁주를 한 잔 걸치고 다시 당나귀를 타고 떠난 백팔만이 몇 시에 집에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몇 시가 뭔 상관인가? 돈을 잃은 루저가 해시(21시-22시 59분)에 들어가든 자시(23시-00시 59분)에 들어가든 빈털터리 신세가 바뀔 리가 있는가? 한편 술을 한 잔 마셔 얼굴이 알맞게 달아오른 마돈걸은 유세련 오빠가 축구 선수 베컴처럼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남자가 한 번 멋지면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멋지지 않기는 참 힘들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