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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03.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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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
윤 한 로

밥하고
똥치고
빨래하던 손으로
기도한다
기도하던 손으로
밥하고
빨래하고
전기도 고친다

애오라지
짧고 뭉툭할 뿐인
미카엘라의 손

꼭, 오그라붙은
레슬링 선수 귀 같다


시작 메모
옛날 책을 뒤적거리다가 ‘음즐(陰騭)’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넌지시 남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없앤다는 말이다. 오도독이 타령을 돌돌 말아서 소르르 하는 귀가 큰 문제다. 그런 다음 솔솔, 넌지시 남을 해하고 헐어보려고 하니 얼마나 달콤에 겨운 일인가. 짧고 뭉툭하게 오그라 붙은 레슬링 선수들 귀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해봤다. 그 귀는 오직 뒹굴고 싸우는 데만 쓸 뿐, 꼭 써야 할 곳에만 쓸 뿐, 듣고 즐기고 이런 나부랭이들 하고는 관계없다는 얘긴가. 그럼 우리 미카엘라 손도 그렇겠구나 생각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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