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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생 입주로 하늘나라도 시끄럽고 염라대왕도 긴장했을 것”, 故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도식

강승혁 전문 기자
  • 입력 2022.02.17 09:33
  • 수정 2022.02.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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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세상 뒤엎을 ‘새뚝이’”란 주제로 故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도식 열려
선생님이 안 계시니 서울 광장 길거리도 너무 조용한 느낌
백선생의 입주로 1년간 하늘나라도 시끄럽고 염라대왕도 긴장 좀 했을 것
‘새뚝이’ 민주노총이 이루겠다
자기가 자기를 섬기는 삶 따위 깨트리는 큰 여울로 우리 다시 만날 것

<“불평등한 세상 뒤엎을 새뚝이’”란 주제로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도식 열려>

고 백기완 1주기 추도식이 열린 마석 모란공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추도사 모습.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완 1주기 추도식이 열린 마석 모란공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추도사 모습.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지난 15일 오전 11, 백기완 선생의 1주기 추도식이 남양주시 마석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사전 행사로 풍물굿패 삶터, 풍물패 더늠, 풍류사랑방 일과놀이, 예술마당 살판, ()터울림, 소리꾼 최은희, ()한국민족춤협회가 함께한 길 여는 굿과 풍물패가 올리는 한판이 마석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울려퍼졌다.

추도식에서 묵념하는 참가자들. 좌측에서 세 번째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추도식에서 묵념하는 참가자들. 좌측에서 세 번째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사전 행사에 이은 추도식은 여는 소리굿 제사상 올리기 민중 의례 추도사 추모시 낭독 백 선생님 목소리 새뚝이들의 약속 추모공연 한발떼기의 약속 유족인사 꽃드림 순서로 진행됐으며 김세균, 방배추, 권낙기, 권영길, 단병호, 이수호, 조희주, 유홍준, 임진택, 명진스님, 이백윤(노동당 대선후보) 등의 저명인사들과 김명희(통일인력거), 정연진(한국AOK) 100여 명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석해 고 백기완 선생을 추모했다.

제사상 올리고 절하는 백선생의 맏딸 백원담 교수와 신학철 이사장.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힘찬 팔뚝질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권영길 평화철도 이사장.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힘찬 팔뚝질을 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외치는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추도사 하는 신학철 노나메기재단 이사장.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추도사 하는 신학철 노나메기재단 이사장.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선생님이 안 계시니 서울 광장 길거리도 너무 조용한 느낌

이날 추도사에서 신학철 노나메기재단 이사장은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딱 1년이 됐다. 백선생님이 안 계시니까 서울 광장 길거리에서도 너무 조용한 느낌이 든다. 백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그 힘이 참 느껴지고 정말 아쉽다. 하여튼 다시 우리가 백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 여태까지 살아오신 것을 다시 되새기면서 우리가 이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그래서 백 선생님의 살아오시고 생각하시고 말씀하셨던 대로, 우리가 잘 모신다는 것이, 우리가 그렇게 해왔던 대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잘 모시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된다. 그리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이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가 자신이 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손호철 교수가 자신이 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백선생의 입주로 1년간 하늘나라도 시끄럽고 염라대왕도 긴장 좀 했을것

이어서 노나메기재단 상임 자문위원인 손호철 교수(서강대학교 명예교수)한국 민주운동의 사령관인 백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백 선생이 입주했으니까 지난 1년간 하늘 나라는 시끄러웠을 것이고 염라대왕도 긴장 좀 했을 것이다. 반대로 이 땅은 너무 조용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민주노총 공권력 구속 등 노동 탄압 대장동 게이트로 상징되는 토건 자본의 탐욕과 민중들의 시름 소리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의 대응은 사령관 없는 혁명군’, ‘오합지졸처럼 굼뜨고 빈약하기만 하다. 촛불 정신을 배신함에 따라서 정권 교체론이 다수를 이루고 있고 대통령 선거는 사상 최악의 최고 저질의 선거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87년 대선에서 첫 깃발을 들었던 진보정치 세력은 외면을 받고 있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손호철 교수는 “3년 전 대학에서 정년 퇴임을 하고 있는데 해고 노동자의 지원 원로 모임에 나오라는 선생님의 파발을 받고 추위에 떨면서 불평을 했다. 그런데 부축을 받고 나오신 선생님을 보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큰 수술까지 받은 선생님이 직접 나오시는데 제가 부끄러웠다. 선생님이 떠나고 나니 이 같은 호출마저도 뜸해졌다.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거는 자유주의 세력이 한계는 있지만 최악을 막으려면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낡은 비판적 지지 주류 원로들의 지지 성명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생님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정신을 계승해서 선생님을 현재 우리 속에 살아 숨쉬는 현재의 운동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선생님이 떠나고 나니 예전에는 투덜거렸던 선생님의 호출이 그립다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노나메기 세상, 민주노총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새뚝이민주노총이 이루겠다

이어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선생님의 빈자리를 우리(민주노총)가 더불어 채우겠다. 치열한 저항의 삶을 살아온 투사는 그 존재 자체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래서 선생님이 부재한 1년은 그 빈자리의 그리움과 헛헛함이 더욱 깊다. 날이 선 꾸짖음도 온화한 미소도 부드러운 타이름도 우리의 잣대였고 거울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양극화와 불평등이 가득한 세상에서 선생님의 호통과 격정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곁에 거리에서 절규하는 노동자들의 곁에 착취와 차별의 먹이사슬 맨 아래 사람들 곁에 선생님의 자리는 지금도 있다며 고인을 기억하고 그 자리를 우리가 서로 더불어 함께 채워가겠다. 한반도 분단 체제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여 통일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이 나서겠다. 재벌이 부를 독점하고 자본이 착취를 멈추지 않는 불평등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의 깃발을 더욱 높이 들겠다. 기득권 보수 양당의 횡포에 맞서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의 주체로 우뚝 서겠다.더 커지고 더 단단해진 민주노총이 고통과 한숨에 지친 민중들의 희망으로 선생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1년 전,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시던 날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도 왔던 기억이 난다. 백기완의 품이 그리도 크셨기에, 백기완의 뜻이 그리도 웅대했기에 모두가 선생님을 기억하고 따르고자 했다. 민주노총이 2,500만 노동자들을 다 담을 수 있도록 품을 키우겠다. 민주노총이 노나메기 세상, 노동해방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힘차게 싸우겠다. ‘새뚝이민주노총이 이루겠다고 밝히고 백기완 선생님 차별도 착취도 다툼도 없는 세상에서 큰 울림으로 함께해 주십시오 노동자들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는 말로 추도사를 마쳤다

('새뚝이'는 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장을 여는 사람이란 뜻)

 

추모시 낭독순서에서 박일환 시인은 시를 통해 선생님이 밟아가신 길 우리가 그대로 밟아가겠다. 주춤대는 봄을 몰고 오기 위해 먼저 떠나셨다고 믿겠다. 노나메기 세상 불러오기 위해 먼 길 가신 줄 알겠다. 여기 모인 우리들 불쌈꾼 백기완이름 석자 가슴에 새기며 다시 앞으로 한 발 재겨 놓겠다며 고인을 기렸다.

 

MBC 사장을 역임한 김중배 노나메기재단 고문은 서면 추도사를 통해 백기완 선생님! 우리 죽음 뒤에도 생시처럼 체온을 나누며 만날 수 있기를 선생님의 젊은날처럼 소주 한잔 나눌 수 있기를 기약코자 한다. 어쩔 수 없이 흔해 빠진듯하나, 그래도 가장 간절한 넋두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을 허락해 달라. , 선생님!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며 고 백기완을 추모했다.

 

"백기완의 노마메기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약속하는 새뚝이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이어진 새뚝이들의 약속순서에서 문화예술,노동, 통일, 청년,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백기완 선생 묘역 앞에서 노나메기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읽어내려갔다.

 

민중가수 박준 등의 가수들이 새동무’, ‘민중의 노래’ 2곡을 불러 추운 날씨의 묘역을 잠시나마 열기로 녹여주었다.

'한발떼기의 약속' 순서에서 고진수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이어진 한발떼기의 약속순서에서는 고진수 지부장(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 유성욱 본부장(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차헌호 현장활동가(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소집권자), 김종기 위원장(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회), 황철우 현장활동가(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소집권자), 김소연 위원장(꿀잠 운영위원회) 등이 한발떼기의 약속을 낭독했다.

고 백기완 선생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완 선생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자기가 자기를 섬기는 삶 따위 깨트리는 큰 여울로 우리 다시 만날 것

추도식의 피날레엔 백기완 선생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가 고인에게 직접 쓴 편지를 보며 우리 언제 다시 만나 이 세상 깨져라고 냅다 돌팔매를 쳐보게 될까요? 그러나 걱정마세요. 당신 시에도 있듯이 우리 억척스레 앞만 보고 살았잖아요. 당신 뜻처럼 자기가 자기를 섬기는 삶 따위 깨트리는 큰 여울로 우리 다시 만날 거예요. 그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기로 해요라며 읽어내려가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백기완 선생 1주기를 맞아 백기완 노나메기재단15일엔 돌베게 출판사의 추모산문집:‘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가 발간되고, 16일부터는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들’ 18명이 참가한 추모전시회가 317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한 21()부터 36일까지 2주간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전시1) 백기완 쓰고 문정현 새기다 전시2) 사진에 담긴 거리의 백기완 전시3) 판화로 만나는 백기완이 특별전시될 예정이며, 219() 오후 3시엔 백기완 선생의 뜻을 기리는 비정규직 추모 및 투쟁 결의대회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고 행사를 마친 뒤 광화문까지 행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 백기완 1주기 추도식'에서 힘찬 팔뚝질하며 노래하는 민중가수 박준.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완 1주기 추도식'에서 힘찬 팔뚝질하며 노래하는 민중가수 박준.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노나메기재단' 양기환 추모주간 대변인과 채원희 사무국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완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AOK한국 정연진 상임대표가 생각에 잠겨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완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추도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찬 팔뚝질과 함께 제창하는 통일인력거 김명희 대표.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와 선생의 아내 김정숙 여사가 무덤에 꽃을 올리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고 백기완 선생의 아내 김정숙 여사가 무덤에 꽃을 올리고 있다.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추도식이 열린 묘역의 모습. / 사진 촬영=강승혁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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