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욕실에서 수 건 두 장을 이용해 몸을 정갈히 하고 그 몸에 대형수건을 감고 룸으로 돌아오자, 자칭 사업가인 강호영은 잠시나마 그 수건이 되어 그녀를 상 중 하로 골고루 느끼고 싶었다. 그런 다음 사랑이라는 걸 본격적으로 좀 나눠보고 싶었다. 좀 전에 당나귀 형님께서 전화해 내일 경마장에서 보자고 하였는바, 욕구를 충분히 해소해 몸의 긴장을 푼 다음 명징한 정신으로 경주마를 잘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이란 게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고 말을 잘 다룬 나라가 영토를 확장하고 세계를 정복한 걸 생각해보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강호영이라는 조연배우 출신의 젊은 사내와 참치집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케를 서너 잔 마시니 적당히 술이 오르며 인생이 좀 만만해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누가 봐도 뇌쇄적인 몸매와 빼어난 미모를 동네 주민이나 편의점 알바들에게만 보여주고 강남 쪽 사람들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는 자책과 함께 못 사내들에게도 인색하게 굴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하자 바로 논현동으로 달려와 이렇게 고급참치에 사케를 대접하며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이 사
홈쇼핑에서 지르기로 마음만 먹으면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영화감독 김에게 뜯어낼 돈을 생각하다, 돈만 생각하면 몸이 달아오르는지라 달아오른 몸을 좀 풀기 위해 알고 지내는 젊은 놈을 논현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무 약속이 없었지만 논현동에서 미팅이 있다고 둘러대고 그리로 오라고 함으로써 매우 바쁘신 신분인 척 하자, 오두식이라는 34세의 사내놈은 논현동도 자기 나와바리라고 말함으로써 활동영역이 강남 전역에 걸쳐 있음을 과시하였다. 시간이 좀 남은 관계로 장화자는 집에서 요리를 한답시고 라면에 떡을 좀 집어넣어 떡라면을 완성해 든든
큰돈은 어떻게 써야 하나 영화감독 김은 복권 탄 돈이 통장에 12억 5천만 원이 넘게 있었지만 보름 동안 쓴 것은 채 300만 원이 되지 않았다. 마음 놓고 돈을 써 본 경험이 없는데다 이 돈을 어떻게 쓸까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느라 돈을 소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는 여배우들을 불러내서 회도 먹고 낙지도 먹고 보쌈도 먹고 카페에도 가고 영화관에도 가고 그랬지만 그런다고 돈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복권 1등에 당첨되기 전까지만 해도 300만 원이면 월세 내고도 4개월은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동네 식당에서 6천원짜
이혼녀가 어때서?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는, 여배우라는 스펙에 한 미모와 몸매 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지금보다는 훨씬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내들이 자기 같은 여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마저 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이혼녀에 자식이 하나 딸려 있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무슨 큰 흠이 되겠는가. . 국가적으로 봐도 여성이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다면, 그 애비가 어디에 있건 일단 애국녀 아닌가. 국가가 선진국으로 들어섰네 하지만 인구 및 성장 정체로 자칫 앞으로
남자의 돈을 지켜주기 위해 영화감독 김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마지막 코스로 카페를 들렀다가 지갑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신고를 했으나 27만원이 이미 사용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화자는 왜소하고 궁기에 찌들었던 김 감독이 카드 부정사용의 상황을 알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뒷돈이 보통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돈의 상당부분은 자신 같은 여성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이 어리숙한 사내가 돈을 다 쓰기 전에, 아니 어떤 영악한 놈들
* 잡시(雜詩) 윤 한 로첫눈이 내린다, 설렌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더라퇴직할 생각을 하니 기원에 가서 바둑도 두고 아무려나 읽고 싶을 때 읽고쓰고 싶을 때 쓰고때려치고 싶을 때 때려치고 마누라 손잡고 날마다 산도 다니고가자, 눈 오는 날은 무궁화 기차 여행도 떠나고성당에 가서 교황님처럼 종일 묵주기도도 바치고하늘 높이 가마귀 놈 때갈스러이 운다, 짖는다 날 저물어 초가집은 흰 눈 속에 파묻히고아삼삼, 굴뚝엔 장작 연기 폴폴 오르고이렇게 설렐 수가, 고플 수가이제 방도 내가 쓸고 밥도 내가 하고 내 빨래는 내가 해야지시간이 엄
새들네 시간 윤 한 로갸네들 언제나 오 분씩 늦네일찍 자건늦게 자건그래 오 분 늦춰도오 분 앞당겨도 꼭 고만큼 늦지라더두 아니고덜두 아니고딱 오 분가지가지 하는구랴찍힐지라도 잘릴지라도날자꾸나, 입때만은 훨훨푸른 풀들 시간흘러가는 구름 시간접때 붕어 형님 같은 순 골통들새들네 시간시작 메모장그르니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건 병에 걸리는 일 뿐이란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것이고, 병원 생활이란 으리으리한 저택 생활과 같은 것이랜다. 만일 부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여행의 프리미엄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영화감독 김과 그 외양이 뉴욕이나 파리나 도쿄의 것들과 결코 다르지 않는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복권 탄 돈을 숨기고 있는 감독이 돈냄새를 이미 풍기고 있어, 장화자는 그 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여차하면 좀 나눠 쓰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돈이란 바로 얘기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전 정지작업이 있어야 했다. 또한 자신의 매력을 한껏 풍기며 몸값을 올려가며, 남자가 이 여자에겐 돈을 써도 단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하는 게 중요했다. “사실 이
돈 있고 시간 있고 영화감독 김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함께 달 밝은 밤 블루로얄 호텔 뒷길을 따라 산보를 하며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토록 화려하고 몸매가 뇌쇄적인 여자와의 동행은 그 외양을 감탄하면서도 주눅 들기 마련인데, 장화자가 오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마음을 열고 다소 유혹적인 몸짓을 해옴에 따라 어떤 기대감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달이 우리를 따라온다는 등 별이 우리 주위를 맴돈다는 등 그런 감상적인 말도 닭살 돋기는커녕 진짜로 그러한 느낌으로 다가온 것도 서로 교감이 있었기에
돈이 말한다 40대 영화감독이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에게 “요즘 뭐 어려운 일 있습니까?” 하고 물었고 장화자는 “사는 게 다 그렇죠 뭐”라고 답하였는데 감독은 “그래도 살기 나름이죠.”라고 묘한 대답을 했다. `살기 나름이라`, 하긴 살기 나름이다. 꾀죄죄하게 살아도 사는 거요, 떵떵거리며 살아도 사는 거요, 미움 받으며 사는 것도 사는 거요, 사랑받으며 사는 것도 사는 거요, 울면서 사는 것도 사는 거요, 웃으면서 사는 것도 사는 거였다. `어떻게 사는냐`는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한 방에 귀인의 도움으로 팔자가 펴는 경
왕오천축국전 * 윤 한 로이레를 가고 보름을 가고 또 한 달을 가고훅훅 찌는 숲을 지나 모래벌판 검은 바람살을 에듯 추운 고개를 넘어 여러 왕과 수령들 거의가 가난하고 무식한 백성들 흙과 나무와 풀로 집을 짓고 밀, 보리 심고양이랑 말이랑 당나귀랑 키우면서보릿가루와 떡을 먹으면서춤을 좋아하는 사람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때로는 산비탈 바위 틈에 때로는 땅 구덩이 속에 누워 자는 별떨기 같은 이들누이도 어머니도 아내로 삼는 이슬 같은 이들 맨몸에 발가벗은 맑은 이들우걱우걱 이를 잡아먹는 이쁜 이들임금과 백성들 똑같이 입고 똑같이 먹
오늘밤, 당신에게서 스타의 일부가 보여요 식욕과 섹스(고상하게 `관계`라고 하기도 한다)에 대해 고찰하면 할수록, 현대의 남녀는 자신도 모르게 식욕을 채워 관계에 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영상매체와 각종 문화행사가 일상이 되고 있는 오늘날엔 밥만 먹고 바로 무너지는 단순무식한 여성은 많지 않다는 데 남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일부 여성은 문화적 감성뿐 아니라 스포츠 관람에서 욕구를 채우기도 한다. 스포츠 하면 머리를 흔들던 여자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뭔가. 역동성, 스타들, 멋진 포즈, 엄청난 몸값이
최고의 열락은 상상에 있다 아무리 꿈이라 한들 복권 당첨되는 꿈을 지겹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복권에 당첨된 후의 자신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떠올리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실은 복권에 당첨된 거와 진배없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음식을 입으로만 먹나? 눈으로도 먹는 것이다. 여자를 눈으로만 보나? 상상으로도 얼마든지 보는 것이다. 오히려 더 잘 보이며 그 형체가 뚜렷한 양감을 드러내는 법이다. 향기를 코로만 맡나? 상상 속에서 천상의 향기를 맡는 법이다. 이러한 상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자는
40대의 영상전문가와 떠오르는 모델 고대해가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은 지가 말 그대로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사내가 ‘어디 조용한 곳’을 제의하였으나 고대해는 차나 마시라고 담담하게 응대했다. 어스름이 깔려오기 직전의 도심의 거리는 약간의 기대와 흥분을 안고 술렁이건만 두 사람 사이엔 서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40대 사내는 남자가 아무 조건 없이 또 하나의 미끼도 없이 여자를 유혹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해서 나중에 극적으로 말하려고 했던, 즉 제의라고 할 만 한 것을 좀 일찍 꺼내놓기로
불같은 사랑을 한 여인을 알고 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대기업 임원의 아내였다. 40대 초반의 그녀는 남편의 이른 출세에 동창생들보다 일찌감치 앞서가는 삶을 살았다. 강남 33평 자가 아파트에 억대의 주식펀드, 그리고 남편 명의의 골프 회원권과 남편과 그녀 이름으론 된 두 대의 자동차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년에 한번은 남편을 따라 해외여행을 갔고 전무 사모님을 회장으로 둔 임원 부인들 소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남편이 거래처로부터 받아온 오페라 초대권으로 문화적인 욕구를 간간이 충족시키며 이론적인 배경을 강화하기 위
성인 남녀가 찻집에 앉아 첫 대면을 할 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어지간히 애쓸 때, 점수를 얻거나 까먹는 것엔 어떤 대사가 있는지 살펴본 바 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피해야 할 질문 중엔 상대의 몸무게나 배변횟수 등이 있다는 걸 강조한 바 있다. 점수를 크게 따고 싶다면 노골적인 칭찬보단 둘러가는 칭찬을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하겠다. 예를 들자면 ‘당신은 자기 자신이 호수처럼 깊게 일렁이는 눈동자를 갖고 계신 걸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보다는 ‘혹시 자신의 눈동자에 산홋빛이 어른거린다는 소릴 들은 적 없습니까?’ 라고
마트에서, 스쳐 지나가는, 도시 싱글남의 모습을 비춘 당신은 이제 하나의 인상을 도도녀에게 남기게 되었다. 남자라면 마트건 골목이건 우연히 부딪친 한 여인에 대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순간적으로 성적인 자극을 받거나 뒤태가 어떤가 한 번 돌아보는 정도일 것이다. 아니면 ‘저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고심하게 되는데, 너무 고심하지 말라. 동네서 오다가다 부딪친 얼굴일 뿐이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상대가 아는 척 해오지 않는다고 당황해 하지도 말라. 그녀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하키 선수이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