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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62] 첼리스트 최하영이라고 아세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7.23 16:50
  • 수정 2022.07.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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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7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향의 콘서트는 여러모로 풍성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두 80년생 한국음악가의 무대였다. 한 명은 코리안심포니(현재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주 작곡가로 있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곡가로 성장한 김택수요 또 다른 한 명은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나온 후 지휘자로 전향,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상임지휘자로 발탁되어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 지휘자 김은선이었다. 이날 김택수의 '스핀 플립'과 함께 연주된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폴란드의 루토스와프스키는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국내 일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인물인데 창작곡과 더불어 현대곡을 발굴하여 국내에 소개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명제 하에 서울 시향의 이런 활동은 참 바람직하다.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이라고 하니 낯선 가운데 한 명이 떠올랐다. 바로 올해 5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 3대 클래식 국제 콩쿠르 중의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이 파이널 미션에서 연주한 그 곡이었다.

지휘자 김은선,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지난 6월 29일 금호문화재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25개 국제 콩쿠르에서 젊은 한국 연주자 37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피아노 부문은 13개 콩쿠르에서 12명, 바이올린 부문은 9개 콩쿠르에서 7명, 비올라 부문은 6개 콩쿠르에서 4명, 첼로 부문은 11개 콩쿠르에서 6명의 한국인 수상자가 배출됐다. 관악 부문은 9개 콩쿠르에서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더블베이스, 클래식 기타, 성악, 실내악 부문에선 4명이 입상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큰 이슈를 불고 온 건 피아노의 임윤찬이었다.

콩쿠르에 입상해야만 언론과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클래식 문화의 현실. 조성진, 임윤찬 등 천재 예술가의 등장이 반갑기는 하지만 클래식 문화 예술을 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과 태도는 아쉽기만 하고 피아니스트 10년 천재설, 그렇다면 그 사이에 포함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천재가 아니면 무엇일까?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불어닥친 신드롬과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유튜버나 언론사들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떤 태도와 자세로 문화 예술을 접해야 하는지 비판을 하였더니(https://youtu.be/TAf4bSgflzs?list=UUBWyj1Zua6gK-hDATBR42cA) 돌아온 건 대중들의 싸늘한 냉소와 욕바가지...

클래식 음악 종사자로서 그리고 기성 음악인이자 비평가로서 임윤찬 말고도 실력 있고 우수한 연주자 많고 한 인물에 개인 팬덤과 추앙에서 벗어나 클래식 음악 자체를 더 사랑하고 꾸준한 관심을 보이자, 그러려면 우리의 문화인식이 고양되어야 한다는 입이 아프도록 수년간 반복해온 훈계(?)를 임윤찬의 케이스에 빗대어 설명한 영상에 애정의 대상이 공격당했다고 여긴 막무가내 팬덤과 임금님은 벌거숭이 마냥 지레 찔렸는지 발끈한 대중들의 댓글이 무지막지했다. 그럼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임윤찬 덕에 30번 넘게 듣고 새롭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았으며 앞으로 자기는 고상하게 클래식 팬이 되어 계속 클래식을 사랑할 건데 지가 뭔데 우월주의에 빠져 건방지게 대중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은밀한 속내를 까냐고 덤벼들던 사람들이 최하영이나 다른 국제 콩쿠르 우승자들에게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가?

첼리스트 최하영, 사진 제공: Queen Elisabeth Competition_Derek Prager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우승한 최하영의 기사 수나 유튜브 콘텐츠 개수 등을 임윤찬의 것과 비교해 보라. 거기 달린 댓글들과 조회수를 한번 비교해 보라! 3대 국제 콩쿠르에 우승한 사람의 것이 그 정도인데 하물며 젊은 아이돌 클래식 스타들도 아닌 묵묵히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을 펼치는 수많은 음악인들과 국내 클래식 시장은 그럼 임윤찬의 등장으로 관심이 올라가고 커졌는가? 진정한 클래식 대중화는 위대한 예술 작품을 작곡가의 작곡 의도에 부합되게 올바르게 연주하여 제대로 음악의 진의를 파악시키고 음악의 감동을 알아가는 거라고 수십 년간 목이 터져라 주장하며 설득했지만 거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우리들은 임윤찬이나 조성진 같은 연주자들 좋아하는데 너희 클래식 음악인들이 어려운 클래식 음악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들을 위해 뭘 노력하고 기여했냐는 반문.

작곡가 김택수,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그런데 말입니다.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처음 한 1주일 동안은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비하성 발언, 막무가내 팬덤 욕설이 댓글의 대부분이었다. 평상시 필자의 거친 평론과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거슬리고 듣기 싫었지만 맞는 말이어서 반박을 하지 못한 주변의 음악인들은 이번 기회에 영상의 내용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정독도 안 했으면서 대충 댓글들만 스크롤 하면서 거기에 공감하고 암묵적 동의를 표하면서 임윤찬을 이용, 어그로 끄는 콘텐츠 중의 하나고 노이즈 마케팅 정도로 치부? 즉 그러니 난 이런 문화 & 사회적 현상은 관심 없고 괜히 끼어들어 구설수 말려들기 싫으니 연습이나 하고 내 일이나 하자고 관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악플은 달리지 않기 시작하고 기존의 악플도 슬그머니 지워지면서 조회수와 좋아요만 늘기만 하는데......... 대중들의 여론이 그 사이에 바뀐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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