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 66 ]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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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66 ] 농가
  • 김홍성
    김홍성 ktmwind@naver.com
  • 승인 2020.08.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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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마루의 난간 기둥을 붙들고 내다보니 마을 곳곳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 너머로 아스라이 금송 숲이 보였다. 소를 앞세우고 그 숲을 에돌아 오는 농부들도 보였다. 선경이 따로 없었다.

 

다리 난간에 엉덩이를 기대고 서서 길을 물어볼 행인을 기다리는 중에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다리 건너 저쪽에서 걸어오는 한 쌍의 남녀가 바로 취생과 몽사였다. 그들을 알아본 순간 나도 모르게 만세 하듯이 두 손을 들었다.

 

그들은 멀지 않은 마을에서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아침에 헤어진 마크와 존이 필름 통을 술잔으로 갖고 있었기에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나서 스님을 소개했다. 스님이 합장을 하자 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합장을 해 보였다. 그리고 서로 마주 보며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우리 숙소로 갑시다. 조앤과 마크가 쓰던 방이 아침까지는 비어있었습니다.”

비어 있으면 오늘은 거기서 쉬세요. 마을에서 갑자기 빈 방을 수소문하기는 쉽지 않아요.”

마을의 그 집은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가요?”

, 일종의 민박입니다.”

우리는 거기가 게스트 하우스인 줄 알고 왔습니다. 방이 많을 줄 알았는데 .......”

지금이라도 종점 쪽으로 돌아가서 게스트 하우스를 잡고 내일 다시 만나는 게 어떨까요?”

멀지 않으니 일단 가서 보고 결정하는 게 낫겠습니다.”

 

개울을 거슬러 오르는 길이 삼툭 마을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금송이 우거진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 하나를 멀리 에돌아서 삼툭 마을로 이어진다고 했다. 지름길은 그러나 갈래 길이 나오고 산비탈을 에돌아야 하므로 자칫 다른 데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다리에 도착한 후에 다시 물으라고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영어가 짧은 사람끼리의 대화라서 신중하게 말해 준 그가 고마웠다. 몽사는 이곳 욕숨 마을 사람들이 비록 촌사람들이기는 해도 지혜롭더라고 칭찬했다. 스님도 그 말에 수긍했다.

 

취생과 몽사가 머무는 방은 마당이 넓은 농가의 별채였다. 지은 지 오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민박손님을 받을 목적으로 지은 것 같았다. 부엌이 붙어 있었고 마당 한쪽에는 소박한 형태의 욕실이 따로 있었다.

여행객이 아니라 그 마을 주민인 듯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취생과 몽사는 우리를 마당 저쪽 본채의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여주인에게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마크와 조앤이 묵던 방을 보여 줘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들이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시 당황스러웠다.
 

이런 농가에서 민박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공연한 수고를 끼쳐서 미안하군요.”

뭘요, 동포 여행자 끼리 서로 좀 돕는 거 얼마나 좋습니까? 이리 올라오세요. 방을 보여 드릴게요.”

 

굵은 생나무를 툭툭 쳐서 만든 투박한 사다리를 통해 마루에 올라서서 들여다 본 방은 바닥에 붉은 흙을 치대고 나무흙손으로 미장한 방이었다. 조앤과 마크가 그 방에서 묵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매트리스 깔고, 침낭 펴고 누우면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소박한 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엌과 샤워는 우리랑 같이 쓰면 됩니다. 전망도 이만하면 썩 좋지 않습니까?”

돌아서서 마루의 난간 기둥을 붙들고 내다보니 마을 곳곳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 너머로 아스라이 금송 숲이 보였다. 소를 앞세우고 그 숲을 에돌아 오는 농부들도 보였다. 선경이 따로 없었다.

 

스님께서는 어떠신지요? 마음에 드시면 여기로 정하시죠. 저는 아무래도 종점으로 가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보는 게 낫겠습니다만.......”

내 말 끝이 이어지지 않자 스님이 대답했다.

오늘은 여기서 같이 머물기로 합시다. 어제도 도미토리에서 같이 지냈는데 새삼스럽게 내외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기쁘게 대답했다.

그럼 저도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른 집을 찾아보든지 하구요.”

그건 좋으실 대로 하세요.”

스님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고, 취생과 몽사는 이미 마당에 내려서서 본채의 부엌 쪽으로 가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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