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271] 콘서트 프리뷰: 김진승 바이올린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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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71] 콘서트 프리뷰: 김진승 바이올린 독주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7.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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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

지금의 기성세대가 성장할 때는 한 분야에 빠져 그것만 잘하면 되는 전문가의 시대였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똑같은 잘못을 해도 오직 성적으로 줄 세워서 공부 못 하는 사람만 더 혼이 나고 '문제아'로 낙인찍혔지 공부 잘하는 사람은 한순간의 일탈로 치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다. 그런데 그 공부라는 게 오직 달달 외우고 문제만 많이 풀어 공식을 익혀 그대로 답습하는 기계식 학습이었다. 사람의 수만 가지 다른 개성과 장점들은 깡그리 무시되었다. 음악을 보는 넓은 눈과 안목 기르는 게 아닌 대학에 가기 위해 오직 한 작품만 주구장창 익히는 식이였다. 피아노를 치는 법을 배워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아닌 손가락 돌리는 연습만 하는 기계가 되었다. 선생님이 하란 대로 군소리 없이 틀리지 않고 완주하는 게 목적이었다. 자신이 배우고 할 줄 아는 것만 안다. 그래서 "음악인의 학습은 10대 후반에서 멈춰버렸다"라는 모욕적인 언사나 듣고 있으며 자신이 배운 한 분야에만 함몰되어 자유롭게 여러 경계를 들락거리지 못한다.

7월 13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에서 열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승 독주회

그런데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승은 다르다. 김진승은 한마디로 통섭협 인간이다. 예원,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그리고 미국의 예일대학에서 수학했다. 모든 사람이 흠모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베토벤을 사랑하는 정통파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런데 “공감-20세기 클래식(EBS)”에 나와서는 재즈 소울 필에 충만한 모습을 보인다. 큰 무대 오케스트라에 몰두하면서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하다가도 남들은 하찮다고 소홀히 여기는 작은 무대도 출연을 마다않고 온 열정을 쏟아붓는다. 진지한 실내악의 아카데미에 공감하면서 대중 인문학 콘서트 출연을 흠모하고, 사회학 출판에 가담하며, 주변의 약자를 위한 기부 음악회에 헌신하는, 그야말로 예술적, 사회적 감수성 모두를 균형 있게 갖추었다. 유주환 작곡가와의 긴밀한 작업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박정한 음악계에서 학연의 연이 없는 사람과 10년 넘게 의리를 지킨다는 그 자체가 김진승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번 7월 13일 월요일 일신홀에서 선보이는 그녀의 독주회에 유주환 작곡가의 신작이 연주됨은 물론이다.

김진승 바이올린 독주회 프로그램과 출연진 프로필

베토벤의 8번 소나타는 지금까지 김진승이 공개된 무대에서 연주하지 않은 유일한 베토벤 소나타라고 한다.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 맞아 하나 남은 소나타와의 조우로는 적기다. 6,7,8. 세 곡이 작품 번호 op-30 한 세트다. 이 중 마지막 8번 G-Major는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에게 헌정되어 '알렉산드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3곡 중 맨 마지막으로 당시 베토벤이 즐겨 시도한 빈(Wien) 교외의 산책에서 받은 느낌과 인상을 음악에 반영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경쾌하다. 3악장의 속주는 비슷한 시기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12번 3악장과 흡사하다.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주환(1968~ )의 작품들은 다수가 '소나타','현악4중주', '피아노3중주' 등의 절대음악의 제목을 띄고 있다. 이번에도 모음곡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호두까지 모음곡>(Suite from the Nutcracker by Tchaikovsky for Violin and Piano)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에서 다섯 곡을 발췌, 유주환의 손끝으로 새롭게 리메이크 되는 작품일 거라 여긴다.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사랑과 열정의 산물이다.당시 파리 사교계 명소의 마담이었던 오페라 가수 폴린 비아르도의 딸인 마리안을 사랑한 포레는 그녀를 보기 위해 교회에 적을 둔 성가대 지휘자요 반주자였음에도 세속적인 살롱에 문턱이 닳도록 출입했다. 마리안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의 소나타>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상 작곡가들은 누군가에게 헌정을 최고의 선물로 여기는 반면 받는 사람은 그만큼 중요시 여기지 않더라. 더군다나 작곡가 스스로 사랑의 열병에 몸부림쳐 나온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이 이만큼 크고 대단하니 받아주시오'라는 연서는 십중팔구 실패하더라.) 이미 다른 사람과 약혼까지 한 상태인 마리안과 포레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A-Major라는 생명이 넘치는 밝고 환희의 조성에서 뿜어대는 열정, 사랑, 희망은 마치 슈만의 가곡 <헌정>의 기악 버전과 같다.

이날 반주하는 피아니스트 박미정은 김진승이 그녀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트리오>를 연주하고 호흡과 음악이 잘 맞아 꼭 다시 연주하고픈 연주자로서 그래서 그녀와 다시 연주를 하고 싶어 이번 독주회를 개최할 정도였다고 하니 둘 사이의 불꽃 튀면서 정감 넘치는 음악의 대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번 음악회의 사전 공개 리허설은 7월 7일 화요일 오후 5시 30분-6시 30분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회관 1층의 문화상점 이문일공칠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니 미리 와서 포레의 노도 같은 감정을 직접 겪어보자. 음악회 포스터의 김진승을 그린 캐리커처는 그녀의 동생인 김진영의 작품이라고 한다. 한 작곡가와의 꾸준한 공동작업, 마음 맞는 연주자와의 협업 그리고 동생의 재능까지 더해진 음악회, 김진승의 인품과 삶의 반추가 될 7월 13일 월요일 일신홀에서의 독주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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