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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79] 콘서트 프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시리즈 '베토벤 I'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2.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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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코리안심포니의 올해 첫번째 실내악시리즈 개최

바로 며칠 전, 신년음악회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근심에 빠지고 의기소침해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한 코리안심포니가 일주일이 지난 2월 7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이번엔 실내악으로 찾아온다. 베를린이나 빈,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악단들은 정체와 타성을 경계하여 끊임없이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으며, 단원들 역시 오케스트라 활동과는 별개로 자발적으로 같은 악단 단원들과 팀을 짜서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연주 모임인 실내악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오케스트라 소속 단원들의 실내악 연주회는 웅장하고 장엄한 교향악과는 다른 실내악의 재미와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또 계기가 된다.

2월 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실내악 시리즈 <베토벤 I>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 건 워낙 여러 군데서 기획행사를 하고 매스컴에서 언급해 잘 알려진 사실. 베토벤이라는 거장을 앞세운 페스티벌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바, 올해 두 차례 펼치는 실내악 시리즈에 베토벤의 실내악 곡을 선정함으로써 베토벤을 기리는 코리안심포니의 프로그램은 다른 단체들과 확연한 차별성을 띤다. 바로<목관 8중주 Op.103>과 <현악 5중주 Op. 29 “폭풍”>이 코리안심포니의 선택이다.

베토벤만큼 연대에 따라 음악적 완숙도가 달라지는 작곡가가 드문 만큼 베토벤의 음악을 어느 정도 들어본 사람은 목관8중주(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각각 2대씩이다)를 들으면서 작품 번호 103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거다. 분명 음악 스타일은 하이든을 연상시키고 편성도 그 당시 귀족들의 여흥음악으로서의 모차르트의 디베르멘토나 목관세레나데와 비슷한 대규모 실내악인데 작품 번호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후기다. (작품 번호 106이 그 유명한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니 말 다 했다.) 작품 번호가 반드시 출판 연도 순이 아님을 이 곡이 증명하고 있다. 목관 8중주는 1792년, 즉 베토벤이 고향인 본에 머물고 있었을 때, 선제후 막시밀리안 프란츠의 궁정에서 연주되게끔 쓴 오락 음악이며 1795년 현악5중주로 편곡하여 op.4로 출판한 후 사후 팔중주 원곡을 출판하고 출판사 마음대로 103이라는 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2부의 현악5중주는 제목만큼이나 베토벤에게 폭풍 같은 사건을 안겨줬던 작품이다. 고향인 본을 떠나 당시 음악의 메카였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정착한 베토벤의 명성은 하루를 머다하고 높아져가 출판사들이 너도나도 베토벤의 작품을 차지하려고 난리였다. 베토벤은 현악5중주의 악보를 라이프치히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Breitkopf & Härtel)사에 팔았는데, 빈의 아르타리아(Artaria) 출판사에서도 베토벤의 허락도 없이 출판했다. 내막을 조사해보니 이 곡을 의뢰하고 헌정 받은 모리츠 폰 프리스(Moritz von Fries) 백작이 현악5중주곡의 자필악보를 아르타리아 담당자에게 넘겨주었던 것이다. 이 일로 두 출판사는 법정에서 다투었고, 베토벤이 브라으트코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되었다. 이런 '폭풍'같은 사건과 별개로 이 곡의 제목 '폭풍'이 붙은 이유는 4악장의 도입부에서 바이올린의 연주가 마치 폭풍과 번개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설을 맡은 음악평론가 최은규
해설을 맡은 음악평론가 최은규

이번 코리안심포니의 실내악시리즈 <베토벤 1>은 비교적 덜 알려진 베토벤의 곡을 공연장에서 음악평론가 최은규의 해설로 실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더불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카메라로 촬영 진행한 후 코리안심포니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함으로써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도 생생하고 몰입도 높은 현장감을 선사하는 등 최신 기술과 여러 방법을 동원, 음악을 전파하는 데 노력을 다하고 있다.

흥미 있는 건 결국 이번 코리안심포니의 첫 번째 베토벤 실내악 시리즈가 현악5중주로 시작해 현악5중주로 끝난다는 거다. 첫 곡인 목관8중주도 현악5중주로 편곡되어 Op.4로 출판되었다고 이미 상술했는데 목관5중주 다음의 출판 번호를 붙인 곡 편성은 무엇인지 아는가? 역시 현악5중주로 목관 8중주와 마찬가지로 본 시대인 1794년에 작곡하여 Op.1로 세상에 나온 피아노 트리오 3번 다단조를 현악5중주로 편곡해 후대에 다시 업로드한 것이다. 결국 베토벤의 현악5중주는 이날 감상하는 '폭풍', 이 한 곡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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