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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73] 침 뱉는 사람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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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복판에서 어떤 남자의 카악~퉤! 하는 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국이 어느 땐데 길거리에서 침과 가래를 뱉는 건지.... 화들짝 놀라 피했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사람들은 무덤덤해 나만 유난을 떠나 싶어 괜히 민망해졌다. 남녀 불구 담배와 침, 가래는 3종 세트다. 다 피고 꽁초를 던져버리는 데가 쓰레기통이요 누런 가래까지 질질 흘린다. 정말 요즘 우한 폐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민감해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는 종속들이 널렸다.

우리네 자화상
우리네 자화상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유행성 호흡기 질환에 온 세계가 난리 법석이다. 손 잘 씻고 기침은 가리고 하고 침 뱉지 않는 등 위생과 청결이 예방에 금도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사드, 메르스 등 등 꼭 일이 터져야 호들갑을 떨며 개인위생과 주변 환경 정리에 아우성이지만 기본 중의 기본 에티켓이다. 하긴 기본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 기본이 안 지켜지는 거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남자가 임신을 했을 리가 만무하다. 중년의 아저씨다. 그런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버젓이 앉아 더구나 한쪽 발은 구두를 벗고 있다. 거기다가 그 사람의 일상 별거 아닌 통화 내용까지 듣고 싶지 않지만 들어야 한다. 이건 남녀노소의 문제가 아닌 시민의식이다. 아직도 멀었다. 전생에 술 못 마셔서 원수졌는지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부어라 마셔라 끝장을 봐야 하고 주량이 센 걸 자랑한다. 참으로 못났다. 자랑할게 그리 없는지.... 적당히 술 마시고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잘 노릇이지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밤새 떠들고 욕지거리에 싸움박질한다.

새벽 1시에 편의점 노상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자들. 밤이니까 조용히 하자라는 의식 자체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단면

사회적 교육과 성숙도가 그걸 못 따라간다. 기껏 남 노래시키고 자신은 듣지도 않고 딴짓한다. 삼삼오오 모여 공통된 화제에 집중하고 경청하면서 대화하지 못하고 맨 지방방송이고 넌 떠들어라 난 내 말 한다는 생활 속의 그런 모습은 일상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이 고급 호텔 로비에 설치된 흉상의 머리에 팔꿈치를 버젓이 기대고 핸드폰을 하고 있으며 미술관 가보면 뛰지 마라, 만지지 마라, 사진 찍지 마라 이런 잔소리할 필요도 없는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는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남의 자식이나 다른 이가 그러면 눈살 찌푸리며 타박하면서 자기 자식이나 나에게는 너무나 관대하고 체험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공공연히 행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다 다쳤다고 배상하라던가 소송을 건다던가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보상을 바라는 그런 행태라도 부리지 않았으면 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뭐라고 지적을 하면 받아들이고 사과하고 반성은 못할망정 말대꾸하면서 전화기 집어 경찰에 신고하거나 자기들끼리 큰 소리로 욕하고 대드는 유아독존의 무질서의 국민성에 이제는 꼰대라고 치부해버리고 갑질을 넘어 횡횡하는 을질의 횡포. 지하철에 남녀노소 임산부 배려석에 뻔뻔하게 앉아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 보거나 게임이나 즐기는 사람들.

오죽하면 주택가 한 가운데에 저런 현판을 걸었을까? 저 심정 너무나 이해간다. 주폭이 따로 없다.
오죽하면 주택가 한 가운데에 저런 현판을 걸었을까? 저 심정 너무나 이해간다. 주폭이 따로 없다.

명색히 문화를 향유하는 아트홀 로비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어 씁쓸함을 금할길 없었다. 이건 나이, 재산, 학식유무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2020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ㅇㅇ 아트홀 로비에 붙어있는 안내문, 잠은 집에가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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