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테크 주식에서 딴 60만 원도 수익이라고 경마계의 패셔니스타 마돈걸이 바짝 신경 쓰는 걸 보고,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참으로 개미 인생은 가엾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수가 올라도, 내리면 내리니까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결국은 기관과 외국인이 거둬가는 수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게 개미들인 것이다. 개미들은 우선 정보와 자금력에서 뒤지고 기업의 미래가치 분석도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 펀드를 권하는 게 아니냐고 금융기관과 펀드사들이 점잖게 말하고 있다. 허나 본인의 책임 하에 투자하고 싶다는 남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죽기 얼마 전에 찾아가서 감회에 젖은 곳은? 1번 후배 디자이너의 패션쇼장, 2번 어릴 때 뛰어놀던 고향의 거리, 3번 경마장. 짐작한 대로 답은 경마장이다. 그녀가 디자인한 옷과 모자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외국의 경마장은 그만큼 패션의 경연장이 되어 왔다. 과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우리는 지난주에 술회한 바 있다. 해서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마돈걸의 멋진 패션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그깟 복장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사람은 내면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난주에 우리는 마돈걸이 경마장에 나타나면, 그 뛰어난 자태와 패션으로 남정네들이 넋을 잃을뿐더러 여자들의 질시까지 집중적으로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비스타인가 싶어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자들까지 있었던 것이다.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한가한 오후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시고 있는 마돈걸의 몸매와, 몸매를 감싸고 있는 패션 감각에 내심 감탄하였다. 과천 경마장에 오는 여성 경마팬들이 모두 그녀처럼 이렇게 아름답게 차려입으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오페라 극장에 가듯 경마장에 옷을 차려입고 간다면, 보기 좋은 걸 떠나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작전이 걸린 칠성 테크 주식으로 벌어들인 쥐꼬리 수익에 감격한 데다 다른 생각도 좀 있어 마돈걸을 정갈한 일식집으로 모셨다. 시간은 오후 네 시 경으로, 이러한 시간에 중년남녀가 호젓이 입장하여 자연산 회 한 접시를 시켜 먹는 건 일식집 사장이 보기엔 매우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일식집 사장은 수완 좋은 아주머니를 붙여 그들이 참이슬 대신 몸뚱어리를 은은하게 덥힐 수 있는 사케를 마시게끔 유도하였다. “오빠, 어디서 정보를 들은 거야?” 마돈걸은 사케가 석 잔도 돌기 전에 칠성테크가 왜 올랐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지난주에 우리는 주말이면 말에다 돈을 걸어 ‘마돈걸’이라고 불리는 멋진 숙녀가 동병상련의 당나귀 신사 백팔만 씨를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백팔만이 탈법자의 지시에 따라 산 ‘칠성테크’ 주식이 갑작스레 뛰어오른 것도 보았다. 칠성 테크는 장 마감 무렵엔 3600원 대까지 올라서 당장 60만 원의 이익을 남겨주었다. 사실 60만 원은 그동안 잃은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돈이었지만, 주식이든 경마든 이익을 본 기억이 워낙 까마득했으므로 감개무량하였던 것이다. 백팔만은 지도자 ‘탈법자’에게 전화해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당나귀 신사 백팔만 씨가 칠성테크 주식을 천만 원 어치 산 것은 지난 주에 얘기한 그대로다. 그런데 한 칼에 15만 주 사자 주문이 척 들어오면서 백팔만 씨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사실은 뛸 이유가 없었다. 15만 주 사자가 실시간으로 물량을 쓸어가는 것도 아니고, 한 단계 낮은 호가에 깔아놓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작전하는 아이들이 ‘내가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효과는 있었다. 경마로 치면 어떤 자가 복승식 3번, 7번 말에다 사인펜으로 칠해 넣은 종이 천 장을 마권과 교환하지 않고 손에 들고만 있는 것과 같
당나귀 신사 백팔만 씨는 투자전문가 ‘탈법자’의 지시대로 코스닥의 ‘칠성 테크’가 일시 하락하는 오전 11시 경 일단 한 장, 즉 일 천만 원 어치를 즉각 매수하였다. ‘칠성 데크’인줄 알았더니 ‘칠성 테크’였다. 말 이름이 루이든 루니든 잘 뛰는 놈이 좋듯, 데크든 테크든 벌어만 주면 이름 따위는 아무 상관없었다. 그는 주당 3,400원에 3,000주를 한 번에 매수했다. 이 점이 경마와 달랐다. 경마는 좁고 진폭이 큰 반면 주식은 넓고 수익률이 완만하다. 해서 주식은 금액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1억 투자해서 2천 버는 투자자
진정한 당나귀 신사 백팔만 씨가 거상 증권회사로 들어섰을 때, 아는 척 하거나 인사를 건네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휴대폰에다 대고 지금 당장 그놈의 주식을 사거나 팔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당나귀 신사는 곧장 트레이딩 룸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이미 세 사람이 나와서 컴퓨터를 하나씩 꿰차고 주식을 사고파느라 여념이 없었다. 집에서 매매하기가 여의치 않거나 투자 분위기를 느끼며 실시간 정보를 얻어듣길 원하는 트레이더들이 이곳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었다. 이들은 큰 손이 아니었다. 몇 천만 원
당나귀 신사 백팔만 씨는 아침 열 시 경에 집을 나섰다. “당나귀 신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경기도 거상 시(市)의 금도끼 아파트 검문소에서 교감 수위가 인사를 건네 왔다. 아파트에 차량 차단기가 생기면서 신사의 당나귀도 잠시 멈춰 서야 했다. 키가 작고 반백머리에 모자를 삐뚜름하게 쓰는 버릇이 있는 60대의 교감 수위는, 중학교 교감의 엄숙했던 과거를 잊고 아파트 정식 수위로서 제 2의 힘찬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백팔만 씨가 언제부터 당나귀를 탔는지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교감 수위는, 이 땅에 당나귀가 가지 않는 곳은 없다고 들
소설가이자 시인 우영창 씨는 과거 증권회사 지점장을 거친 바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금융이 장악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잘 표현한 대표작 `하늘다리`에는 런 그의 경험과 문학관이 잘 묻어있다.본지를 통해 소개되는 수필 `당나귀 신사` 역시 돈에 관한 이야기다. 돈과 경마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 보게 될 `당나귀 신사`는 가벼운 듯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 않은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편집자주)우영창- 경북 포항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서증권 지점장 및 대우증권 영업부장 2003년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