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윤 한 로쑥을 보면신강출우리 어머니 생각나네못 배우고못 생기고내 푸지게 괙괙거렸소만한 차례 비 오고언덕바지 푸른 쑥 돋으니먼 빛이제야 바랄 줄 알게 됐소뜯을 염도 없이시작 메모 자고 나면 눈 길에 호랑이 발자국 찍히던 초등학교는 산간마을체험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창 젊으신 어머니 포플린 치마 입고 꽃 한송이 따들고 사진 찍었던 왕소나무는 다 기울어 밑둥에 시멘트 떡칠을 해 놓았다. 싸리 울타리 사택은 온데간데 없었다. 미역을 감고 개구리 뒷다리 구워먹던 개울은 이제 보니 물줄기 졸졸 흐르는 도랑이었다. 남들 말이 맞았다.
들꽃들 윤 한 로뱀이 꾸역꾸역 개구리 집어삼키는 푸서리보리튀밥처럼 피었네들것들그렇구나! 순 쌍것들이라 더더욱 이쁘시구나고것들 하냥 잘 크라고 왜, 옥수수를 먹다가는 대궁이채 휙 집어던지지 않냐까맣게 개미도 찔 겸 시작 메모 이아무개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을 보냈다. 시가 딴 시인들 시하고는 훨씬 틀리다. 무엇보다 끈끈하면서 물기가 있다. 아직도 몇몇 시인들 시 속에는 시심이 살아서 꿈틀거리는구나.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는 짜증나는 시가 판치는 시대에 반가웠다. 보은에 산다고 하니까 날마다 맑은 시가 샘솟겠네요, 좋겠네요 문자를 보내왔
환자 방문 윤 한 로날은 푹푹 찌고남들은 땀 뻘뻘 흘리는데똥 오줌 고름 냄새코를 찌르는 골방 속제가 바칠 건앓는 일밖에 또 없으니라는 듯 빙긋이 웃는다, 얼마 안 남은 아네스씨요!거기 간 우리 모두 잘난 체하는 마음 없애네 시작 메모 귀곡 메주공장 마을 아네스씨요, 저 보세요, 날은 더워 훅훅 찌고 망초댄 넘자라 억세빠지고 배암은 주먹다위 개구리 통째 삼키는데, 오래 사세요. 얼마 안 남았단 마음 싹 없애시고 지우시고. 그리고 우리 시골 사람들 드릴 건 봉사도, 지혜도, 기도도, 선행도, 눈물도, 웃음도 아니요 늘 앓고 또 앓는 일
가재골 2 윤 한 로 얼레지괭이밥애기똥깽깽이괴이불좋시다왼갖들꽃들꼴값들떠는꼴허걱,밀배암이 황소개구리 꾸역꾸역 삼키고여기 촌구석이라 아프고 외로운 분들 많으니그분들 빨리 일어나 이제 성당도 나오시고논둑에 쭈구려 앉아 쑥도 캐고오줌도 누고 했음시작 메모 귀촌하고 내가 다니는 여기 가재골 성당은 충청북도에서 가장 작은 성당인데 교우들 나이가 보통 일흔 넘는다. 나는 그야말로 새파란 쪽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복사를 서고, 봉사를 하고, 교우 환자 방문을 하고, 전례를 하고, 또 아침, 점심, 저녁, 삼종 때마다 종을 친다. 그러나 대도
수탉 윤 한 로지렁이도 잡아먹고개구리도 먹고떫은 고욤도 쪼아 먹고왼갖 좋은 거란 좋은 거 혼자 다 먹누나 된장에다 고추장까지 먹으니 동네방네 울기도 제일 잘 해살구나무 마당 구석지 싸움도 제일 잘 해잠지 눈알 부라리며, 꺼꺽푸드데기 구장님네 누렁 가이도 쪼으며 장허타, 맨드라미 붉은 볏 달구 장닭 하지만 쭈그렁 아버지 기어코 장에 내다 파시니제발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팔지는 말아 주세요우리 반달이시작 메모 ‘수탉’을 쓸 때 - 달이니 풀이니 벽이니 까마귀니 자판기니 봉고차니 마트니 카트니 언어니 문장이니 속도니 가변차로니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