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내 삶은 시』 ‘청춘예찬’ (1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3.01.09 18: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2부 청춘예찬 11

 

밟으면 밟히데

또 밟으면 또 밟히데

강출아, 두만아, 문딩아

늬들도 갸들 밟으면 일어나 밟아라

또 밟으면 또 일어나 또 밟아라

잠든 듯 엎뎄다가

쥐죽은 듯 엎뎄다가, 늬들도

손이 없냐 발이 없냐

그러니까 콱콱 밟아라

아주 싹싹 발라라 언젠가

닭이 말했다 아주 개눔들이라고

 

청춘예찬

 

곧 여드름 박박 나기 시작하곤

키도 작은 데다 없이 살아

친구 하나 없이 외롭던 그때

겨울비 구죽죽 내리고

정말 많은 책을 읽었네

와룡생 사마의 무유지 군협지 사자후

쿡 처박혀

무협지란 무협지 모조리 읽었네

다 내 것 같던 아리따운 낭자들

삼삼했지

무공을 폐지당한 초절정 세외고인은

모든 것 떨쳐버리곤

그 얼마나 초췌하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선

이질에 걸려 요강단지에 올라타고도

맛있게 뜨겁게 읽었지

내 공부를 그렇게 했더면

예비고사를 떨어지고

대학도 죄 떨어지고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았네

사타구니 쓸며 쓸며

동생 뺨따귀 따리며 읽던 그 시절

흑흑,

내 인생에서 난 나를 가장 사랑했다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