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2부 청춘예찬 11
밟으면 밟히데
또 밟으면 또 밟히데
강출아, 두만아, 문딩아
늬들도 갸들 밟으면 일어나 밟아라
또 밟으면 또 일어나 또 밟아라
잠든 듯 엎뎄다가
쥐죽은 듯 엎뎄다가, 늬들도
손이 없냐 발이 없냐
그러니까 콱콱 밟아라
아주 싹싹 발라라 언젠가
닭이 말했다 아주 개눔들이라고
청춘예찬
곧 여드름 박박 나기 시작하곤
키도 작은 데다 없이 살아
친구 하나 없이 외롭던 그때
겨울비 구죽죽 내리고
정말 많은 책을 읽었네
와룡생 사마의 무유지 군협지 사자후
쿡 처박혀
무협지란 무협지 모조리 읽었네
다 내 것 같던 아리따운 낭자들
삼삼했지
무공을 폐지당한 초절정 세외고인은
모든 것 떨쳐버리곤
그 얼마나 초췌하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선
이질에 걸려 요강단지에 올라타고도
맛있게 뜨겁게 읽었지
내 공부를 그렇게 했더면
예비고사를 떨어지고
대학도 죄 떨어지고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았네
사타구니 쓸며 쓸며
동생 뺨따귀 따리며 읽던 그 시절
흑흑,
내 인생에서 난 나를 가장 사랑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