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58] 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천상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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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58] 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천상의 노래'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7.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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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에 들어가니 분홍색 프로그램북을 손에 쥔 여성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꽤 많은 관객들이 군집해 있었다. 죽음과 인생회환, 화자정리라는 무거운 주제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말러 교향곡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일련의 관객층이어서 의아했다. 한편으론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원하는 3-40대 여자분들이 많은 걸 보고 반갑고 설레었다. 그런데 '천상의 노래'란 제목과 분홍색 디자인의 프로그램북과는 아무래도 따로 노는 거 같아 다시 보니 옆 IBK홀에서의 JTBC 팬텀싱어 3 우승팀 라포엠의 멤버인 카운터 테너 최성훈이 출연하는 공연에 가는 사람들이었다. 역시나 그렇지... 어쩐지.....

7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천상의노래'
7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천상의노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83세에 쓴 말년의 작품인 <네 개의 마지막 노래>에서 지휘자 바실리스 크리스토폴로스는 이지적이고 절제된 음색으로 오케스트라를 조정해 나갔고 소프라노 이명주 역시 첫 곡인 '봄'부터 흔들림 없고 안정적이었다. 특히나 저음부터 고음까지 탄탄한 호흡과 곡의 성격과 내용에 맞는 발성과 음색 그리고 언어전달력을 보여줬다. 보름 이상 지속되는 열대야에 이제 고작 7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폭염일수를 훌쩍 뛰어넘어버린 무더위도 조만간 차갑게 무뎌지고 가을로 스며들 테다. 이 뜨거운 여름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러져 버릴 거 같은 인생무상을 담담히 노래해 나간다. 특히나 2번 '9월'의 맨 마지막 호른 패시지에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4편 새로운 희망>의 마지막 장면이 오버랩 되는듯했다. 크리스토폴로스와 이명주는 슈트라우스라는 거목의 마지막을 통해 우리에게 뜨거웠던 청춘과 소중한 일상의 갈망과 함께 곧 있으면 떠오를 새로운 태양과 희망을 선사했다. 그래서 3번의 '잠자리에 들때'를 들으면 코로나만 종식되면 꼭 헤르만 헤세의 고향인 검은숲에 다시 가서 숲을 걸으리라는 결의를 다지게 하고 4번 '저녁노을'에서는 위대한 거장의 작별 인사와 더 위대했던 독일 가곡 대장정의 종지부를 장엄하게 찍으며 절로 경외심에 눈가가 붉어졌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이명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이명주

인터미션 시 객석에 앉아있으니 무대 뒤에서 트럼피터가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불고 있어 누군가 했더니 1부 슈트라우스에서는 안 나온 주자였다. 말러의 교향곡, 그중 특히 4번은 규모는 크지만 마치 슈베르트의 '8중주' 같이 실내악적이다. 그래서 비중이 크지 않는 파트가 없이 다 솔리스트며 실내협주곡 같다. 우선 호른은 슈트라우스에서 말러까지 오늘 공연의 1등 공신이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 매 순간이 절체절명의 위기였는데 몇 번의 잔실수가 있긴 했으나 1악장 발전부의 초입과 코다에서의 알프스산맥의 메아리와 같았던 청량함, 2악장의 천국으로의 인도와 악장 내내 '낄끼빠빠'의 정석을 보여준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돋보였다. 코심 클라리넷 수석의 기량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어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지만 목관 전체 파트를 리드했고 3악장에서의 오보에의 장대하고 유려한 선율, 약방의 감초처럼 어디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바순 그리고 트릴과 화려함은 당연코 내 몫이라고 콧대를 세운 플루트까지 말러가 세운 무릉도원에서 각자 행복에 겨워 노래하는 솔리스트들이었다.

클로즈 업! 왠지 겸연쩍지만 뿌듯함과 의기양양함이 가득찬 한 사람의 당당한 모습

1악장 발전부가 끝나고 재현부로 넘어가기 전의 폭발 후의 트럼펫이 앞으로 말러를 통해 구현될 5번 교향곡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죽음의 팡파르'를 부분적으로 해체시키면서 산만하지 않게 이끈 점, 3악장에서의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에 비단결 같은 첼로의 합을 이끌어 낸 점은 지휘자 크리스토폴리스의 공이다. 다만 2악장에서는 생기 넘치는 걸 넘어 템포가 빨라 위태로운 곡예를 방불케 했다. 물론 그런 빠른 유도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와 준 악장을 비롯한 바이올린과 비올라 파트의 역할도 절대적이었다.

도대체 왜 이명주는 안 나오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근 50분 동안 관객의 한 명으로 오케스트라 사이에 앉아 있지 않을 거면 2악장이 끝나면 와서 앉아 있다가 일어나야 되는 광경만 봐온 필자에게 3악장이 끝나고 소박하면서 민속적인 천국의 동요 같은 클라리넷 선율에 맞춰 왼쪽 무대의 문이 열리고 백합 같은 천사가 강림해서 걸어 나온 광경은 신선했다. 4악장은 이명주의 음역에는 좀 낮은 듯했다. 어차피 말러도 총보에 '여가수'(Saengerin)이라고만 기보했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의 정확한 지칭을 하지 않았다.

말러 교향곡 4번을 노래한 소프라노 이명주와 지휘자 바실리스 크리스토폴리스

인간 자체에 깊은 환멸과 실망, 그리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필자지만 슈트라우스와 말러를 통해 그것들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져주는 시간이었다. 코로나든 폭염이든 부득불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발견하였다. 모든 속세를 초월하여 더 많이 듣고 감동과 위안 받으면서 인간이 아닌 예술의 품에서 천상의 삶을 누려야겠다. 그렇게 한 시간 반가량의 천상의 삶은 끝나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니 예술의전당 야외 풀밭에는 금요일 밤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만 가득이고 휘황찬란한 조명에 맞춰 분수가 너풀너풀 베르디의 <여자의 마음>에 맞춰 춤을 추고 시끌벅적 행락지가 따로 없더라. 아~~다시 돌아갈래! 도망가자~~ 방금 전까지 맛본 천상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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