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윤 한 로종종종새 발자국 찍혔네에헴,그러나 모도 다 업수이여기네숯검댕이 굵은 눈썹꼬마 눈사람바람 찬 한데헌 잠바떼기 하나 걸치지 않았네허구한 날기름 먼지 때에 절은쪼만하신 아버지오늘따라그립고나 시작 메모왜, 김동리 ‘무녀도’ 처음 대목이 마누라는 죽고 홀애비 하나가 벙어리 딸을 나귀에 태우고 양반 집 문전을 찾지 않는가. 그런데 그 애비 나이 쉰 가량에 체수도 조그맣고 행색마저 초라해 마치 ‘남자 하인과 그 상전의 따님 같다’ 했다. 아버지들, 이제 집에서 이렇게 머슴 같고 하인 같다. 서글프다. 허구한 날 헌 잠바떼기 하나
덕천 마을 윤 한 로은하수이용원, 육교오토바이상사 앞반 뼘쯤 작은 사람들 사이뻔데없이 큰 여자 하나오늘도 호주머니 불룩 손 집어넣고 봉고를 기다립니다아유, 증말기역자로 꺾어들어가야만 하는낮은 달동네그 착해 빠진 사람들이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죽기까지 싸운다’비록 조잡한 글씨지만무엇 때문인지 바람에 접쳐 알 수 없지만기름때에 절었지만무조건 동의하고 싶습니다이제 오갈 데 없는 안양 토박이들 휑뎅그렁하니 실그러진 풍물시장 그러나 조금 깊숙이 들춰보면 아직도 왼갖 만국기 휘날립니다요주유소처럼,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처럼시작 메모여덟시 사십분.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기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마돈걸의 육체, 아직 그 표피에 머물며 탐색하고 있을 즈음 어디서 아련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사람을 슬프게 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디론가 한없이 끌고 가는 감미로운 음악이었지만 지금 온 감각이 한 가지 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유세련에겐 성가신 방해거리로 다가왔다. 아니다 다를까, 마돈걸이 “아이”하며 몸을 뒤채더니 일어나서는 가방을 주섬주섬 뒤져 기어코 휴대폰을 받는 것이었다.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즉각적이고 신속한 반응이야 말로 나이 불문 모든 여성들의 공통점인데 뜨거운
유세련의 나긋한 손길에, 명품 악기라고 할 수 있는 마돈걸의 육체가 일일이 반응하며 그 표시로 고귀한 신음을 가늘게 내질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여성의 육체는 마음이 완전히 열려 있지 않아도 그날 밤의 기분에 따라 때론 날씨에 따라 뜨거워지기도 하고, 특히 특이체질의 경우는 마음과 상관없이 몸만 따로 놀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돈걸은, 머리에 든 거라곤 돈과 섹스와 온갖 감각적인 쾌락 외엔 없는 유세련과 한 침대에 누워 있게 된 이 밤, 머리는 하얗게 비우고 오로지 몸의 욕구에만 따르기로 한 것인데 이 경우 그 몸을 어느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마돈걸은 소파도 아니고 바로 침대 위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시트로 가슴의 반을 가리고 유세련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유세련의 벗은 몸을 보고 있는 건데 일거에 훑기도 하고 어떤 부분엔 시선을 좀 더 오래 두기도 했다. 마치 그것이 어떠한 각도로 어떠한 위용을 갖추고 구체적으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사실 마돈걸 같은 모던 걸은 인간의 몸에 대해서 편견도 신비감도 갖고 있지 않지만 인간의 몸이 연출하는 다양한 변주를 적극적으로 감상할 줄 알고 있었다. 해서
지각 윤 한 로나는 재수를 해서 내 친구들은 나보다 한 살이 적다그래도 나는 좋다는 정정구가 오늘도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다콧물을 훌쩍거리면서, 직수굿복도 끝 비둘기 발가락을 보고 있는 갑다종종종새우젓 냄새를 피우며바짝 다가올 것 같아한쪽 팔을 바꿔 짚어도 먹물을 찍은 듯한 눈알 이젠 겁도 없어 날아갈 줄 모른다바람 한 점 없는교실 바깥 맑은 날씨 이런 날은어딘가로 떠나가고파, 흘러가고파흰구름 깔치 삼아 시작 메모지각생들 중에는 성격 좋은 애들이 아주 많다. 온순하고 따뜻하고 꾸밈이 없고 인간적이다. 이해력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세상
가 을 윤 한 로봉당 구석에 찬바람 나고 나무 잘하던 원재 형 머리 박박 깎고 군대를 가네김 풀풀 나는산 같은 고봉밥 오늘은 뚝딱, 해치우지 못하고반절도 못 먹어숟가락을 지우네어머니는 훌쩍훌쩍 자꾸만 우시네간 밤 장꽝에 떨어진 떫은 고욤 여남은 알 별처럼 으시시 새벽 서리 꼈네시작 메모가을이면 군대들을 많이 가는 것 같다. 서글프다. 나도 시월이십사일, 유엔데이 가을에 갔지만 형이 가던 모습은 유난히 가슴을 애리게 했다. 산 같은 고봉밥을 뚝딱 해치던 형이 몇 숟가락 넘기지 못했다. 하루종일 홑이불을 뒤집어 쓰고 드러누워 있다가 겨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은 마돈걸이 얼른 다가와 뒤에서 군용 스푼처럼 포개지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기척이 없어 돌아보니 마돈걸은 소파에 앉아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희고 보송보송한 대형 타월로 알몸을 감싼 상태였다. 남자도 타월로 허리 아래를 감싸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영화를 보면 마피아들이 사우나에서 그렇게 하고 사업 얘기를 나누었다. 한국영화에서는 상체에 문신을 하고 있는 자들이 주로 나와 누군가 시비를 걸어달라고 눈에 힘을 주고 다녔다. 유세련은 문신이라곤 왼쪽 팔뚝의 쇠스랑 하나와 가슴골의 나비 한
바위 윤 한 로보미 골짜기에올 갈게도 개모과만 왕창 달았다비비틀린 모과나무 아래무녀리 같은 덕석 바위가무잡잡, 서내식이 작은 여편넨지적삼 가슴 풀어제치고 퍼질러 앉아설랑오입 담배 한 대 꼬실르는구만올참 갈 것이지하여트나 염생이 말목자리 뽑힌 등때기 쪼드락 볕 대근도 하고나시작 메모그전에는 산비탈 바위에 퍼질러 앉아 오입으로다 배운 담배를 피우는 촌 여편네들이 더러 있었다. 상주 보미 골짜기에 아버지 당숙인지 서내식 이라고 하는 이는 작은 마누라를 두고 살았는데 이이는 까무잡잡하니 그런 담배질도 곧잘 했다. 일, 사는 걱정에 대근한
모텔 엘리베이터의 특색은 두 사람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로 좁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모텔협회가 권하는 이상적인 형태로,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우리의 대단한 마돈걸과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입술을 맞대고 9층까지 올라갔다는 건 사실이었다. 키스는 매우 낭만적인 행위로 여자에겐 순수와 매혹, 깊은 공감을 의미하는 바가 있다. 그런데 유세련에게 키스는 그런 정서적인 의미보다는 그냥 빨아먹는 행위에 가까웠다. 새 사탕을 빠는 것, 사탕 맛은 여자마다 다른데 떨떠름하기도 하고 맹물 같기도
밤은, 혈기왕성한 수말에겐 고삐를 채우고, 윤기나는 털과 탱탱한 엉덩이가 도도한 암말에게는 앞발 아래 길게 깔린 주황빛 융단을 밞으며 와야 하는가? 일찍이 이 밤은 돌돌 말아 10년 과부를 보쌈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오색 불빛으로 물들여져 청춘남녀 눈앞에서 현란하게 회전되기도 하고 소녀에게는 별 몇 개 달 한 개의 의미를 조용히 문의해오는 예쁜 수수께끼이기도 했다. 마돈걸에게 밤은 은은히 달구어진 화롯불이자 동시에 미구에 타오를 횃불이었다. 오로지 이 한 몸 급히 불살라 여체를 녹이겠다고 조바심치는 유세련, 이것은 그가 꼭 젊고 대
애기소 윤 한 로엇재 뒤틀린 골짜구니너러바위 쭐쭐 언청이 물줄기 쓸쳐내린 옆구리애기소 맑고나남실바람에 쇠어빠진 고로쇠 이파리 몇 낱하랑하랑 떠다니고휘영청 달은 밝아고무래 丁가말만한 크네기풍덩실 빠져들어깊푸른 애기소명주실 한꾸리다 풀리누나밤 이슥토록시작 메모바위도 나오고 물도 나오고 달도 나오고 사람도 집어넣고 짐승도 집어넣고 나무도 나오게 했다. 서로 서로 이어지나 싶었다. 그런데 살아가는 모습인 삶이 빠져버렸다. 그렇게 보니 이어지는 것들이 뚝 끊긴다. 막막하다. 삶을 그리는 일은 너무 힘들다. 나중에 길게 고심해서 제대로 쓰고
여자에게 술을 잔뜩 먹여 이성을 마비시키고 하체에 힘이 빠지게 해 원나잇 투어로 이끄는 게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의 장기인데, 마돈걸은 오히려 앞장서서 더 마시자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커피나 한 잔 하자는 유세련의 건의는 바로 묵살 당했다. 그는 마돈걸에게 손목을 잡혀 요사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는 막걸리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예전에는 일일 노동자 아니면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가 이런 곳에 주로 찾아와 사발에 철철 따른 걸쭉한 막걸리를 선 채로 단숨에 들이켜고 소맷자락으로 입술을 쓱 한 번 훔친 다음, 김치 한 조각
남녀가 만났으면 얼른 결정을 짓지, 무슨 뜸을 그리 들이고 변죽만 울리는가, 이러한 아픈 채찍이 있을 법 한데 우리의 독자들은 참을성 있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니 경마도 그런 인내와 신중한 마음으로 베팅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자, 미국에서 건너온 허여멀건 유세련이 강남의 와인바에서 마돈걸의 뜨거운 입술을 훔치려 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현장을 지켜본 손님 A에 의하면 마돈걸이 무엇에 데인 듯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사내는 여자의 배꼽 부분에 코를 부딪치며 엎어졌다 한다. 사실 마돈걸은 유세련의 기습 키스
서울 그것도 강남의 고급 와인 바에서 30대의 처녀 총각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면 둘의 대화 내용이 궁금하신가? 때로 하염없이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눈빛의 의미가 궁금하신가? 남자의 상식으로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정해진 수순 같은 것이어서 그 실없는 짓거린 대충 하고 모텔로 원룸으로 어서 달려가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물론 여성들은 그런 속도전은 숙녀의 본질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짐승의 짓거리라고 치부하고 싶을 것이다. 어떤 주식이 먹음직스럽다고 앞뒤 재지 않고 덥석 내지르고, 저 말이 탄탄하게 잘 빠졌다고 덜컥 찍는다면
지난주에 백팔만이 ‘경마는 짧고 인생은 길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리를 우리는 들었다. 탁주를 한 잔 걸치고 다시 당나귀를 타고 떠난 백팔만이 몇 시에 집에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몇 시가 뭔 상관인가? 돈을 잃은 루저가 해시(21시-22시 59분)에 들어가든 자시(23시-00시 59분)에 들어가든 빈털터리 신세가 바뀔 리가 있는가? 한편 술을 한 잔 마셔 얼굴이 알맞게 달아오른 마돈걸은 유세련 오빠가 축구 선수 베컴처럼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남자가 한 번 멋지면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멋지지 않기는 참 힘들다는 생각이
조퇴 윤 한 로금요일 여의도 성모 병원에 정기 당뇨 검진을 받으러 갑니다5층 옥상 정원성모님 발치고무 솥단지 화분 속에코딱지만한 꽃들수두룩빽빽하게 피었습니다한송이 한송이 세어보니고, 조그만 것들 모두 다이파리 아홉개씩입니다먼지 끼고벌레 슬고뜯긴 것들까지딱딱, 아홉 개씩 달고 있습니다이 세상 솥단지 빠져나가지 않고얇은 숨소리 내면서,왜 아홉 개씩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무지하게 이쁘고눈물 납디다거위처럼 꽁무니 길게 빼고묵주기도 한단을 바칩니다고통에 눌리고 찢긴 이들을 위해서지식과 지혜와 권세와 부귀와 영광을한갓 코푸는 휴지조각처럼 여기
오늘 따라 거는 말마다 져야 했던 백팔만은 당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술도 한 잔 마셨겠다, 하늘에 별도 총총하겠다, 바람은 솔솔 불어오겠다, 비록 빈털터리지만 마음만은 호방하게 가지려고 애쓰고 있었다. 세상에 돈보다 더 소중한 걸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가족, 명예, 건강 이런 걸 잃어버리고는, 그래도 돈 걱정만 할 때가 행복했지 하고 회환에 잠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백팔만의 살 만한 점이라면 바로 이런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어떤 나쁜 상황에 빠져서도 자신보다 더 불쌍한 자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
염소 선생 윤 한 로중국 밭 산비얄진종일 딸랑방울불알 노린내 풍치며명아주 쇠비름 야금야금 뜯어먹어동글동글 마른 똥 힘 센 우리 염소꼬신 바람 선낫에도반질반질 짝째기 눈각중에 빛나니괴약스런 우리 염소애기처럼 가는 울음은슬픈 듯 기쁘고녀기쁜 듯 슬프고녀 때론 중늙은이 모즈락 턱수염만한동안 치떨기도아, 참된 염소 선생뻗정다리 끝끝내 버팅기다 터덜썩 무릎꿇는착해빠진 우리 염소시작(詩作) 메모염소, 거위, 당나귀와 같은 옛날 짐승들이 좋다. 고욤나무, 추자나무, 홰나무 이런 옛날 나무들이 좋다. 인구 아재, 원시 할매, 당숙모 그 옛날 친척
쥐며느리 윤 한 로윗목엔 꿔다논 보릿자루 서말만 이루저루염생이 누린내 풍치는 벼름박 뿔뿔뿔뿔 기어나와 갑자기 코를 박고 죽은 척하는잿빛 식솔(食率)들팔뚝 팥알점처럼 타들어간다시작(詩作) 메모여름밤은 은하수 흐르는가. 별똥이 긴 꼬리를 그으며 산 너머 쌓이고, 미류나무 옥수수 잎사귀에 파아란 바람이 부는가. 밤 뻐꾸기 새도록 울어예는가. 개울이 졸졸 맑게 노래하는가. 그건 아니잖은가. 아니잖은가. 벼름박 위 걸어놓은 소쿠리 떨어지는 깊은 밤, 작은 서슬에도 죽은 듯 엎드린 잿빛 저놈들은 무엇인가. 가난과 서글픔과 궁상 속에 자신을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