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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 윤한로

김옥현
  • 입력 2019.03.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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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윤 한 로



1.

맨날맨날
똥통 학교 모자에다
양말도 없이 맨발에다
체육복도 없이
물감도 없이
한 해를 꿇고 또 한 해를
꿇을 수 없어
가다가 말고 또
가다가 말고
저, 칠십년대 삼월달
바짓가랑이 사이를 파고드는
매운 칼바람이여

2.

우리는 풀이었네
모가지 쑥 잡아 뺀
푸르뎅뎅한 풀
불그죽죽한 풀
뻐들뻐들한 풀
꺼끌꺼끌한 풀
들쭉날쭉한 풀
재수없는 풀
싸가지 없는 풀
비싼 밥 먹고
비싼 옷 입고
노상 얻어터지게끔 돼 있는 풀
그런데 왜 때려요, 씨
하지도 못하는 풀


시작 메모
내가 썼지만, 이 시에서 ‘똥통학교’라는 시어는 정말 맘에 쏙 든다. 빛난다. 어떤 누구 비유에도, 상징에도, 인식에도, 사유에도, 철학에도, 심지어 인생에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왜, 나는 그런 삼류, 저급, 저속 들에 빠져들었을까. 이제 일급의 꿈이 물거품처럼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무튼 칠십년대 삼월은 아직도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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