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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가다

김홍관 시인
  • 입력 2024.03.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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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가다

 

세상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단단히 뿌리를 내린 커다란 나무는

절대로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데

탈것을 타고 나무 곁을 지나가면

순식간에 나무는 나를 지나치고 만다.

나무가 나를 지나간 것인지

내가 나무를 지나친 것인지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버지께서도 나를 지나가셨고

엄마는 아버지보다 조금 더 머무르시다 지나가셨다.

나 또한 세상에 나와 60여 성상을 지나가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고의 필름들이

대본 없이 각본 없이 연출 되고 시간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사랑도 지나갔고 미움도 지나갔고

또 다른 사랑도 지나고 또 다른 이별도 지나고

견딜 수 없던 아픔도 지나가면 견딜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모든 지나가는 것들은 내가 걸어온 역사가 된다.

 

그 흔적을 남기며 나는 지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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