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가다
세상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단단히 뿌리를 내린 커다란 나무는
절대로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데
탈것을 타고 나무 곁을 지나가면
순식간에 나무는 나를 지나치고 만다.
나무가 나를 지나간 것인지
내가 나무를 지나친 것인지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버지께서도 나를 지나가셨고
엄마는 아버지보다 조금 더 머무르시다 지나가셨다.
나 또한 세상에 나와 60여 성상을 지나가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고의 필름들이
대본 없이 각본 없이 연출 되고 시간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사랑도 지나갔고 미움도 지나갔고
또 다른 사랑도 지나고 또 다른 이별도 지나고
견딜 수 없던 아픔도 지나가면 견딜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모든 지나가는 것들은 내가 걸어온 역사가 된다.
그 흔적을 남기며 나는 지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