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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별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4.03.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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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시인

 

동주별                           이기영

 

80년 전

맑고 여린 27살 동주의 영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하얀 쪽배를 타고 별을 헤면서

은하수 건너 서쪽나라로 노 저어갔다

 

십자가 앞에서 괴로워했던 청년

휘파람 불며 서성이다가

꽃처럼 피를 피우며

하늘나라로 떠났다

 

북두칠성 만나

냉수 한 잔 마시고

땀을 식힌 뒤

드디어 드디어 하느님 만나

반갑게 인사드리자

뜨겁게 뜨겁게 포옹해 주셨다

북극성 옆자리 동주별이 되었다

 

Dongju Star                             번역 김정은

 

80 yrs ago

clear and tender 27 yrs Dongju’s ghost left

for heaven

Counting stars on white boat,

he paddled across the Milky Way to western country

 

Young man who suffered in front of cross

whistling and hanging around,

left for heaven,

bleeding like bloom

 

Meeting the Big Dipper,

drinking cold water,

cooling off my sweat,

meeting God finally finally

he bowed;

God hug him heartly heartly

Dongju star was born beside Polaris

 

동주의 영으로 끝나도 좋을 듯하다. 시에선 조사를 빼도 좋다. 쪽배를 타고도 쪽배 타고로 해도 된다. 별을 헤면서도 별 헤며라고 하면 간결해 보인다. 서성이다가에서도 서성이다로만 해도 된다. 피우며 떠났다와 사선으로 디자인으로 보기도 좋다.

드디어나 뜨겁게가 반복보다 한 단어만 씀이 길이도 짧아지고 어울릴 듯도 하다.

번역은 한글시처럼 마침표 생략했고 짧은 길이를 위해 80, 27 숫자로 표시했다. bleed, bloom 슬랜트를 맞췄다.

 

아버지의 전화번호

 

연말에 아이들은 물론

아내도 없는 집에 홀로 있다

문득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눌러 보았다

_없는 번호입니다_

5년 전 아프신 어머니를 돌보다가 낙상해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

사춘기 이후로는 서로 소통이 어려웠다

어린 시절엔 손이 닳도록 나를 끼고 사신 아버지

작은 나를 지게에 지고 나가

논에 들어가 일하실 때는

커다란 참개구리를 잡아 노끈에 묶어 주셨다

난 지게 그늘 아래서 두꺼비 집을 지으며 종일 놀았다

해가 뚝 넘어가 그림자 길게 늘어질 때까지

잘도 놀았다

 

밤에는 항상 날 끌어안고 주무시던 아버지

전화기에서 아버님 주무실 때 들리던

쿵쿵 심장소리가 들렸다

 

꽃이 다시 피다니

 

꽃이 피다니

꽃이 다시 피다니

이 얼마나 기쁜가

 

산다는 것은 꽃 피우는 것

저만의 색깔과

저만의 향기와

저만의 몸짓으로

제자리에서

자신만의 꽃을 피우자

 

없는 아버지 전화번호가 짠하다. 쿵쿵 심장소리가 와 닿는다. 꽃이 다시 피다니 시집엔 이 외에도 두 눈사람, 아침 산새소리 등 좋은 시가 많다.

이기영 시인은 1957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나서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공대 공학박사를 따고 호서대 식품공학과 교수 후 현재 명예교수다. 66세에 계간 『한국시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다.

1993년부터는 2년 동안 미국 텍사스 보건대학교에서 연구 기금 교수로 재직했고,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천안아산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으로 활동했다. 『노래하는 환경교실』 『지구가 정말 이상하다』 『음식이 몸이다』 등 출간했다.

「지구를 위하여」 「김치된장청국장」 환경음반을 냈고, 사대강 반대한 오세영 시인의 시 「한강은 흐른다」를 작곡해서 음악 교과서와 100대 한국가곡집에 실렸다. 2000년 초부터 우리 전래 손바닥 선인장 천년초의 항산화 및 항균효과 등을 연구해 Who’s who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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