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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시 [10~12]

윤한로 시인
  • 입력 2024.01.23 10:53
  • 수정 2024.01.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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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시 10]

  

쓰는 사람 1

 

끙끙,

굵고

뜨겁게

쓰고 싶다

누고 싶다

 

*시작 메모 : 쓰는 것이란, 암탉이 고심고심 알을 품고 새끼를 까는 것일까, 오히려 똥 누듯 끙끙, 누는 것일까.

 

 

 

[종이컵 시 11]

 

쓰는 사람 2

 

나 여지껏

빈집 출렁출렁,

이슬 나부랭이만 엮었습니다

이슬

빈대처럼

 

*시작 메모 : 빨아먹다 빨아먹다 맑은 영혼까지 빨아먹는, 이슬 빈대여. 잘났시다.

 

[종이컵 시 12]

 

쓰는 사람 3

 

조심해야 한다

철물점 주인 아저씨처럼 착하다가도

술만 먹으면 난폭해진다

푸헤헤, 웃다가 울다가

어느새 소주잔 하나 아그작아그작 씹으며

아무 남자나 여자나 욕을 하고

술판을 쓸어 버리고

여늬 화단에나, 차에나 오줌을 갈기곤

백미러를 잡아 꺾는 데야

질풍노도의 밤

업고 재우러 가는 우리네 몇몇

뺑이를 친다

햐, 그래야 또 저 명태 대가리 속

시가 나오나 보다

 

*시작 메모 : 어디 한번, 제발, 죽치고 앉아 열쇠나 못 자물쇠 따위 팔 듯 시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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