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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 시인의 하늘을 바라보면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3.12.24 19:53
  • 수정 2023.12.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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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겸 시인의 크리스마스 시집

 

박정순 시인의 시집 ‘하늘을 바라보면’이 창조문예사에서 나왔다.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시집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기독교문학과 석사를 마쳤다. 1962년 안수길 선생의 추천으로 <자유문학> 소설 부문, 2016년 시 부문 등단했다. 이대문인회 가톨릭문인회 창조문예문인회 회원이며 창조문예 문예상을 수상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설상화 등 저서가 있고 빛의 눈물, 회생 등 공저가 있다. 등단 소설은 가난과 불화한 부모 밑에서도 바르게 성장한 청년에 대한 잘 쓰여진 글이다. 요즘 환경만 탓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감동을 주는 책이다.

하늘바라기 시인, 자연의 하늘과 하느님의 하늘을 사랑한다. 성당 여신도 모임을 만들어 이끌 정도로 신심이 깊다. 크리스마스다. 사랑이다. 주님이다. 사회와 세상에 이익을 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자.

초승달을 쪽배로 연상함이 대단하다. 죽어서도 고향을 잊지 못하는 소라껍질도 짠하다. 귀의 모습이라니, 이미지화도 적절하다. 그녀의 시는 생활과 경험이 녹아있는 한겨울을 녹이는 감성이 듬뿍 담겨있다.

 

초승달의 연민

 

무더운 여름밤

고층 아파트 위에 떠있는

외로운 초승달

 

밤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있는

한 척의 쪽배다.

 

바람이 유인하는 대로 흘러가다

낚싯줄 내린 선주

하염없이 월척을 기다리나 보다.

 

깊은 바다 밑 세상

하루 종일 시달리며 일하다 상처받은 것

배고픔보다 더 무서워 입질만 하나?

탄원조차 못하고 어둠 속으로 잦아든다.

 

낚싯대 들고 시름에 잠긴 선주

밤새도록 당겼다 놓았다.

 

밤하늘

밤바다에 별들만 반짝인다.

 

소라껍질

 

가녀린 청자 옆에 놓여 있는 소라껍질

오래 전 동해바다에서 주워다 놓고

늘 보면서도 잊고 있다.

 

문득 푸른 망망대해가 그리워질 때면

무심히 소라껍질을 귀에 대어본다.

 

파도소리가 폭풍처럼 몰려온다.

아! 바다다.

가슴이 두방망이질하며

기쁨의 함성을 지른다.

 

바다를 그리는 이에게

언제나 바다소리를 들려주는 소라껍질

너는 죽어서도 고향을 잊지 못해

바다소리를 돌려주는구나

 

귀의 모습으로 태어날 때부터

파도소리를 모두 담아

깊이 간직해 두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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