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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라는 감정

이진성
  • 입력 2023.12.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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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18:52 

혐오라는 감정. 

수업을 하다가 예전에 나에게 심한 말을 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광분했던 적이 있다. '키가 작아서 너는 주연을 할 수 없겠다. ' '어깨가 좁아서, 얼굴이 주인공 상도 아니어서.' 나를 위하는 말이었지만 당시는 상당한 충격이었나 보다. 물론 그 덕분에 외적인 부분에서 지적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전보다 깔끔하고 사람답게 입는 편이다. 열등감을 활용한 발전이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누군가가 내뱉는 혐오의 말들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왜 지금의 태도를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자꾸 생각해 본다. 나에 대한 혐오가 아닌 어떤 혐오 표현을 들었을 때에, '저 표현의 발원지는 마음의 어떤 부분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가령 그게 장애나 남성 여성 혹은 어떠한 특징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나는 대화를 멈추고 내 할 말을 아껴두면서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방해받는다. 나에게 한 말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같은 마음이 일어난다 혹시 저 말이 나에게 한 말일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아도 나는 마음이 불편해지며 평온이 깨진다.

살이 찐 사람이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타인의 입을 보고,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누군가를 혐오하는 그 시선이 나에게 옮겨 올까 봐서. 그 사람이 혐오하는 무언가가 언젠가 내가 될 수 있어서. 나는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또 무언가 나를 살피며, 혹시 내가 될 수도 있는 혐오의 대상과 나를 비교한다.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려도 잔잔한 파동이 남아있다.

 

혐오하는 감정이 그 사람들의 어디서 나온 지 알기에는, 내 마음을 살피는 일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서, 아직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혐오들이 무섭고 두려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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