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29. 00:07.
오늘도 북클럽 모임을 끝내고 집에 왔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모임이다. 북클럽의 선정도서를 읽고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관점으로 책을 읽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책 속의 인물 이름을 참 잘 외우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유사한 상황을 잘 끄집어내곤 한다. 나는 책의 흐름이나 감정에 입각한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독서가 느리다. 작가가 써놓은 서술 중 한 부분을 유심히 보면서 빠져든다. 상상하면서 머릿속에 그린다. 그곳은 열쇠구멍처럼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내 눈은 열쇠가 되어 키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문을 딸깍하고 열듯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원미동 사람들>을 읽었기에 내 머리 안에서 존재하는 부천이라는 동네가 입체감을 띤다.
그렇게 내 시선이 세상을 훑어내고 현실로 돌아와 활자를 본다. 웃긴 것은 한 페이지 밖에 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는 다음 글자, 다음 페이지로 스멀스멀 넘어가서 어떤 인물의 심리에 다다른다. 인물이 하는 생각과 행동에 점점 몰입한다. 나는 그 인물이 만지는 것을 만지고 보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인물이 마침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몇 페이지 더 지나며 이제는 내 기억을 더듬는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감대 혹은 동질감이 생각들을 장악한다. 인물이 느꼈던 치졸힘을 나도 느낀다. 몽달씨가 시를 썼던 충동을 나도 느낀다. 엄 씨가 되어 행복사진관에서 홍 씨를 찍는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된다. 결말을 뻔히 아는 사랑을 한다. 꺼지라 해도 머무르고 있어 달라 해도 돌아서야 하는 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