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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안아줘

이진성
  • 입력 2023.10.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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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00:24.

엄마한테 안기고 싶었다. 안아드리고 싶었다. 매번 본가에 올 때마다 했던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예전에도 했지만 행동하지 않은 지 대략 예닐곱 해는 거뜬히 지난 과거인 듯하다. 가족과 아주 살가운 관계임에도 쉽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나의 힘듦을 어머니께서 느껴버릴까 봐서이다.

살이라는 게 그렇다. 닿는 순간 전류가 흐르듯 내 감정이 전달되거나 상대방의 마음의 모양이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혹시나 나의 바보 같은 걱정과 근심을 부모님으로 하여금 눈치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재수 없을 정도로 혼자 서울서 잘 사는 아들이고 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고 혼자, 싸워내야 성장하는 일들이 많다. 지금 안기면 단단하게 쌓아온 내 정신력의 성벽 어딘가가 쪼개지고 무너질 것 같다. 그러기엔 내가 갈 길은 멀리에 있어서 안길 수가 없다.

살이라는 게 그렇다. 오랜동안 안 닿아 있으면 피부 깊숙한 곳에서 그리움 내지는 갈증이 된다. 해갈하고 싶은 마음이 안고 싶다는 마음이 되고 안기고 싶은 마음이 된다. 안으면 포근하고 심장소리도 들린다. 상대방의 기분 좋은 냄새와 따듯함이 느껴지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안아서 채워지는 공허함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안는 행동은 그래서인지 사람 몸이 꼭 레고처럼 딱 맞게 맞춰진다. 안을 때에는 빈틈이 없다.

그래서 그냥 본가에 왔다. 다 큰 어른이 안는다는 행동을 그리워한다니 좀 우습다. 그래서 강아지를 빈틈없이 안아준다. '엄마 나 안아줘'라는 말은 역시나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갈매기>의 꼬스쨔 처럼 애꿎은 면봉을 들고 가서 '어머니, 귀 좀 파줘'라고 한다. 어머니는 귀찮아하시면서도 나를 무릎에 눕히시고 귀를 파주신다. 내 귀는 깨끗하지만 귓구멍에 의미 없는 면봉질을 하신다. 뱃살이 제법 있으신 어머니의 무릎 위는 포근하고 잠이 온다. 공허함이 덜어진다. 좋은 냄새가 난다. 나에게 안기는 존재들을 두 팔 벌려 꽉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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