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옷찐따

이진성
  • 입력 2023.07.31 03:32
  • 수정 2023.07.31 11: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07.31. 02:52

옷에 대해 감각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 옷 고르는 일이란 정말 곤란한 경우가 있다. 그냥 동네 돌아만 다녀봤지 결혼식이나 예를 갖추는 TPO를 고려하는 정도 이상의 뭔가를 떠올리려니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편하게 입고 가도 될 거라고 예상했던 레드카펫 행사는, 작년의 영상을 보니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옷 정도는 다를 입고 등장했다. 멋지게 입은 사람도 있었고, 그래도 셔츠와 자켓을 기본적으로 입고 갔다.

내가 좋아하는 옷은 뭘까 하며 옷장을 보는데 연기 수업하기 편한 옷과 그냥 깔끔한 캐주얼 의상뿐이다. 사실 그 옷들 중에서 하나 입고 가려고 했다. 왜냐면, 어설프게 멋을 내는 게 눈총을 사거나 튀어 보일 까봐서였다. '내가 뭐 대단한 걸 했다고 옷까지 신경 쓰나.' 하는 열등한 감상에서 의식이 흐른 덕분이다.

그 썩은 생각을 동료가 꼬집어주고 나는 다시 옷을 찾기 시작했다. 나대지 말자는 생각이 나를 주눅 들게 하곤 한다. 특히나 옷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겠다. 내가 옷을 꾸미고 계속 옷을 사면 사람들이 나를 부자로 보거나 사치스러운 사람으로 볼 테니까 타인으로부터 기대치를 낮추자는 마인드 아닐까.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되는데 내가 주눅들면 안되는데, 자꾸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당당한 만큼, 작품에 애정이 있는 만큼 자신감을 가지자. <룩킹포>라는 작품 안에서도 배우 역할이라 깔끔하게 입고 나왔으면서 현실의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나도 잘나고 싶고 멋지고 싶고 빛나고 싶다. 가장 밝은 별이 아니어도 별들은 다 빛나니까. 그 정도는 빛나도 되겠지.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