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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 안의 성취감

이진성
  • 입력 2023.07.2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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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6. 19:32

집에 오자마자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좁은 방문을 통과하여 침대 앞으로 간다. 바닥에 침대 베이스도 없고 프레임도 없는 매트리스에 몸을 던진다. 에어컨도 켜고 프로젝트로 켜서 누워있는 꼴로 천장에 쏘이는 을 본다. 본다는 것은 형식이고 그냥 하루에 생각한 것이 너무 많아 아무 생각도 안 한다.  왜 흔히들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날이 있지 않은가. 어제가 딱 그랬다. 처럼 되는 게 별로 없었다.

누워서 이렇게 천장을 보는데 너무 행복했다. 내 맘 같이 되는 게 없는 어느 날에 비해서 내방은, 내 집은 언제나 내 의지대로 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내방뿐이다. 남에게 바라는 것들도, 나에게 바라는 것들도 여기엔 없다.오디션도 촬영도 수업도 내 맘대로 안되더라. 안되는것 투성이다. 그러다 보면 성취감보다는 피로감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진다.

성취감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방에 있는 모든 것은 나의 성취요, 결과물이다. 내가 사다 놓은 것들과 나를 위해서 가져다 놓은 것들이다. 임대차계약서를 봐도 내 명의로 보증금도 월세도 다 내가 마련한 것이다. 부모님께 받은 것은 수박 반통 정도 냉장고에 맛나게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에도 주방에도 모두 내가 촬영하고 수업하고 청소해서 모은 돈으로 꾸며 놓은 물건이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은 묘한 해방감을 준다. 그리고 해방감은 성취감으로 이어진다. 내년엔 더 많은 목표들을 이룰 것이다. 작품 안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성취할 것이다. 이불이 오늘따라 참 포근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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