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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이 달라서

이진성
  • 입력 2023.07.1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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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02:25.

사람이 가지고 있는 출발선은 저마다 다르다.

일기를 쓸 틈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꼭 일기를 써야지'하고 집에 와서는 빨래 넣어둔 것을 걷고 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 바닥을 보니 못 보던 때를 것 같은 기분에 찬물을 뿌린다. 청소솔로 박박 닦아서 하수구에 더러운 때들을 흘려보내니 묘한 쾌감이 든다. '일기를 써야지 이제' 하면서 앉았지만 바로 쓰지 못하고 자잘한 정를 한다. 왜 이렇게 나만 바쁜 것 같은지, 내가 영리하지 못한 탓인지 책망한다.

 

쓸데없이 자꾸 남이 비교하는 습관이 있다. SNS에 해외여행 간 지인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부럽다는 생각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나는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따져본다. 다행스럽게 내 삶에 불행은 요즘 적다. 아마도 내 출발선이 남들과 많이 다 수 있다고 인식한 덕분인 것으로 여긴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살고 있는 동료들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 자기 삶은 물론이거니와 가족과 미래와 꿈까지. 탈진할 것처럼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내 삶 이외의 것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내일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겠지. 그리고 나처럼 SNS에 올라오는 해외여행 사진을 보면서 함께 기뻐하는 것도 잠시, 우린 현실에 살아야 한다. 해외여행을 유보하는 생활. 비단 유보하는 것이 해외여행뿐이겠냐마는, 이미 출발선이 다른 삶을 보면서 내 출발선의 뜀박질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내 달리기를 해야 하고 그것이 요즘 내 행복이다. 출발선이 다른데 중간지점이 같을 수도 없고 결승 또한 제각각이다. 누가 오늘 행복한지가 더 의미 있다.

 

그러니까, 나는 더 오래, 빨리, 멀리 갈 것이다. 출발선부터 결승선 사이에 내용은 분명 유의미하도록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나는 왜 조단역이고 저 배우는 주연이지?' 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출발선보다 역시 관통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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