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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606] 이 한 권의 책: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사실 이 책은 음악입문서였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6.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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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ㆍ정치ㆍ경제ㆍ글쓰기ㆍ여행 등 인문학 분야의 글을 써온 작가 유시민이 과학을 소재로 쓴 첫 책인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과 인문학이 교차 & 통섭하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인문학에서 채우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과학에서 배워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다양한 사유를 피운다면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확해지고 과학은 인문학으로 깊어지게 된다. 읽어보면 유시민은 뇌과학과 맹자를 불교와 양자역학 등을 가로세로로 오가면서 거울신경뉴런을 맹자의 인의예지로 연결하고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버드나무의 안위를 걱정하게 한다. 유시민의 감성과 지성만이 전개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전개로 되어 있다.

 사실 필자에게 이 책이 유독 더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음악이야말로 음과 음의 결합이라는 수학과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음대생 입장에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음악이야말로 진동 주파수의 세기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조합한 것이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의미 전달이 더 정확하다. 도(Do)라는 음은 도(Do)라는 음으로만 울리니 거짓말을 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음들을 조율하고 어디에 맞추냐가 관건이다. 순정률의 기초를 닦은 피타고라스는 수학자이자 음악가이다.

 음악이 도리어 과학이라고 하면 그래서 과학적 사고가 밑받침되어야지 음악이 들리고 이해되고 향유할 수 있다는 어쩌면 '음대 남자의 과학 예찬'을 해야 할 사정이다. 일단 작곡이란 단어 자체가 서양에서는 Compose 즉 조합이란 뜻이다. 라틴어 punctus contra punctum(음표 대 음표)를 뜻하는 다성음악은 문자 그대로 둘 이상의 가락이 독립적으로 진행하며 철저한 계산 하의 협화와 규칙으로 되어 있다. 소나타 형식이란 이런 음들을 담아 전개하는 최상의 방식으로 대중가요의 일반적인 형식인 1절-후렴-2절-후렴-브릿지-후렴 형태가 사실상 소나타 형식에 해당한다.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은 한 옥타브 안의 음들을 매트릭스를 통해 도식화 한 것이다. 즉 과학이 없으면 음악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인문학을 통해 베토벤이 신흥 부르주아 시민계급을 대변했고 어떤 사상을 담고 있으며 온갖 역경을 극복한 악성이라고 추앙받지만 베토벤은 정작 소나타 제시부에서 2주제로 가고 위해 어떻게 원활하게 전조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고 바흐는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평균율피아노곡집에서 어떻게 하면 성부를 연결하고 치밀한 계산과 법칙에 어긋나지 않을까 계산하는데 도리어 골몰했다. 그렇게 남긴 공예품이 후대에 '거만한 바보'들의 해석과 연구로 생전에 본인도 알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과 결과로 나아가졌다.(베토벤 음악의 남성성에 관한 폭력적인 면을 연구한 음악학자들의 논문도 다수다) 도대체 수많은 사람들이 바그너의 음악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그저 몇 권 나와있는 책들의 단편적인 것만 흡수해서 그를 거부하고 터부시하는 지경이다.

 전혀 다르게 왜곡되고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클래식 음악이 안 들린다는 사람들은 저런 위대한 거만한 바보들의 있어빌리티에 시전 되어 나도 그러지 못하면, 사전 지식이 없으면, 정해진 답이 아니고 다르게 들으면 안 될까 겁먹고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음악작품에 온건히 빠지는 게 아닌 그걸 연주하고 재현하는 사람에 침잠되어 우승하고 묻지마 팬덤을 형성하여 집단군중심리에 좌우되고 그 사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연주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사람에 기반을 둔 것이니 클래식을 듣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과학적 두뇌와 지식이 사고가 필요하다.

 과학은 저 너머 영역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음악, 클래식이란 세계를 알았을 때와 몰랐을 때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과학이 제공하는 사실을 모르면 우리의 마음은 세계를 일부밖에 못 본다.'라는 에드워드 윌슨의 경구는 과학을 음악으로 바꿔도 똑같이 적용된다. 음악은 감정의 영역이 아닌 복잡하고 초거대하고 초정밀함을 다룬 공학의 영역이기도 하고 이 2개가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지지 않고 조화를 이룬 집결체이다. 음악을 감정으로만 느낌으로만 그리고 인간의 언어인 가사로만 받아들이려고 하니 안 들리고 안 느껴지고 감동이 안 오는 것이다. 유시민의 책을 읽으면서 과학에 조금이 눈을 띈다면 분명 음악도 들릴거라 장담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음악입문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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