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아버지께서는 그 길을 장등이라 했다.
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는 유년기였다.
열 살 남짓했던 나는 소 고삐를 쥐고 시내의 불빛을 내려다 보았다.
산자락 아래 멀리 보이는 수 많은 불빛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나
산악회를 따라 등산을 하면서
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처럼 펼쳐진 능선을 걸었다.
어릴 적 장등은 기억에서 삭제된 채로..
능선이 부드러운 여인의 맵시가 되는 동안은
수없이 많은 세월이 지났으리라.
셀 수 없이 많은 빗물과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에
제 몸을 내어 주었으리라.
나는 장등을 걸었고
수많은 산자락을 밟았고
산자락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였고..
나는 또 유년의 추억으로 산자락을 밟았고..
부드러움 안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부드러워지기가 어찌 쉬운 일이랴.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능선을 만들 듯
내 안에 더 많은 밟힘이 있어야 부드러워지리라.
능선처럼 내 마음이 둥글게 되고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능선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