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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06.07 07:44
  • 수정 2023.06.0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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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아버지께서는 그  길을 장등이라 했다.

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는 유년기였다.

열 살 남짓했던 나는 소 고삐를 쥐고 시내의 불빛을 내려다 보았다.

산자락 아래 멀리 보이는 수 많은 불빛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나

산악회를 따라 등산을 하면서

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처럼 펼쳐진 능선을 걸었다.

어릴 적 장등은 기억에서 삭제된 채로..

 

능선이 부드러운 여인의 맵시가 되는 동안은

수없이 많은 세월이 지났으리라.

셀 수 없이 많은 빗물과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에

제 몸을 내어 주었으리라.

 

나는 장등을 걸었고

수많은 산자락을 밟았고

산자락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였고..

나는 또 유년의 추억으로 산자락을 밟았고..

 

부드러움 안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부드러워지기가 어찌 쉬운 일이랴.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능선을 만들 듯

내 안에 더 많은 밟힘이 있어야 부드러워지리라.

능선처럼 내 마음이 둥글게 되고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능선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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