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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가득

이진성
  • 입력 2023.06.0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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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6.01. 01:32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어제 늦게 까지 친한 형과 이야기를 하느라 귀가가 늦었다. 사실 어제도 늦게 일어났다. 내 기준 08:30분 이후에 일어나는 것은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어제 09:30분쯤 일어나서 씻고 수업을 위해 연습실을 갔다. 11:00 수업을 시작했다.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다길래, 여행과 연기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대화도 했었다. 주된 수업내용은 인간을 면밀히 보고 인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14:00 연습실 청소를 하고 자잘한 청구서를 정리했다. 17:00 학교 후배가 연습실에 놀러 왔다. 요즘 연기한 작품들을 이야기하고 오디션 이야기도 했다. 사는 이야기도 조금 한 것 같다. 21:30분 문래에 가서 친한 형과 양꼬치를 안주 삼아 최근에 촬영한 작품과 개봉한 작품이야기를 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좋았다는 내용의 말을 해주어서 고마웠다. 되게 사소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한테는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연신 고맙다고 겸손하겠다고 대꾸했다.

형, 우리 참 오래 만났다. 스물두 살에 만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을 천방지축으로 보냈다. 졸업하고 영화사 직접 돌아다니면서 매주 만나서 요즘 연기는 어떤지 대화했다. 그치? 연기는 항상 잘 있으니 우리나 잘 있자고 우스갯소리로 자주 했다.

형이랑 마시던 커피는 어찌나 쓰던지 한 모금 빨대로 들이키면 크으 하고 찡그리던 인상이, 써서인지 시원해서인지 몰랐다.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형이랑 사이 틀어지지 않은 것이 난 항상 형 덕분이라고 생각해.

형, 26년 뒤에 우리는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 나는 어제처럼 똑같은 내용의 데칼코마니 같은 미래가 오더라도 또 연기 이야기 하고 싶다. 쭉 오래 우리 좋아하는 것을 하자. 나는 종일 연기 이야기를 했네. 오랜 시간 좋아하는 것들은 오래 할수록 더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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