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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05.3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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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

 

배꼽 옆에 피부가 벌개지더니

이내 종기가 되더군

옷을 입을 때마다 가로부치며

아프게 하더니 곪기 시작했어

항생제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

더 곪으면 짜낼 요량이었지

 

사나흘 지나니 누런 고름이 보이더라고

알콜에 솜에 연고에 밴드를 준비하고

아픔을 참아가며 새끼손톱 만하게 커진 종기를 짰어

피고름이 꽤 나오더군

아팠지, 아프다마다

 

살아가면서 아픈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아픔을 참아내는 수많은 공부를 해봤잖아.

고름이 살 되던가?

아픔을 견디다 짜내던가 도려내야 하지 않던가?

잠깐은 참는 것보다 극심한 아픔이 오더라도 짜내며 살게

도려내며 살게

 

세월 지나면 새살이 돋아날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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