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모두 숨을 죽였어요.
모두 죽은 줄만 알았었지요.
죽음은 어둠에 갇혀있고
어둠은 죽음을 늘 품고 있는 줄만 알았지요.
까맣게 죽은 줄만 알았던 가지에
봄비가 내린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어요.
아기가 손가락 오물짝거리듯
가지 끝이 움직였어요.
세상에나!
색깔이 연초록으로 변해갔어요.
작은 몸짓이 이토록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에요.
나는 기적의 시작을 봤을 뿐이고요.
장엄하다는 말은 쓸 일이 많이 없잖아요.
저는 잠깐 낮잠을 잤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나!
그 짧은 시간에 세상이 바뀌었어요.
베토벤 교향곡은 들리지 않았어요.
어마어마한 장엄함이 있었던 거여요.
분명히!
어느새 온통 초록 세상이 왔어요.
산이면 산마다 짙푸른 신록을 자랑해요.
어제 보니까 아카시아꽃이 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