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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05.02 07:29
  • 수정 2023.05.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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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모두 숨을 죽였어요.

모두 죽은 줄만 알았었지요.

죽음은 어둠에 갇혀있고

어둠은 죽음을 늘 품고 있는 줄만 알았지요.

 

까맣게 죽은 줄만 알았던 가지에

봄비가 내린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어요.

아기가 손가락 오물짝거리듯

가지 끝이 움직였어요.

 

세상에나!

색깔이 연초록으로 변해갔어요.

작은 몸짓이 이토록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에요.

나는 기적의 시작을 봤을 뿐이고요.

 

장엄하다는 말은 쓸 일이 많이 없잖아요.

저는 잠깐 낮잠을 잤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나!

그 짧은 시간에 세상이 바뀌었어요.

베토벤 교향곡은 들리지 않았어요.

어마어마한 장엄함이 있었던 거여요.

분명히!

 

어느새 온통 초록 세상이 왔어요.

산이면 산마다 짙푸른 신록을 자랑해요.

어제 보니까 아카시아꽃이 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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